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경험통계 부족으로 차후 손해율 상승우려가 있는 만큼 안전할증 확대를 통한 요율산출의 자율성 보장 등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新시장 잡자…간편심사보험 출시 러시
1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대형사들을 비롯한 중소형 손보사들이 올해 들어 간편심사보험 출시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지난 2월 고혈압, 당뇨 유병자도 간편하게 가입이 가능한 ‘LIG실버암보험’을 출시한 LIG손보를 필두로 현대해상이 4월 ‘간편가입 건강보험’을 출시했으며, 삼성화재도 지난 6월 간편심사 기능을 갖춘 ‘시니어암보험’을 출시했다. 비슷한 시기 한화손보도 ‘마이라이프 스마트 건강보험’을 출시했으며, 이어 MG손보가 지난달 ‘건강 100세 실버암보험’을 출시하면서 대열에 합류했다.
간편심사보험은 가입시 기존의 가입심사 과정 대신, 피보험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몇 가지 질문만으로 가입심사를 간소화한 상품이다.
기본적으로 서류제출이나 건강진단 없이 암진단이나 치료여부, 2년내 입원이나 수술여부 등 간단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에 보험가입이 거의 불가능했던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자도 가입이 가능하며, 가입연령을 75세에서 많게는 80세까지 늘려 고령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최근에는 암 경력과 에이즈를 제외한 모든 질병을 인수하는 유병자보험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일부 외국계 생보사들의 틈새시장에서 보험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으며 손보업계도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선 것.
삼성, 현대를 비롯해 올해 간편심사보험을 출시한 5개 손보사들의 신계약실적을 살펴보면 총 28만3553건을 판매해, 142억4900만원의 초회보험료를 거뒀다.
각 사별로는 현대해상이 12만9109건, 57억6300만원의 실적을 거둬 가장 높은 판매고를 보이고 있으며, LIG손보(9만6778건, 40억8900만원), 삼성화재(4만2918건, 35억9100만원), 한화손보(9779건, 6조1200만원)순으로 이어졌다. MG손보의 경우 출시 한달 만에 4969건을 판매해 1억9400만원의 실적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건강보험, 암보험, 운전자보험 등 새로운 상품들이 출시됨에 따라 시장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화가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정적인 틈새시장이라기 보다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손보사 한 관계자는 “출시이후 가입건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한 달 평균 1만건 이상을 판매하면 좋은 상품으로 본다”며,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있어 새롭게 시장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기존의 경험통계가 부족하고 건강체에 비해 위험률이 높은 만큼 손해율 상승우려가 있어 차후 시장은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손해율 상승우려…행보 ‘조심조심’
고령자나 유병자의 경우 일반 건강체에 비해 병원에 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보험금도 그만큼 많이 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차후 손해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보험업계는 감독당국 역시 고령화를 대비해 주목하고 있는 상품이라 보험료 인상에 제약이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시장이 워낙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간편심사 보험 도입이 새로운 블루오션인 것만은 확실하다”며, “그러나 간편심사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유병자나 고령자이기 때문에 그만큼 보험금이 지급될 개연성이 높아 사실상 손해율이 상승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도 고령화를 대비한 사회안전망으로 간편심사보험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데, 손해율이 올라가도 당국에서 지금처럼 보험료를 규제할 경우 보험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고령화를 대비한 민간보험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성에 타격이 없도록 안전할증 확대 등 요율산출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의 상황과는 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어 주목된다. 동부화재는 지난 2012년 선도적으로 간편심사보험인 ‘꼭필요한실버보험’을 출시했지만 월 판매량이 100건이 조금 넘는 등 실적부진으로 인해 올해 3월 판매를 중단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사실상 실적부진으로 인해 판매를 중단했다”며, “시장에 일찍 진입한 생보사들의 경우 간편심사보험 실적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손보는 아직까지 많이 확대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간편심사보험이 손해율 상승 등 역기능이 존재하는 만큼 당분간 새로운 상품 출시는 계획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