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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지루시와 옥시’

김은지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6-08-16 07:32 최종수정 : 2016-09-06 23:01

‘유키지루시와 옥시’
[한국금융신문 김은지 기자] 2002년 일본 최대 식품회사였던 유키지루시 유업이 전 일본 차원의 불매운동과 연일 이어진 주가 하락으로 문을 닫았다. 2000년, 1만 4000명의 일본 국민이 유키지루시의 우유를 먹고 식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당시 유키지루시는 재빠른 회수와 사과가 아닌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듬해 자회사인 유키지루시 식품에서 호주산 원유제품을 일본산으로 위장해 유통한 것 또한 적발됐다. 그럼에도 유키지루시 측은 잘못을 회피하는 발언으로 일관, 거짓말을 하며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받았다.

유키지루시 유업의 폐업은 기업의 윤리 문제 차원뿐이 아니다. 이 같은 전례의 시사점은, 기업에 대한 단죄가 ‘소비자’의 손에 달려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자를 내고도 모르쇠로 일관해 오던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한국판 유키지루시 유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옥시는 지난 4월 검찰의 수사가 있기 전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명한 바 없으며, 지난 5년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질환 사망 사고와의 인과 관계를 부정해왔다. 현재까지 정부의 집계를 살펴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221명중 181명이 옥시 제품을 사용했다. 옥시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 수만 70명에 달한다.

그러나 옥시가 제 2의 유키지루시 유업이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온 지난 4월, SNS에는 이전까지 한국 정부에 제대로된 사과 조차 하지 않은 옥시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정작 유통가에서 옥시의 매출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상에는 “표백제 하면 떠오르는 옥시크린을 대체할 제품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데다, 표백제 외에도 옥시의 습기 제거제 물먹는 하마, 향균제 데톨, 약품 스트랩실 등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에 쉽게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것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옥시의 불매움직임이 일시에 그칠 것이라는 여론도 팽배하다.

이는 옥시의 사례뿐 아니다. 최근 이케아도 ‘말름 서랍장’ 제품군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해당 서랍장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일이 잇따르자 6월 28일 북미지역에서 말름서랍장 전량 리콜을 했고, 캐나다에서도 660만 개의 리콜 조치가 결정됐다.

서랍장 전복으로 인해 어린이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포함해 41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으나, 이케아는 국내에서 해당 서랍장을 계속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싸고 실용적이다’ 는 이유로 이케아의 가구가 인기를 몰고있는데다, 국내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이유도 한몫을 차지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악덕기업에 대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불매 운동 움직임도, 시민단체들의 악덕 기업을 지탄하는 목소리도 사그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관계자가 “전 국민적 불매운동은 소비사회에서 소비자 주권을 세워나가는 일” 이라며 “소비자가 더 이상 기업의 ‘호구 고객’이 아니라는 것을 불매운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던 외침은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는 불매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는 통념 또한 굳어가고 있다.

부디 수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의 불매운동이 일시에 그칠 것이란 시각을 불식, 국내에서만은 제 2의 유키지루시 유업이 탄생할 날을 기대해 본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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