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고 시기의 문제긴 하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 금리인상도 확실시 되면서 ‘슈퍼달러 시대’가 온다는 말까지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엔저까지 강달러를 부추긴다. 한편 달러강세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화예금으로 자금들이 모이고 있다. 은행들의 외화예금 도 점점 늘고 있다.
◇ 환율변동 따라 예금잔액도 ‘출렁’
외화예금이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는 상품인 만큼 은행별 외화예금 잔액도 환율을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환율 하락기에 외화예금 잔액이 증가하고 상승기엔 잔액이 감소하는 식이다.
지난 1월 2일 1050.5원으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1월말 미 연준이 2차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내린 직후이자 설 연휴가 끝난 2월 3일 1086원으로 치솟으며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1060~1070원대 수준을 유지하던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3월 말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7월 2일 1007.5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8월1일 1014.5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세자릿수 진입 공포마저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달러강세와 엔화약세의 영향으로 9월 1일 1012원을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현재 1080원선 돌파도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10월말 기준 110억 6200만달러로 시중은행 가운데 외화예금 잔액이 가장 많은 외환은행의 외화예금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1월말 105억 200만달러에서 2월말 110억 8400만달러로 증가했다가 3월말엔 108억 2800만달러로 잔고가 소폭 줄었다. 그러나 3월말부터 시작한 환율 하락과 맞물려 4월말 116억 8200만달러에서 8월말 130억 5600만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환율 반등을 보인 9월말엔 102억 3100만달러로 급락했다.
다른 은행들도 추이는 비슷하다. 우리은행 외화예금 잔액도 3월말 51억 8500만달러를 시작으로 8월말 69억 9100만달러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가 9월말 62억 1600만달러로 상승세가 꺾였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 환전 및 송금 수수료 우대
외화예금은 환율하락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손실 보전은 불가능하다.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매력을 지니며 저금리 예금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화예금은 원화를 달러, 엔화, 위안화 등 해당통화로 환전해 적립했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이를 해당통화로 받거나 원화로 다시 환전해 받는다. 이때 외화 대비 원화의 환율이 가입 당시 보다 올랐다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자에는 세금이 붙으며 외화예금도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은행에 따라 환전수수료를 할인해 주거나 예금한 외화를 인출하지 않고 해외로 송금하면 송금수수료 혜택도 제공한다.
외환은행의 대표적인 외화예금 상품 ‘하이파이(HiFi) 플러스 외화예금’은 적립식펀드처럼 수시로 금액 제한 없이 불입할 수 있으며 만기 전까지 최대 5회 인출할 수 있는 적금형 외화예금이다. 미달러, 유로, 엔, 캐나다달러, 호주달러 등 10개 통화가 예치가능하며 7일 이상 예치하면 외화정기예금과 동일한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예치기간은 3개월에서 24개월 이내다. 1월말 3억 2300만달러였던 잔액이 10월말 4억 1000만달러로 26.9% 증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력 외화예금 상품은 ‘외화 체인지업 예금’이다. 10월말 예금 잔액이 23억 200만달러로 같은 시점 신한은행 전체 외화예금 잔액인 47억 8900만달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9가지 통화를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고 최저 환율을 지정해 자동이체 등록을 하면 자동매매가 가능해 환율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원화와 외화 전환 시 40% 환율우대를 받을 수 있고 외국통화 간 전환이 자유롭게 가능한데 이때도 50% 환율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출시된 외화예금 상품 중에는 농협은행이 5월 29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다통화 월복리 외화적립예금’이 눈에 띈다. 하나의 계좌에 10개 통화를 자유롭게 입금하면서 만기이자는 월복리로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예금 잔액도 6월말 464만달러에서 10월말 2845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또한 농협은행은 내년 3월 31일까지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뱅킹을 통해 ‘다통화 월 복리 외화적립예금’ 등 외화예금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펼치며 고객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SC은행도 외화예금 고객 유치를 위해 특별금리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내년 2월말까지 미화 1000불 이상 환전 후 해당 금액을 ‘초이스외화보통예금’에 신규 예치하는 개인고객에게 예금 가입 후 6개월 간 연 1.0%(세전) 특별금리를 제공한다. 현재 이 상품의 약정금리는 연 0.1%(세전)다. 또한 해당 예금 신규 가입을 위한 환전 시 80%의 환율 우대도 제공한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