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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호구고객)이신가요, 상호갱이신가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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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12-14 21:29 최종수정 : 2014-12-14 21:39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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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호구고객)이신가요, 상호갱이신가요?
펀드투자자의 90%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권유에 의존

판매회사에 유리한 상품이 팔리는 이유도 고객의 관습 탓

요즘 휴대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세계 인구의 70%가 휴대폰을 이용하리라는 전망도 있답니다. 심지어 북한에도 휴대폰 이용자가 200만 명이 넘는답니다. 더욱이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휴대폰의 기능이 대폭 확대되어 잠시라도 손에서 놓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 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 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쉽게 보게 됩니다. 휴대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아주 어린 친구들이나 아주 나이 드신 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덕분에 가계부문의 통신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답니다.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소위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또한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국내 모 일간신문사에서 20년 이상 통신을 담당해 온 기자가 자신의 스마트폰 요금을 크게 줄인 체험기를 지면에 올려서 화제입니다. 5분 동안 상담 받고 통신요금을 절반 이상 줄였답니다. 어지간한 정책으로도 실현하기 어려운 효과입니다. 상담 전 6개월 평균 통신비가 월 5만 3800원이었는데 상담 후 예상치는 월 2만 4450원으로 줄었답니다.

게다가 같은 통신사 가입자인 가족끼리는 무제한 무료로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 기자는 자신이 그동안 ‘호갱’(호구 고객) 중에서도 ‘상호갱’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기자의 대학생 아들은 아빠가 통신업체 출입하는 기자가 맞느냐고 한 마디 던지며 한심하게 바라보고 다른 가족들 역시 아들을 거들었답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틈만 나면 ‘고객 가치 향상’을 외칩니다. 단통법 시행 때도 이동통신 3사가 돌아가며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고객 가치 향상에 힘쓰겠다고 강조했지만, 호갱에 대한 배려는 없답니다.

그 기자는 현재 쓰는 요금제가 자신의 이용행태에 맞는지 알아볼 생각조차 없이 이동통신사가 챙겨줄 것으로 믿고 다달이 청구되는 요금을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내고, 단말기 역시 잘 관리하며 몇 년씩 사용하는 가입자가 호갱이고, 동일 요금제를 2~3년 이상 사용하고, 단말기를 2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면 상호갱이라고 정의했는데 중·장년층과 어르신들 중에 호갱이 많답니다.

20년 이상 통신을 담당해 온 기자가 이런 고백을 하게 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귀찮은 일 미루기’입니다. 기자 스스로도 통신요금 절감하는 방법으로 대리점이나 고객센터를 자주 들려볼 것을 권하는 기사를 여러 차례 썼지만 자신은 이를 미루고 또 미루다 3년여 만에 방문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복잡성’입니다. 국내 이동통신요금 체계가 얼마나 복잡한지는 아는 사람은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즉, 이 문제가 그 기자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겠지요. 아마도 휴대폰 이용자 중 상당수는 지금도 여전히 상호갱일 것입니다. 이동통신사들이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적당한 요금제로 바꿔주거나 바꾸라고 권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일축한답니다. 고객정보를 가지고는 있지만 고객 동의가 없으면 볼 수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지요.

어쩌면 이렇게도 펀드 투자의 경우와 유사한지 신기합니다. 펀드투자는 대개 상당한 금액이 걸려있음에도 대부분의 금융투자자들은 여러 펀드 판매회사에 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다고도 하지만 귀찮기 때문이지요. 대부분 주로 거래하는 판매회사를 방문해서 권유를 받거나 언론매체 또는 지인들의 소개를 받아 투자 상품을 선택하곤 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소개했지만 저희 재단이 2007년 이후 매년 실시하는 펀드 투자자 서베이에서 일관되게 투자자 열 명 중 여섯 명은 금융회사에 가서 펀드를 선택합니다. 열 명 중 네 명은 펀드를 먼저 선택하고 금융회사를 방문한다지만 그 중에서도 80% 이상은 언론매체, 인터넷, 지인, 금융회사 홈페이지, 강연회 등을 통해서 펀드를 선택한다고 답변했으니, 실제로는 투자자 열 명 중에 아홉 명 이상은 다른 이들의 의견을 주로 참고한다는 의미지요.

특히, 열 명 중 세 명은 다른 펀드와 비교도 해 보지 않고 펀드를 결정했답니다. 투자가 이루어진 후에 그 상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도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펀드 투자자 서베이에서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운용보고서를 읽어 보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도 2007년 이후 일관되게 절반이 넘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배경 역시 귀차니즘과 펀드의 복잡성입니다. 자신의 수요에 맞추어 적합한 펀드를 선택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투자 위험을 예측하기가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투자의 기대수익과 위험은 빛과 그림자처럼 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투자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교육을 통한 지식의 함양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식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펀드 투자자들과 이동통신 가입자들도 유사하지만 펀드 판매회사들과 이동통신사들도 매우 유사합니다. 펀드 판매회사들도 고객 가치 향상을 외치고, 고객들이 지불하는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이기 때문입니다. 판매회사들은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권유할 유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금융회사는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금융시장에서 이제까지 그런 이유로 신뢰를 잃은 금융회사가 전 세계에서 몇 개나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2년에 그렉 스미스(Greg Smith)라는 직원이 골드만삭스에서 승진하려면 잠재적 수익성이 없어 회사가 처분하려는 애물단지를 고객에게 떠넘기고, 회사에 이익이 될 고객을 잘 끌어오고, 유동성이 떨어지고 설계가 복잡한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폭로해서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골드만삭스에서 승진하려면 고객을 주인이 아니라 ‘봉’으로 보아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합리성의 잣대만을 기준으로 보면 호갱이나 상호갱 노릇을 하는 이동통신 가입자들이나 판매직원의 권유만 듣고 펀드를 선택하는 펀드 투자자들은 분명히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만 펀드 투자자 중에 90% 이상이 펀드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현실에서 그들을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재단하는 기준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사람들의 제한적 합리성을 주장하는 행동경제학을 정책 추진에 활용하는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합리적인 잣대를 충족하도록 끌어 올리려 애쓰기 보다는 평범한 보통 투자자들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에서부터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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