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신용평가는 22일,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계로 변경될 시 금융계열사 분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만약 일본 롯데홀딩스나 최대주주가 금융계열사들을 매입한다면 큰 변화는 없겠지만 계열에서 완전히 분리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캐피탈·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의 주요주주는 롯데쇼핑,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대홍기획, 우리홈쇼핑 등 비금융 주력사들이다. 반면 금융계열사들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지주체계로 개편되면 금융계열사들은 주주를 변경해야 한다.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일본 롯데홀딩스나 최대주주 일가가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입한다면 약 3조2000억~3조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호텔롯데의 IPO(기업공개)시 구주매각을 포함한다면 이 중 상당부분을 조달할 수 있고 차입을 통해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롯데카드·캐피탈은 그룹의 지원가능성이 그대로 유지돼 신용도에 별 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분이 일본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은 롯데그룹의 국내 영업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은 대주주 적격심사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자금부담과 그룹 이미지를 고려할 때, 외부로 매각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주회사 설립 후 2년간 유예될 수 있어 아직 시간적 여유는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또 금융중간지주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한신평은 “롯데 금융계열사는 자체신용 보다 그룹의 통합 신용도가 훨씬 높은 수준으로 그룹 계열사들의 자본력과 현금창출력, 영업 및 전략상 중요성 등이 현재 신용등급에 반영돼 있다”며 “분리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계열에서 완전히 분리된다면 신용도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