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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선거마케팅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

기사입력 : 2016-04-11 00:30 최종수정 : 2017-04-20 15:51

[기자수첩]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선거마케팅
[한국금융신문 고영훈 기자]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200여년 전 프랑스 정치가 알렉시 드 토크빌은 이런 무서운 말을 남겼다. 제20대 4.13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선거에 관한 관심은 정작 중요한 화두를 벗어난 듯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4.9%, 청년실업률은 12.5%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이다. 게다가 가계부채는 1206조원으로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돼버렸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이번 총선 공약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각 정당들도 어김없이 경제 활성화 방안을 대표 공약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공약 실현 가능성은 모호해 보인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닫기안철수기사 모아보기 대표는 ‘5공식 발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게다가 이 공약에 대해 삼성은 협의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독단적인 공약도 있는 반면 효과가 있을지 어리둥절한 공약도 존재한다.

최근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경제 위기 상황을 자금 조달로 풀겠다며 통화 정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한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를 실현하겠단다. 이에 더민주당은 ‘관치금융’이라며 맞받아쳤다.

이 발언으로 인해 한국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화두에 올랐으며 중요한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가계대출 해소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춰 일본이나 미국의 양적완화와는 다르다는 게 새누리당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 경제상황이 양적완화 정책을 쓸 정도의 위기상황이 아니며 국가채무가 악화될 것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정치적인 뉘앙스의 돈풀기 보다 가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기업에 대한 정확하고 신중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저마다 부푼 야망을 갖고 이 진흙탕 싸움에 출사표를 던졌기에 인기주의에 영합한 공약 남발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표몰이식 공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게 문제다.

19대 총선 때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라는 표어가 존재했다. 20대 총선은 ‘한국판 양적완화’가 그 자리를 대신한 듯하다.

오라는 경제화두는 오지 않고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포퓰리즘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권 초기 동반성장을 부르짖던 이들은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들이 선거판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말 교수들은 2015년 한해 상황을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의미’의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사자성어로 대변했다. 이는 최근 선거판을 대변해주는 단어로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미국 정치학자 프랭클린 P. 애덤스의 명언이다.

후보들의 공약이 공약(公約)이 될지 공약(空約)으로 끝날지는 유권자들의 손끝에 달렸음은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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