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책당국 금리인하시그널, 기대감으로 시장금리 하락
증권사가 채권운용에서 대박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인하추세에 발맞춰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채권보유를 거의 풀로 늘리고 있는데다, 채권운용전략의 예상대로 시장금리가 움직이면서 안팎으로 호재만발이다.
대형증권사는 채권보유를 앞다퉈 늘리고 있다. 현재 대형증권사의 평균채권보유규모는 약 12조원에 웃돈다. 금융감독원(2014년 3월 기준)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이 약 13.99조원으로 1위다. KDB대우증권이 13.55조원으로 자웅을 겨루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11.92조원, 삼성증권 11.75조원으로 11조원대다. 미래에셋증권 8.5조원, 현대증권 8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떨어질수록 채권가격이 오르는 채권운용의 특성상 올해 금리인하기조의 훈풍을 타고 지난 1,2분기에 채권평가이익이 발생했다.
긍정적인 것은 3분기에도 이같은 금리인하행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8월 0.25% 금리인하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연 2.25%인 상황. 막상 금리인하가 결정되자 주요 채권트레이딩대상인 국고채 단기, 중기물의 금리는 약 5bp가 뛰었다. 당시 시장금리의 반등이 되레 금리인하종료의 시그널로 인식되며, 채권장사가 끝났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정책당국이 추가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며 상황은 역전됐다. 최근 정부는 ECB(유럽중앙은행)의 깜짝 금리인하 및 유럽, 일본, 중국의 양적완화추진 분위기와 맞물려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비한 통화완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실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호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국내 경기부진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대하는 발언을 하는 등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오는 10월 금통위에서 추가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채권트레이딩의 손익을 쥐락펴락하는 시장금리도 하락하는 상황이다. 대표단기물인 국고채 3년물은 지난 8월 금리인하 직후 한때 2.58%로 단기고점을 찍었으나 지난 23일 2.346%로 추락했다. 이는 역대최저수준으로 10월 금통위가 다가올수록 역대최저치경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채도 모두 하락세다. 비슷한 시기에 국고채 5년물은 2.82%에서 2.582%로, 국고채 10년물은 3.14%에서 2.961%로 떨어졌다. 채권트레이딩에 영향을 주는 시장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3분기에도 적지않은 채권평가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보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올해 금리는 하향안정화 추세이고 지난 8월 금리인하결정에 따라 증권사의 상품운용손익은 증가했다”라며 “금융주 가운데 금리하락의 수혜를 받는 업종은 증권업이 유일하며 증권업은 실질적으로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선호 연구위원은 “오는 10월 경제지표 발표도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실어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결국 9월말 이후 시중금리 하락세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약 11조원의 대형증권사보유채권 규모와 확대된 듀레이션을 통해 3분기 대규모 채권평가이익발생이 추정된다”고 말했다.
◇ 채권운용 3분기에도 롱전략유효, 듀레이션 적극적으로 연장
이같은 분위기와 맞물려 채권운용부서도 듀레이션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수익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채권운용부 관계자는 “금리인하기조를 적극적 반영해 채권운용을 롱위주로 운영하고 있다”라며 “대부분 시장참가자가 상당부분 롱포지션을 쥐고 듀레이션을 이미 늘렸으며, 나머지 장기채권에 대해서도 프라이싱을 어느 정도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단기채가 성과가 좋다”라며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프랍트레이딩의 성적이 좋지 않을 뿐 원리원칙에 맞게 시장에 순응할 경우 대형사, 중소형사관계없이 성과가 잘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10월 예상대로 금리인하가 단행할 경우 포지션변경도 유력하다. 대형사 운용본부장은 “금리인하는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가계부채, 인플레 등 부작용도 뒤따르는 데, 10월 금리인하 이후에도 과연 추가금리인하를 단행할지 회의적”이라며 “조만간 미국 양적완화종료이슈도 있어 4분기부터는 롱위주에서 헤지포지션을 늘리는 등 보수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