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사주 화려한 변신, KDB대우증권 수익률 100% 육박
애물단지 우리사주가 보배로 달라졌다. 증권사 임직원에게 대규모 우리사주 매입붐이 일었던 시기는 지난 2011년 하반기. 금융당국이 대형IB육성차원에서 종합금융사업자를 도입하며 그 커트라인을 자기자본 3조원으로 못박아서다.
이 기준에 미흡한 대형증권사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덩치를 키우기 위해 나섰다. KDB대우증권이 같은 해 9월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한달 뒤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도 유상증자에 동참했다. 규모 면에서는 KDB대우증권 1조1242억원, NH(우리)투자증권 6000억원, 현대증권 5950억원, 삼성증권 4000억원 순이다.
이 가운데 시장의 냉담한 평가로 코너에 몰린 곳은 KDB대우증권이다. 증자규모가 너무 커서 주주가치희석 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은 당시 1조4000억원 규모의 초메가톤급 주주배정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비판을 자초했다. 그때 자기자본 규모는 약 2조7000억원. 대형IB 라이선스를 위해 필요자금은 대략 3000억원이었으나 이보다 무려 3배나 많은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이다. 발표 다음날 KDB대우증권 주가는 14.1% 급락하며 가격제한폭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딴판이다.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가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의 신주발행가는 8230원. 하지만 지난 15일 종가는 1만6850원으로 거의 두 배가 넘는다. 증자붐에 동참한 증권사들의 주가도 급등한 것도 마찬가지다. NH(과거 우리)투자증권 9530원에서 1만6900원, 삼성증권 4만6900원에서 6만5700원, 현대증권 8500원에서 1만2050원으로 크게 뛰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주가가 뛰며 시장의 혹평을 받았던 KDB대우증권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다. 증자규모가 워낙 큰 탓에 우리사주 배정규모도 덩달아 훨씬 더 많이 배정됐기 때문이다. 우리사주 배정규모는 KDB대우증권 2248억원, NH투자증권 1272억원, 삼성증권 787억원, 현대증권737억원으로 KDB대우증권이 압도적인 1위다. 당시 우리사주조합원 수가 3000명 수준이고, 우리사주 청약율이 약 94%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배정규모가 약 7400만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팔지 않고 자사주를 홀딩했다면 주가가 두배로 뛰어 임직원 1인당 평균 7400만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 대규모 유상증자 오히려 득, 추가상승 ‘무게’
하지만 이같은 주가상승으로 대박을 터트린 임직원은 제한적이다. 지난 2012년 11월, 12월 당시 보호예수(1년 매각제한)가 풀리며 주가가 신주발행가보다 약 10% 정도 웃돌자 상당수가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자사주 지분은 우리사주보호예수 해제 이후 1년동안(2012년, 2013년 9월 기준) KDB대우증권 7.21%→3.29%, NH투자증권 6.57%→3.61%, 삼성증권 2.20%→1.36%로 낮아졌다. 대형증권사 직원은 “당시 시장에서 증권업에 대해 워낙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느냐”라며 “본전을 찾는 수준에서 절반 정도 처분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약 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배정받은 증권사 팀장은 “임원 등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대부분 대출을 끼고 매입했다”라며 “매달 원금+이자가 거의 70~80만원 정도 나오는 상황에서 부담이 만만치 않아 버티기가 어려웠다. 손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모두 정리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우리사주를 홀딩중인 임직원들의 시세차익은 지금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증권주가 연초 이후 급등했으나 실적개선이 거의 확실시되며 추가상승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연구원은 “지난 2013년 일본 증권주를 저점에서 4배 상승시킨 요인, 즉 증권사의 사전적 다운사이징, 주식거래대금 급증, 실적 모멘텀 확보,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등 자본시장 활성화의 정책 수혜 등을 우리나라 증권주도 확보했다”라며 “2분기 이후에도 주식거래대금은 일기준 10조원을 크게 상회할 만큼의 강한 증시자금 유입이 예상되며, 이는 증권주의 추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