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에서는 면담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 등으로 자구노력의 주문을 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국책은행을 포함한 금융공기업 CEO들은 정부영향을 많이 받기에 성과연봉제 도입에 결사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 사퇴쇼 vs 책임론…벼랑끝 CEO들
주택금융공사 김재천닫기

김 사장은 복귀하면서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점에 대해 내부적으로 제도를 확실히 해서 합의 하에 성과주의 도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김사장의 사퇴 배경을 두고 많은 추측을 남겼으나 결국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압박 카드로 썼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도 성과주의 도입을 두고 사장직을 걸고 비상경영체제에 나섰다.
권선주 기업은행장도 올해 초 업무계획에 성과주의 확대를 포함하고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등 성과연봉제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인적관리(HR) 컨설팅회사 머서코리아로부터 성과연봉제 지침의 가안을 받았는데 이를 보완해 이르면 5월 안에 성과연봉제 지침 최종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권선주 은행장입장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에서 결과를 내야 연임 행보가 수월해진다.
◇ 노조 반발 심화, 총파업 예고
예금보험공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전격 결정한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캠코가 성과연봉제 참여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캠코는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소집한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가 열린 다음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했다. 캠코 관계자는 “국민적인 여론 등을 반영해 결정한 것”이라며 “전직원을 대상으로 업무설명회를 개최해 의사를 확인하는 등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예보와 캠코가 성과연봉제를 논란 속에 도입했지만 다른 기관으로 확산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도입한 두 기관도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처리 했기 때문에 불씨는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예보는 조합원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406명 가운데 62.7%에 해당하는 조합원 250명이 성과주의 도입에 반대해 부결되었지만 노조 운영진이 사측과 임의로 합의해 일반 노조원의 저항을 부른 상태다.
캠코 이사회는 전체 인원 중 76%의 직원들로부터 성과주의 도입에 찬성한다는 동의서를 받아 이를 근거로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지만 금융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불법적으로 관리자와의 1:1 면담을 통해 동의서를 강요했다”고 말하며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효라는 입장이다. 캠코 노조의 성과주의 도입 찬반투표는 80.4%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근로기준법 94조 1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홍영만 캠코 사장을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한 상태이다.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택금융공사도 지난 4일 실시된 조합원총회에서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302명 가운데 찬성 40표, 무효 5표을 제외한 302명의 조합원이 반대표를 행사해 총 85.1%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부결됐다.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사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지진부진하다.
금융위는 이처럼 성과연봉제로 대표되는 금융개혁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사태는 그리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 다음 날인 11일부턴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19일엔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필요에 따라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성과주의 도입 문제를 놓고 노조와 사측 나아가 금융위와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2일 국회 상무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강행하는 정부의 모습 우려된다”고 발언했다. 정부와 노조, 정치권의 관심이 모두 쏠린 가운데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소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