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문제제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역대 정부 핵심 인사 10여명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서 "범정부 컨트롤 타워가 없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국가미래연구원장),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이 포함됐다.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국회와 협의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통로를 구축"하고 "과정과 결과에 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됐다.
이달 3일에는 관가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컨트롤 타워 부재를 질타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구조조정에서 경제부총리가 부처 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이런 역할을 엉뚱하게 금융위원장이 맡고 있는데 금융위원장이 어떻게 산업재편을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 순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8일 구조조정 방안에서 컨트롤 타워를 강화했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기존 '청와대 서별관 회의(비공개 경제현안회의)'에서 이름만 바꿨다, 혹은 '2년 한시 공식 회의체'라서 책임성이 약하다는 식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컨트롤 타워는 온데간데 없이 구조조정 과정과 결과에 대해 국책은행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책임을 두고 벌어진 이전투구만 봐도 그렇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추가 지원은 청와대와 정부의 결정이었다"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인터뷰 보도에 금융위부터 청와대까지 반박에 나섰다. (한편, 10일 산업은행을 통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당시 지원규모 및 분담방안 등은 관계기관 간 협의 조정을 통해 이루어진 사항"이라고 보도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이번 구조조정 방안에서도 정부는 책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재원 마련은 한국은행에게, 임금삭감 등 자구 노력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임직원에게 모두 돌렸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방지책은 빠져 있었다.
자본확충펀드의 도관은행을 맡은 기업은행과 한국은행의 대출을 보증하는 신용보증기금의 노동조합들은 벌써 '책임 전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낮은 등급의 채권 매입은 결국 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용보증기금 노조는 "현재 보증기금의 재원으로도 중소기업들을 제대로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 전체가 잘못된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시적' 책임체제로는 이해조정이 필수인 구조조정을 산업재편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의 '일본기업 구조조정 20년의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뒤늦게 '산업재생법'을 통해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재생을 도모하는 시스템을 만들려 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성장전략이 제시되며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단순히 합병, 통합같은 산업재편 방식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산업재편 계획이 요구되고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존 사업의 축소, 정리, 인원감축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중요했지만 신규 성장사업의 개척과 육성이 승패를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