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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리고 메르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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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7-13 00:24 최종수정 : 2015-07-24 15:40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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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6월 4일)에 저는 이 지면을 통해 ‘일류의 방식을 따르라’는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여러 카드회사들을 비교하면서 콜센터의 서비스 방식을 다뤘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글 중에 등장하는 S사, S그룹이 어떤 곳인지를 눈치 챘을 것입니다. 저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는 아예 ‘삼성이 삼성인 까닭’이라는 노골적(?)인 칭찬으로 그 칼럼을 링크시켜놓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그 글이 나간 지 불과 2~3일 만에 ‘S그룹’에 속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의 ‘중심’에 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초일류임을 자랑하는 병원이 방역에 실패함으로써 ‘따라할 방식’이 못되고 말았으니 칼럼을 쓴 저로서는 머쓱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페이스북에 링크해놨던 칭찬의 글을 슬그머니 삭제했습니다. 독자들의 항의와 비웃음이 들리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 ‘교만의 저주’를 경계해야

메르스가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을 때, 지하철을 타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쪽 한 구석에서 기침소리만 들려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상황이 그럴진대, 방호복 한 벌에 모든 것을 걸고 가족보다도 더 지근거리에서 환자를 보살피는 의료진들의 활동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 영웅적 모습에 진심으로 경의와 위로를 드립니다.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들도 이 점에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메르스 사태는 종식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병원들이 메르스에서 벗어나고 있음에도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계속 환자가 발생하자 마침내 그 병원의 모든 메르스 확진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삼성으로서는 치욕이요, 참담하고 뼈아픈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삼성을 소재로 삼아 또 글을 쓰는 이유는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비록 쓰라리게 아플망정 이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분명히 깨닫고 배워야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사태에서 얻을 교훈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만, 지면 관계상 ‘교만과 겸손’에 대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의 중간 간부가 책임을 추궁하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봤을 때 퍼뜩 떠오른 생각이 그것이었습니다. 병원 측이 즉각 사과했지만, 그런 발언의 바탕에는 교만한 ‘일류의식’이 있다고 봅니다. 설령,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탓하며 더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는 것이 ‘일류’다운 방식이 아니었을까요?

그 대답을 들으면서 저는 산업교육 강사들의 이야기가 기억났습니다. 기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좀 잘 나간다는 기업의 임직원들을 상대해보면 교만한 경우가 많다” “甲질이 몸에 밴 듯하다”고 말입니다. 물론 좋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당당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언행이 정말로 교만한 의식의 발로라면 그것은 큰 화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승자의 저주’와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란 직장 또는 인생에서의 승자가 자만과 방심에 빠짐으로써 결국 몰락(저주)을 자초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이것을 ‘교만의 저주’라고 말합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교수는 《역사의 연구(Study of History)》를 통해 고대 그리스, 로마 등 21가지 문명의 흥망을 연구하였습니다. 천년만년 영광을 누리며 번성할 것 같던 선진 강대국들이 왜 얼마 못 가서 망하게 됐을까를 연구한 것입니다.

그 연구에서 밝혀진 원인은 천재지변이나 외부의 침략이 아닌 내부의 고착적이고 권위적인 문화, 즉 ‘왕자(王者)의 교만과 안이(安易)’때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교만으로 인하여 균형감과 판단력을 상실하고 결국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역사에서 나타나는 승자의 저주를 토인비는 ‘휴브리스(Hubris)’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휴브리스란 바로 ‘자만’, ‘오만’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런 현상은 국가나 기업경영에서는 물론 개인에게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는 겸손함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증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즉, 미국의 500대 기업 중에서 좋은 기업을 뛰어넘어 위대한 기업이라고 평가할 만한 기업은 11개에 불과하다 했는데 그 위대한 회사를 이끌고 있는 CEO들의 공통점이 겸손이었습니다. 그들은 비길 데 없이 겸손했는데 콜린스는 “감탄을 자아내는 겸손”이라고 했습니다.

◇ 겸손해야 하는 까닭

잘나가는 기업의 임직원일수록 항상 ‘교만의 저주’를 경계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세상은 예전과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상시위기·복합위기의 시대입니다. 언제 어떤 일이 위기를 초래할지 모르는 복잡한 시대를 삽니다. 제아무리 초일류기업이라 하더라도 ‘한 방’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에서 그것을 보지 않았습니까. 이는 금융기관도 마찬가지요, 개인도 똑같습니다.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쇼’로서 겸손한 것이 아니라(그건 또 다른 교만이다) 진심으로 겸손해야 합니다. 잘 나갈수록, 일류일수록 자세를 낮춰야 합니다. 왜 그래야 할까요? 단순히 좋은 평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겸손해야 세상이 잘 보이고 잘 들리기 때문입니다. 겸손해야 세상의 이치가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야 위기가 보이고 대처방안이 보입니다. 그래야 ‘저주’를 비켜갈 수 있고 더 큰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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