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현대카드의 할부금융, 리스, 신기술금융업 등록이 완료됐다. BC카드를 제외하고 전업카드사들은 모두 할부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대카드의 할부금융 등록은 자동차 복합할부상품 출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대카드의 주요 경영기반이 캡티브마켓(현대·기아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현재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은 수년 동안 카드사와 캐피탈사들이 손잡고 키워왔던 복합할부상품이 현대차그룹의 완력에 무너지면서 다시 현대캐피탈의 독주로 재편되고 있다.
70% 초반까지 떨어졌던 캡티브마켓 점유율은 80% 후반대까지 상승해 복합할부상품 출시이전(2010년)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반기순이익도 17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1억원)에 비해 거의 2배로 늘었다.
이에 카드사들이 반격으로 내민 게 자체 복합할부상품이다. 기존 복합할부에서 캐피탈의 역할을 카드사가 대체하는 구조인 이 상품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이미 선보였으며 우리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도 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자체 복합할부은 가격경쟁력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1.9%의 가맹점 수수료로 영업하면 캐피탈사들이 취급하는 오토론(자동차구매대출) 금리로는 경쟁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부 은행계 캐피탈사들이 오토론 금리인하를 고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카드 입장에서 자체 복합할부 출시를 막지 못할 바에는 아예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게 더 나은 상황이기도 하다. 복합할부시장이 한창 들끓던 2013년에 현대카드는 점유율 41.3%(1조9000억원)로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탄탄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할부금융 등록은 아무래도 복합할부를 염두에 둔 행보인 것 같다”며 “자체 복합할부의 경쟁력과 캡티브마켓을 등에 업으면 과거 현대카드가 득세했던 상황을 재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