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조기통합 후 1개월 이내에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선별적 전환을 조건으로 달았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하나금융이 무기계약직 직원 전원을 급여나 복지, 승진기회에 있어 기존 정규직과 똑같이 누릴 수 있는 정규직 전환을 하기로 했다는 일부 미디어의 보도는 공식적으로 부인됐다.
다른 시중은행들처럼 정규직 전환을 하더라도 별도 직군을 따로 만들어 인사관리를 하는 방식을 따를 것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 “노조 무리한 요구”-“이미 합의했던 사안”
하나금융은 7일 정규직 전환관련 경영진의 입장을 발표하고 “하나은행 및 외환은행의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후 1개월 이내에 진행하기로 경영진이 양보했다”며 “외환은행 노조가 정규직 전환 시기 및 대상, 급여 수준, 자동승진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6급 전환은 승인하지만 전환 시기나 급여 수준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외환은행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외환은행 노조가 △무기계약직 전원을 6급 정규직으로 즉시 전환 △기존 6급 정규직 급여기준 적용 △일정기간 경과 후 전원 5급으로의 자동승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상당한 비용부담이 오기 때문에 경영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하나금융 경영진은 조기통합 후 1개월 이내에 무기계약직을 6급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선별할 것이며, 급여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정기간 경과 후 별도의 승진심사를 통해 승진기회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무기계약직 전원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정규직 전환은 이미 2013년 10월 임금단체협상(임단협) 합의사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대화기구 발족이나 조기통합과는 별개로 시행돼야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기존 노사합의로 정했던 시행일자인 2014년 1월에 이뤄지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합의대로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제시하는 반박의 근거는 지난 2013년 10월 29일 윤용로 전임 외환은행장과 맺은 ‘무기계약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관련 합의서’다.
김정태닫기

◇ 무기계약근로자 전원이냐 아니냐
이 합의서 내용을 놓고 하나금융 경영진과 외환 노조는 첨예하게 대립된 시각으로 맞서고 있다. 하나금융쪽에선 무기계약근로자 전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 합의가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반면에 외환 노조는 무기계약근로자 단어 자체가 모든 무기계약직을 뜻한다며 맞서고 있다. 또한 정규직 전환 문제는 이미 합의된 사항으로 대화기구 발족이나 조기통합 논의를 위한 조건이 될 수 없다고 외환은행 노조는 반박했다. 하나금융은 정규직 전환을 통합 후 1개월 이내에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조기통합을 선결 조건으로 걸고 있어 팽팽한 대치 전선이 연초부터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정규직 전환 대상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직원 3400명에 대해서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이 다르다. 외환 노조는 임단협 합의서를 근거로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2000명에 대해서만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무기계약직원만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하나은행 무기계약직 1200명까지 더해 34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경영상의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에 대해서도 양측이 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파행을 거듭해 현재 대화중단 상태”라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외환은행 노조의 요구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진정성 있는 대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