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호응해 은행들도 매각 규모를 늘릴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현재 부실채권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수가 늘어난 배경을 바탕으로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급속한 증가세다.
전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5년 만에 최고치인 상태다. 특히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액은 30조원으로 전체 은행권 여신 1664조3000억원의 1.80%이다. 1년 전보다 금액으로는 5조8000억원, 비율로는 0.25%p 늘었다. 지난 2010년 말 1.9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특수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을 시중은행과 특수은행으로 나눠 살펴보면 증감세가 다르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일반 은행권에서는 부실채권이 지난 1년 사이에 1조 7000억원 줄었다. 전체 채권 중 부실채권 비율도 같은 기간 1.39%에서 1.14%로 낮아졌다.
전체 부실채권 증가의 원인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다. 두 특수은행의 부실채권 증가분이 은행권 전체에 96.6%에 달한다. 산업은행은 1년 새 3조 1000억원에서 7조 3000억원으로 135% 이상 증가했다. 부실채권 비율은 5.68%이다. 가장 낮은 편인 신한은행의 0.80%에 비하면 7배가 넘는 수치다. 수출입은행도 보유채권 중 1조 9000억원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었다. 부실채권 비율은 3.24%로 역시 시중은행에 비하면 훨씬 높다. 다른 특수은행 중에선 중소기업 대상으로 영업하는 기업은행은 부실채권 비율이 0.09%p 감소한 1.31%, NH농협은행도 고정이하여신 금액 4조2000억원, 비율은 2.27%를 기록했다. 전체 시중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13%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210조8000억원의 총여신 중 3조1000억원의 부실채권을 갖고 있어 1.47%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총여신이 200조원을 넘는 은행들 중에선 외환은행과 통합한 하나은행이 1.21%(2조5000억원), 국민은행 1.10%(2조4000억원), 신한은행 0.80%(1조6000억원) 순이다. SC은행은 1.07%(3000억원), 씨티은행 0.75%(2000억원)였다. 두 외국계 은행은 총여신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6분의 1수준이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이 고정여신 비율이 1.43%로 가장 높은 편이고 그 외 경남은행이 1.41%, 대구은행 1.23%, 부산은행 1.16%, 광주은행 0.88%, 제주은행 0.87% 순이었다. 지방은행의 전체 총여신은 125조 8천억원으로 고정이하여신 금액으로는 1조 5천억원 비율로는 1.22%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여신을 분류하는데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5단계로 나눈다. 추정손실로 갈수록 회수가능성은 낮아진다. 전체 여신에서 연체기간 3개월 이상의 여신은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조선업 산업이 큰 불황을 맞이하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해당 기업들에 대한 지원액이 늘어나면서 부실채권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의 경우 현대상선에 대출한 부분을 고정이하로 재분류하면서 부실 여신 규모가 잠정치보다 1조 4000억원 늘어났다. NH농협은행 부실채권 역시 STX조선해양의 부실여신 탓이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부실채권이 실제 부도가 날 가능성을 대비해 은행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도 채권금액의 20~100%로 증가한다. 하지만 이 대손충당금금 적립률은 112.0%로서 역시 2010년말의 108.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대손충당금 적립율은 2008년 143.0% 2010년 108.5%, 2012년 159.0%, 2014년 124.0%를 거쳐 지난해 112.0%를 나타내고 있다.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지고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낮아진 것은 은행 건전성 악화의 신호로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부실 채권 정리에 적극 신호를 보내게 된 배경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1일 임원회의를 열고 은행권의 건전성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원장은 은행 건전성이 악화된 이유에 대해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부실여신은 증가한 반면 대손상각이나 매각 등 부실채권 정리가 저조했기 때문"이라며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실물 부문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지고 경제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 원장은 "신속한 기업구조조정과 함께 부실채권의 정리를 유도해야 한다"며 "적정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과 내부유보 확충으로 위기시에 대비한 손실 흡수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수은행들의 부실채권증가 배경엔 정부의 조선업계에 대한 기업구조조정과 연계된 것이라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정리 주문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기업 부실 여신 매각 규모가 2분기에는 2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분기 입찰이 예정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2조원으로 2014년 2분기에 비하면 5000억 원 가량 늘어난 액수다. 산업은행은 이 가운데 1조 원 가량을 매각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전체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22조 3000억 원으로 2014년 25조 1000억 원에 비하면 2조 8000억원 줄어든 액수다. 이유는 대손상각이나 매각 등의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작업이 미진하고 기업 구조조정으로 부실여신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매각된 은행 부실채권 규모는 4천500억 원으로 예년보다는 조금 줄어들었다. 기업은행이 1천 200억 원을 정리해 가장 많은 비율이 차지했다.
앞으로도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시장 상황악화로 줄거나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겠지만 세계적인 경기 둔화 추세로 국내 주력산업이 타격을 입은 만큼 새롭게 늘어날 부실채권에 대한 은행들의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감원 오는 4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실시를 한다. 이번 평가를 통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들어가는 대기업을 선정할 계획인데 이렇게 될 경우 은행권 부실채권 정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