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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제로(0)

김미리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4-11-02 23:57 최종수정 : 2014-11-03 00:27

[기자수첩]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제로(0)
‘애물단지’, ‘빈수레’, ‘무리수’. 최근 출시되고 있는 정책성보험들에 붙는 꼬리표들이다.

정책성보험은 정부정책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보험사의 충분한 검토가 어렵고 그에 따라 자연히 실효성 문제가 불거진다. 더욱이 정권이 바뀌면 그만큼 추진력도 떨어져 유명무실해지는 양상을 반복해오면서 오래 전부터 보험업권의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다.

또 그만큼 언론의 질타와 수많은 실패의 고배를 마셔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 기치를 내세우며 4대강 사업과 함께 열을 올렸던 자전거보험 역시 그러했으며, 올해 출시된 장애인연금, 4대악보험도 형편이 다르지 않다. 때문에 뒤이어 출시를 앞둔 난임보험 역시 출시 전부터 이와 비슷한 궤도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정권색이 짙은 4대악보험의 경우 보험에 가입해야할 지자체들이 야당 지자체장들을 중심으로 보이콧하면서 유명무실화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 같은 양상에 보험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새로이 시장에 내놓은 상품이 잘 팔리고 팔리지 않고는 당연히 시장에 맡겨야 할 일이다. 문제는 고심 끝에 새롭게 개발된 상품들이 ‘정책성보험’이라는 틀에 싸잡혀 시작도 전부터 ‘실패’라는 꼬리표를 단다는 점이다. 언론, 여론을 비롯해 동종업계에서조차 ‘안 될 상품’이라고 못박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만들어지는 상품들이 있어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들이 모두 싸잡아 실패라고 낙인찍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할 개발자들의 상품개발 의지마저 꺾는 일이 될 수 있다. 삐딱한 시선이 잘못된 점을 바로잡을 수도 있지만 맹목적인 비판은 보험업계에도 소비자에게도 결코 이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보험사들은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나마 탈출구라는 해외시장 진출은 여전히 투자여건이나 각종 규제들이 길을 막고 있는데다, 현지화를 위한 기반마련도 쉽지 않아 아직까지는 요원한 상태다.

특히 손보업계의 숙원과제인 ‘일반보험 활성화’는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다양한 상품들의 개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새로운 시도가 없는 한 발전은 없다. 상품을 만들어 실패를 한다해도 상관없다. 실패가 실패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도를 통해 얻어진 경험들이 새로운 역량과 노하우로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실패했던 보험상품이나 담보들이 새로이 부활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손해율 급증으로 몇 년간 판매가 중지됐던 암보험의 경우 몇몇 보험사들이 시장에 다시 내놓으려 하자 대부분이 부정적인 시각을 보냈다. 또다시 손해율이 올라 경영상 타격을 입힐 것이란 분석이었다.

그러나 다시금 시장에 나온 암보험은 ‘두 번보장’, ‘계속보장’, ‘단계별 보장’과 같이 2세대, 3세대 암보험으로 새롭게 진화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이뤄냈다. 우려와 질타에 밀려 출시하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성과와 발전이다.

올해 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난임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의 성공 가능성은 미미하지만 시장성이 커지고 노하우가 쌓여간다면, 태아보험, 어린이보험 등 다른 상품과 결합하거나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모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역시도 처음의 시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누군가 말한다.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제로(0)”라고. 보험업계가 수많은 가지와 잎을 길러내며 풍성한 숲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넘어지고 부딪힐 지라도 그보다 더 많은 시도와 경험들을 이루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타 뿐 아니라 그만큼의 격려도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동종업계간의 ‘나만 아니면 돼’식의 비난도 사라져야 할 때다. 공멸이 아닌 상생, 정체가 아닌 발전만이 현재 보험업계가 짊어진 무거운 짐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동력들을 발판삼아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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