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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엉뚱한 증인과 엉뚱한 질책 ‘황당한 국감’

김미리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4-10-19 17:45 최종수정 : 2014-10-19 18:49

[기자수첩] 엉뚱한 증인과 엉뚱한 질책 ‘황당한 국감’
지난 16일 치러진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보험업계에서는 자살보험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ING생명 이기흥 부사장과 함께 현대해상 정락형 상무가 일반증인으로 채택됐다. 미지급 자살보험금 문제로 증인채택이 당연시 돼 이미 마음의 준비가 끝났을 ING생명과 달리 현대해상 측에서는 이번 증인 채택을 두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화재보험 보험금 지급회피 관련 경영책임’이라는 짧은 신문요지 외에 정확히 어떠한 사항에 대한 것인지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했기 때문인데, 자칫 소명의 기회도 없이 뭇매를 맞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현대해상은 화재보험과 관련해 부지급건, 민원사항 등 다방면에서 상황파악에 나섰으나 정확히 짐작 가는 바가 없어 난색을 내비쳤다. 수감기관인 금감원에서조차 어떤 건에 대한 것인지 물어올 정도였다. 보험업계 내에서도 이 같은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정작 증인을 채택한 정무위 여·야 간사실에서는 신문요지 이외에는 아는바가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결국 화재보험과 관련해 다방면의 검토와 답변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국감이 열리자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이날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정락형 상무에게 지난 2005년 11월경 서울 금산구 독산동에서 있었던 교통사고와 관련해 사고를 당한 남모씨를 진단한 의사 2명이 진료기록부를 누락했는데 해당 의사가 현대해상의 자문의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해상이 보험금을 미지급하기 위해 의사들과 공모한 거 아니냐며 호통을 쳤다.

정 상무는 일반보험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일반보험은 화재, 해상, 책임, 특종 등의 보험을 통칭한다. 신문요지가 ‘화재보험’이었던 만큼 적합한 증인이었지만 자동차사고 문제라면 다른 증인을 채택했어야만 했다. 현대해상의 다방면의 검토는 수포로 돌아갔다.

정 상무 역시 본인이 자동차보험 담당이 아니라 이 사항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하며 당황하자, 김 의원은 비슷한 사항들을 예로 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보험사들이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더욱이 법원판결까지 난 사항인데 왜 모르냐며 증인의 답변조차 제대로 듣지 않았다.

신문은 보험사의 소송남발을 자제하라는 말로 끝을 맺었으며, 이에 정 상무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살펴보고 소송총량제 도입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답변을 마쳤다. 제대로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내놨다기보다 쫓기듯 내놓은 답변이었다.

이번 일은 의원실에서 보험의 종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지만, 증인선택이 잘못됨에 따라 결론적으로는 국감의 취지에 맞는 적합한 답변을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업에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꼴이 돼 단순히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앞서 국정감사 첫날 증인채택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여·야간 공방에서 일부 의원은 기업인들을 출석시킨다고 해서 호통만 치지 제대로 소명할 기회를 주기나 했었냐며 증인채택과 관련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이번 국감 역시 ‘질문을 위한 질문’과 호통으로 점철된 내용 없는 국감이란 질타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요원해 보이기는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기업인이나 민간인에 대해 일반증인·참고인 출석을 요청할 경우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을 것인지 등에 대한 신문요지서를 미리 보내주고, 증인과 참고인이 사전답변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가 국민을 대표해 정부의 법 집행을 감시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이상 소모적이고 보여주기식 ‘호통치기 국감’이 아니라 남은 기간이라도 제대로 된 감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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