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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선수들만 경쟁하는 장이 아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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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7-09 21:18 최종수정 : 2014-07-09 22:06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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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선수들만 경쟁하는 장이 아니다
기업들의 월드컵 홍보는 뉴로마케팅이란 새로운 마케팅 기술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시켜

금융상품 역시 홍보로 높여진 브랜드 인지도는 투자자의 현명한 선택만으론 차별 어려워

월드컵도 이제 4강이 가려지고 결승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얼마 전 대형사고도 있었고 우리가 16강에 올라가지 못하기도 해서 열기는 이전, 특히 우리가 4강까지 올랐던 2002년에 비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여전히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참가 국가들은 자국의 명예를 위해서, 참가 선수들은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월드컵을 활용하겠지요. 참가 국가들과 선수들의 경쟁 외에 또 하나의 경쟁이 월드컵에서 벌어집니다. TV 중계를 보면 축구장 주변에 광고판들이 틈새 하나 없이 빽빽합니다. 이런 광고판 하나를 얻기 위한 광고주들의 경쟁도 치열하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서 2014 월드컵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화면 하단에 FIFA 파트너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에미레이트 항공, 소니, 비자카드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자동차까지 6개 기업입니다. FIFA 파트너는 월드컵뿐 아니라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와 행사에서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가진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기업은 FIFA 파트너 외에 FIFA 월드컵 스폰서 8개 기업, 그리고 내셔널 서포터 8개 기업 등 총 22개 기업이랍니다. 물론, 이들은 천문학적 후원금을 FIFA에 지불하지요. 22개 기업이 이번 월드컵과 관련해서 FIFA에 지불한 금액은 13억 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3천억 원이 넘는답니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가 되려면 4년 간 우리 돈으로 약 3,60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답니다.

이 기업들이 순수하게 축구와 월드컵을 사랑해서 이 정도의 돈을 지불할리는 만무하지요. 진짜 이유는 엄청난 홍보효과입니다. 얼마나 홍보효과가 좋은지 6개 파트너 중에 4개 기업은 2022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답니다. 대기자들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판입니다.

1999년부터 자동차 부문 파트너를 꿰찬 현대/기아자동차는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 셈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서도 공식후원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답니다. 올림픽조직위원회(IOC) 홈페이지에는 공식후원사를 소개하는 섹션이 별도로 있습니다. 올림픽 공식후원사는 GM, 파나소닉, 맥도널드, 오메가, P&G, DOW, ATOS 등 10개 기업입니다. 월드컵 파트너인 코카콜라와 비자카드는 올림픽 공식후원사도 겸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삼성도 1998년부터 공식후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식후원사가 되려면 4,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00억 원이 필요하다는데도 공식후원사가 되려는 기업들이 줄을 서 있답니다.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다는 의미를 뒤집어 말하면 사람들이 그 상품을 선택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뇌 과학과 신경과학을 마케팅에 접목한 새로운 기술인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을 다룬 “바잉브레인”(the Buying Brain)이라는 책이 국내에서도 번역되었는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공식후원사가 되면 소비자의 잠재의식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과 올림픽 기간 동안 일반 광고를 하는 것이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을 알기 위한 연구가 있었는데 브랜드의 가치를 훨씬 더 상승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답니다. 올림픽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성취’라는 의미를 전달하며, 올림픽의 오륜 마크는 1920년부터 거의 100년 동안 사용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반응을 불러온다는 것이지요.

특히, 비자카드를 제외한 FIFA 파트너들이나 월드컵 공식후원사들이 형태가 있는 유형의 제품을 판매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눈으로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제품들임에도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공식 관련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사람들의 선호를 좌우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사람들의 선호나 생각이란 게 별로 확고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보면 스포츠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는 비자카드일 것입니다. 카드서비스는 무형이라서 아무 형태가 없다 보니 카드회사 명칭 외에 소비자들의 선호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투자 상품의 선택에 적용하면, 투자자들이 상품을 선택할 때 자신의 판단보다는 주변의 영향에 훨씬 더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됩니다. 소비자들은 무의식중에 TV 광고에서 자주 보았던 금융회사들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이러한 추론이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많은 금융회사들이 엄청난 광고비를 지불하면서 언론매체에 광고를 게재하는 이유는 이미 이런 효과를 충분히 인식하였기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투자 상품을 투자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투자 상품을 소개하는 용어 하나하나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대부분 오랜 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보니 개별 투자 상품의 장기 위험이니 예상수익이니 하는 것들을 추정해야 하는데 웬만큼 경험 있는 투자자에게도 결코 녹녹치 않은 일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필요한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판단하기 어려울 때 한두 가지 이유만 고려해서 선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소위 ‘휴리스틱스’(heuristics)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TV 광고에서 본 기억이 있던지 그 브랜드가 괜히 익숙하게 느껴지던지 또는 판매직원의 권유가 대개 그 한두 가지에 해당될 가능성이 아주 높지 않을까요?

최근 모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50대 부부가 은퇴 후에도 중산층으로 살기 위해서는 월 298만원, 60대 부부는 월 258만원이 필요하답니다. 얼마 전 다른 연구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은 매달 515만원을 벌어 341만원을 쓰는 것이라고 하는데, 은퇴 이후 씀씀이가 작아지고 노후준비금액이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대략 비슷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은퇴자들의 실제 월평균 생활비는 164만원이라는 통계도 있고, 어떤 연구에 따르면 아직 은퇴하지 않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중 약 절반은 노후대비를 하지 못했답니다. 은퇴 후에 중산층은 고사하고 적정한 생활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 베이비부머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현재의 저금리 추세에서는 투자를 통해서 하루빨리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상품의 종류와 수는 파악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다양한 반면에 언론을 통한 광고는 명확하고 위력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 선택의 주된 책임을 투자자에게만 묻는 것은 현실 인식이 미흡한 것입니다.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하면서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광고를 내보내려 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그 자리를 얻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TV 광고에서 본 금융회사의 브랜드와 로고가 잠재의식에서 휴리스틱스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에게 독립적인 입장에서 투자 상품을 권유해줄 금융상품자문업자 제도가 적어도 차선책은 될 것입니다. 동 제도의 조속한 도입과 정착을 위한 고민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금융투자자보호 나침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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