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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complaint)을 통해 본 영국 금융소비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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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6-01 00:48 최종수정 : 2015-06-01 00:59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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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complaint)을 통해 본 영국 금융소비자
소비자보호는 판매이후는 물론, 상품개발과 마케팅 계획단계부터 시작해야

감독대상은 적합하지 않은 상품 선택에서 야기되는 불이익의 중요성이 먼저

우리나라는 금융감독원이 금융거래에서 발생한 민원 처리업무를 수행하지만 영국은 「Financial Ombudsman」(FO)이라는 금융민원 처리 전담기관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FO는 매년 5월에 연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2014/2015 연차보고서가 며칠 전에 발표되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금년 3월말까지 영국에서 금융상품과 관련된 신규 민원(complaint)이 약 33만 건 발생했답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작년에 우리나라의 금융상품 관련 신규 민원은 7만 8천 건이 조금 넘습니다. 우리나라와 영국의 민원 관련 제도가 다를 것이기에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우리와 영국 모두 민원이 가장 많은 금융상품이 보험 상품이란 점이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보험 관련 민원이 약 4만 4천 건으로 56%를 차지했는데 영국은 보험 관련 민원이 23만 건으로 71%가 넘습니다.

다만, 약 20만 4천 건이나 되는 「지급보장보험」 (Payment Protection Insurance, PPI) 민원을 제외하면 영국의 보험 관련 신규 민원은 약 3만 건으로, PPI 관련 민원을 제외한 전체 민원 약 12만 5천 건의 24%로 줄어듭니다. PPI는 주택저당, 대출, 신용카드 등의 부채가 있는 채무자가 실직 또는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 또는 사망하는 경우 상환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보험 상품인데 불완전판매가 심각해서 영국 금융시장의 지속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영국 금융회사들은 PPI의 혜택을 볼 수 없거나, 부분적으로만 볼 수 있는 고객들에게 무차별 판매했습니다. 예를 들어, 65세까지만 보상을 해주는 PPI를 68세의 고객에게 판매하거나, 실직할 위험이 없는 자영업자에게 실직위험까지 보장되어 보험료가 더 높은 PPI를 판매하였습니다.

PPI를 제외하고 보면 은행 관련 민원이 79,763건으로 약 64%나 되어서, 은행 관련 민원이 전체 민원의 15%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와 사뭇 다릅니다. 은행 관련 민원 중에서 FO가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packaged account」(PA) 민원입니다. PA는 은행의 당좌계좌(current account)에 휴대폰 보험이나 자동차 고장 보험, 유리한 대출 이율 적용 등 다른 기능을 포함시킨(packaged) 계좌를 말하는데, 은행은 추가된 기능에 대해서 매년 72파운드(약 12만원)에서 300파운드(약 51만원)의 사용료를 별도로 받는답니다. PA 민원은 21,348건으로 2015/2014년 중에 3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2014/2013년에도 1,629건에서 5,667건으로 약 3배 가까이 늘어서 불과 2년 사이에 열 세배가 넘었습니다.

PA 민원이 이처럼 급증하기도 하지만 FO가 보다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민원 급증세가 아니라 PPI처럼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태를 또 다시 몰고 올 가능성입니다. PPI 관련 신규 민원은 약 20만 4천 건으로 작년 약 40만 건에 비해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몬태규(Nick Montagu) FO 위원장은 그동안 접수한 PPI 민원이 130만 건이나 되고, 지금도 매주 4천 건씩 신규 민원이 들어온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영국에서 판매된 PPI가 무려 3,400만 건이나 된다니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악몽이겠지요.

2006년에 영국에 도입된 PA가 골칫거리가 된 이유는 PPI와 별다르지 않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금융소비자가 PA 이용 여부를 고민할 때 과연 그 소비자에게 PA가 유익한 상품인지 아니면 매월 사용료만 지불하게 될 상품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FO 관계자의 지적을 인용했습니다. PA가 도움이 될 금융소비자도 분명 있겠지만 금융회사에서 PA 사용료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거나 또는 금융소비자들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영국의 소비자단체인 「Which」는 PA 가입자 세 명 중 한 명꼴로 추가 비용만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영국 감독당국들도 PA를 좌시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금융감독청(FSA)은 2013년 4월부터 금융회사들에게 고객이 PA에 추가되는 보험 등을 이용할 조건이 되는지를 확인해서 조건이 되지 않는 경우 고객에게 알려야 하며, 조건이 되더라도 매년 다시 확인하도록 하였습니다. FO도 2013년 9월에 PA에 대한 사례조사를 발표하였고, 10월 24일에 BBC 등 방송을 이용해서 여러 차례 PA에 대한 주의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물론, 결과가 말해주듯, 문제는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제도권 금융회사가 판매하는 금융상품이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즉, “금융시장에서 혁신은 규제와 회계기준, 세금을 회피하는 쪽으로 이뤄졌다는 게 서글픈 진실이며, 금융위기가 발발할 때까지 금융혁신의 대부분은 금융업계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2001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금융상품이 적합하지 않은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에게 판매되어 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비용만 지불하게 되거나 뜻밖의 손해를 보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금융소비자가 완벽하게 합리적이라는 추정 하에서는 이런 문제를 고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합리적인 금융소비자들만이 예외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PPI 불완전판매나 PA의 민원 증가, 그리고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비합리적인 금융소비자들이 예외가 아니라 사실은 대다수일 수 있다는 것이고 바로 그 사실 때문에 FO가 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완벽하고 훌륭한 추정이라도 추정은 추정일 뿐입니다. 추정이 실제를 압도할 수는 없으며 압도해서도 안 됩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사람의 제한적 합리성을 주장하는 행태경제학(Behaviour Economics)이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고, 디지털화가 심화되면서 빅 데이터 활용기법도 날로 발전하고 있어, 금융소비자의 실제 모습을 거부하고 추정을 고집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추정 대신에 금융소비자들의 실제 모습을 취하게 되면, 영국 FSA가 그러했듯이, 금융상품을 바라보는 입장이 달라집니다. FSA는 2009년 3월에 발표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분석한 터너보고서(Turner Review)에서 금융소비자의 완벽한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금융시장 관(觀)을 준엄하게 자기 비판했습니다. 그 후 FSA는 2011년 1월에 ‘상품개입’(Product Intervention)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금융상품 판매 이후 단계”만 감독대상으로 하였던 기존 입장을 버리고 기존에는 감독대상이 아니었던 “금융상품 개발과 마케팅 계획 수립 단계”도 감독대상에 포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상품에 적합한 금융소비자들이 얻을 이익을 따져보는 것 못지않게, 그 상품에 적합하지 않은 금융소비자가 그 상품을 선택할 때 야기될 불이익을 따져봐야 함을 인식한 것입니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숱한 불완전판매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어느 입장이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너무도 자명합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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