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외부문 흑자로 소득 늘려 내수 살려야”](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50308214849137009fnimage_01.jpg&nmt=18)
세계경제 호조에도 우리 수출 어려워질 것
이재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경제연구팀장은 지난달 24일 연세대에서 열린 ‘201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중 한국국제금융학회가 주최한 라운드테이블에서 “수출을 통한 낙수효과가 하락하고 있다”며 대외부문 정책 방향 변경 필요성을 주장했다.
생산과 투자확대에 초점을 맞춘 기존 대외부문 정책의 직접적 목적을 이제는 소득확대로 수정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규모가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GDP 규모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수출의 고용유발계수 추이도 1998년 19에서 2003년 8, 2012년 5.4로 떨어졌다. 수출을 통한 부가가치율도 과거 60~70%에서 40%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이 팀장을 만났다. 그는 “기존 대외부문 전략은 수출확대가 생산, 투자확대로 이어져 고용과 내수도 오르고 다시 투자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였다”며 “그런데 이제는 수출이 늘어도 파급효과가 적으니 수출확대를 소득증대와 직접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수출을 통한 고용확대가 잘 됐지만 이제는 수출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가장 큰 소비활동인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쌓아놓은 돈을 소득으로 연결시켜 내수를 살리자”는 주장이다. 때마침 최경환 부총리도 기업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나선 터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원인에 대해 이 팀장은 “우리나라가 경제 성숙기라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건 국내에서 사업성 발굴이 어렵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IMF 직후 경영권 분쟁 경험을 가진 대기업들이 외국인 자본에 대비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 덧붙였다.
이 팀장은 소득증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무엇보다 대기업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에 대한 마진 합리화를 꼽았다. “대기업은 수익 규모가 큰 만큼 수익률 상승이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의 수익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기업 수익률이 훨씬 높아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성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는 “중소기업 수익률 하락은 이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도 있다”면서도 “그런데 우리나라 중소기업 경쟁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인력난인데, 사람이 없는 건 결국 임금 때문”이라 진단했다. “한 가구를 꾸려나갈 수 있는 자기재생산이 가능한 월급도 안 나온다면 차리라 노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경쟁력은 적정 마진 유지와 임금을 높여 인력을 확보하는 데서 온다”고 이 팀장은 설명한다.
기업이 돈을 쌓아두는 것은 물론 가계도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이 팀장은 “현재 가계가 소비를 안 하는 건 빚 때문”이라며 “소득이 늘어나면 가계의 부채상환부담률이 낮아지고 시간이 지나면 소비도 늘 것”이라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높은 가계부채는 금리문제와도 직결된다. 한편에선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만 향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 시 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팀장은 “지금 가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기업에서도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은 부채가 점점 커지고 있어 나라가 빚으로 살고 있는 느낌”이라며 “글로벌 위기 직전 부채비율이 GDP 대비 125%까지 치솟았던 수준은 아니지만 금리인하하면 부채비율 상승 가능성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하는 기업투자 유인책인데 과연 미래의 부채증가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효과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 덧붙였다.
이 팀장은 “일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우면 금리를 낮춰 기업 투자 활성화를 하려고 하는데 지금은 금리인하하면 버블만 생기고 자산가치만 오른다”며 “금리인하해도 기업의 투자효과는 불확실한데 미래 부작용은 확실하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세계 교역증가율과 비교해 큰 폭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주요 교역국들이 자국 내 고용개선과 부가가치 증대를 위해 제조업 성장과 유치 전략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자국 내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미국도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좋아져도 우리나라 수출은 더 어려워지고 미래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거죠.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부품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우는데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없네요.”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