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연합학술대회] 미미한 보험사기가 더 위험하다](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40827222006133253fnimage_01.jpg&nmt=18)
지난 20~21일 양일에 걸쳐 강원도 오크밸리에서 열린 보험연합학술대회도 보험사기를 주제로 한일 공동세미나가 개최됐다. 보험연구원과 보험학회, 리스크관리학회, 연금학회, 보험법학회 등 4개 학회가 모임을 주관했다.〈편집자주〉
보험사기는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보험사를 기망하는 행위를 뜻한다. 한국은 보험사기 규모가 민영보험에서 3조4000억원, 국민건강보험에서는 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범죄행위가 증명돼 적발된 규모는 5000억원 정도다.
미국도 800억~960억달러로 추정되며 영국, 독일도 각각 32억유로, 40억유로로 추산되고 있다. 보험사기는 전 세계적 문제인 셈이다.
국내에서 보험사기로 보험금 누수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90년대 말쯤에 부각됐다. 당시 ‘나이롱환자’라는 표현이 대중화 되면서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생긴 것이다. 2000년 초부터는 폭력조직이 보험사기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범죄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 연성 보험사기가 증가하자 보험금 더 받으려는 꼼수가 일상적인 일처럼 돼버려 죄의식이 많이 희석됐다. 보험사기 연구결과도 연상사기의 증가현황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송윤아 보험연구원 박사의 설문에 의하면 응답자의 24~36%는 연성사기를 용인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1년 보험개발원 자료에도 국내 교통사고 피해자 입원비율이 58.5%로 일본의 9.5배라고 조사됐다.
연성사기가 위험한 점은 또래집단이 보험사기를 용인하면 자신도 보험사기를 용인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두 사람이 하면 범죄지만 모두가 하면 그냥 일상이 된다는 것. 해결책의 방향은 공통적으로 사기 적발확률과 제재강도를 높이고 성공편익을 줄이는 방안이다. 손해가 크고 이익이 적다면 굳이 보험사기에 가담치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더불어 보험사끼리 정보공유를 통해 공동대응하고 제3자(설계사, 정비공, 의료진)와 연계해 관련 종사자들의 보험사기를 경감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 범정부 차원의 대응…인력·인프라 충분치 못해
정책당국은 보험사기에 대해 법제적으로 대응했다.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사기 금지의무를 신설하고 조사업무의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금지의무자의 범위도 피보험자에서 보험계약의 이해관계자로 확대했다.
설계사 등 보험업무 종사자가 연루된 보험사기 건수가 많아지자 모집인 등록취소 조항을 신설했으며 보험조사협의회를 도입해 보건복지부, 경찰청, 소비자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했다. 상품개발 단계에서부터 사기요인을 차단하기 위해 출시 전 보험사기 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 했다. 가입 및 청구단계에서의 경각심 고취를 위해 청약서, 보험금청구서 및 상품설명서에 보험사기 경고문구를 삽입토록 조치했다.
감독당국도 보험사기인지시스템 운용과 경(검)찰과 협력 및 조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인지보고 된 사건 중 조사착수 건수는 9.3%(2013년 2839건 중 263건)에 불과해 조사인력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도 각종 대책이 나왔다. 2009년 총리실 주관 ‘보험질서 확립을 위한 대책’으로 검찰청 내에 보험범죄 전담 합동대책반이 발족했고 2010년엔 경찰청이 금융범죄 전담팀을 신설했다.
민간에서는 손해보험협회가 보험범죄에 선제 대응코자 2000년부터 보험범죄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2001년부터 사고정보이력시스템(ICPS)을 가동해 보험사기 혐의자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향후 ICPS의 활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소비자 반발 대비해 신뢰도 제고 필요
하지만 보험사기 대책이 그리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단체들은 보험사기 대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종종 드러낸다. 이를 빌미로 소비자를 압박하려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보험사의 불법행위는 엄격하게 제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또 사기조사를 강화할수록 분쟁·민원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보험사기 적발건수와 민원건수는 비슷한 추세를 나타낸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건수와 민원건수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험민원이 주로 면·부책과 보험금 산정, 지급에 관계돼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보험사기는 보험연대성을 파괴하고 사회적 비효율을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사기조사를 강화한다 해서 민원이 증가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의 불법행위도 당연히 엄격하게 조사하고 확실히 처벌해야할 것”이라며 “보험업의 신뢰제고를 위해선 영업, 특히 불완전판매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책당국 역시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 중이다. 보험사기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고의·중과실이 없으므로 형사책임 등에서 면책이 가능하나 직접적으로 피해사실을 통지하는 등의 절차가 부재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사기 발생사실을 알게 되면 그 내용 및 후속절차를 계약자 등에게 통지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보험사기 조사와 관련해 보험금 지급지연 및 거절, 압박용 소송제기, 무리한 조사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면 이를 엄정히 제재할 방침이다. 예방홍보를 위해선 금융위, 금감원, 생·손보협회, 보험업계로 구성된 보험권 교육·홍보단을 구성해 연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예산확보 방안 등을 논의한다. 설계사 및 운수·정비·의료업체 종사자 교육시 보험사기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보험사기 공익광고를 추진할 방침이다.
◇ 연성·경성사기에 별도대책 마련해야
또 다른 문제는 연성사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보험살인은 천인공노할 범죄로 여겨 경각심을 갖지만 수준이 미미한 연성 보험사기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더 문제가 된다.
우선 소비자의 과다청구인지 자기방어(또는 협상전략)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의료비담보 등 연성사기를 유발하는 상품을 계속 출시되고 있으며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연성사기에 강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미끼담보로 활용되는 의료비보장은 과다청구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연성사기를 유발할 수 있는 상품은 단일담보로 분리해 출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도가 심한 경성사기에 대해선 처벌의 확실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보험범죄 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범죄 억제에도 효과적이다. 검·경, 금감원 및 보험사의 업무협조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김헌수 교수는 “개인정보법, 신용정보법 등의 적용과 공공정보에 대한 접근제한으로 정보수집 및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보험범죄를 경미하게 처벌하는 사법관행은 억제효과를 떨어뜨리고 환경변화에 따라 보험사기의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보험사의 SIU(특별조사원)가 사기관련 정보수집 및 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근거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금감원과 보험사의 조사인력을 증원하고 적발모형도 업데이트 할 필요성이 있다고”고 강조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