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KB금융에 따르면, 자회사 주식 소유의무 규제에 따라 KB금융은 현대증권 지분을 추가 매입할 방침이다.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에서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은 KB금융은 현재 현대증권 지분의 29.62%를 확보하게 됐다. KB금융은 지난달 31일 1조2375억 원의 인수대금을 완납하며 현대상선으로부터 22.62%의 지분을 확보했고, 같은날 처분예정기간이 8월29일인 현대증권 자사주 7.06%를 전량 매입하기로 했다.
금융지주는 상장 자회사의 경우 금융지주법(43조 2)에 따라 지분율 30%를 넘어야 한다. 지분율을 높이는 데 1년의 유예기간이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가 추가적인 지분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이르면 연내 통합증권사로 거듭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1일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통합을 준비하는 ‘통합추진단’도 출범했다. 그동안 KB금융은 증권부문의 확대를 통해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분야를 강화할 뜻을 밝혀왔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에 이어 대형 증권사인 현대증권도 인수하여 비은행 부문이 대폭 확충되고 사업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균형이 잡혔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앞서 2013년 KB생명보험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2014년 우리파이낸셜(52.0%), 2015년 LIG손해보험(33.3%)을 인수하는 등 합병을 통해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순이익에서 은행의 기여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KB금융의 계열사 별 당기 순이익 비중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71%로 전년 동기(76%) 대비 5%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KB금융이 기존 은행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는 만큼 시장에서는 관련 자회사의 지분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50%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의 경우 관계기업이 되므로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 지분법 손익이라는 계정을 통해 모회사의 당기순이익에 계상되는 방식이다. 지분율이 높을수록 이익에 많이 반영되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통합 이슈나 합병 등을 고민할 텐데 자회사 지분이 어느 정도를 적정선으로 볼 지는 회사에서 느끼는 필요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지배회사가 50%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실질 지배력’이 있는 경우 연결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KB금융의 12개 자회사 중 KB손해보험만 지분율 33.3%의 비연결 자회사이다. 손해보험업은 저금리 기조 가운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장기위험 손해율이 감소하는 등 업황이 긍정적인 편이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KB손해보험의 경우 외부감사인과 회사가 의견을 조율하는데 지분관련 논의하거나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비은행 부문의 강화를 위해 은행의 여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이 추진될 경우에도 추가적인 자금부담이 발생한다.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회사 은행의 배당수익을 성장이 필요한 비은행 자회사에 대출하는 방법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올해 1분기말 기준 KB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각각 5461억원, 6453억원으로 배당가능 여력이 있다. KB금융은 앞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당시 국민카드의 중간배당금(3000억원)을 활용한 바 있다.
오보균 한국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 추진 시 추가 인수 대상지분과 인수가격, 인수자금 조달방법, 재무구조 변화 등은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적으로 지분율을 높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이란 대손준비금을 뺀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에 대한 출자총액 비율로 금융지주회사의 투자여력을 따져보는 지표이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지 않도록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130%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KB금융(105.7%)이 신한금융(122.3%), 하나금융(124.2%), 농협금융(119.2%)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현대증권의 통합작업이 최우선 순위”라며 “손해보험, 캐피탈, 증권까지 인수한 만큼 후속조치에 신경 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