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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복(金融公僕) 제도의 의의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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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6-11 20:40 최종수정 : 2014-06-11 22:35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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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복(金融公僕) 제도의 의의
넘치는 투자정보 속에 편견을 배제하고 의사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금융공복의 필요성 감안, 자격요건과 퇴출기준도 촘촘히 준비해야

지난 4일 제 6대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아테네나 스파르타에서처럼 시민들이 돌아가면서 공직을 맡는 제도는 불가능하지요. 대안으로 유권자들을 대신해서 공직을 수행할 사람들을 뽑습니다. 문제는 공직을 사심 없이 성실하게 수행할 후보가 누구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누가 적임자인지 알아보려고 선거 홍보물에 깨알같이 적힌 공약을 찬찬히 살펴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공약은 대개 좋은 내용만 적혀 있어서 누구의 공약이 더 좋은지 판단하기가 어렵거니와, 그 많은 공약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녹녹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시의원이나 기초단체장 공약은 관심도 좀 있고 눈에도 좀 들어오겠지만 광역단체장이나 교육감의 공약은 더 깜깜하기 십상입니다. 결국 한두 가지 눈에 들어오는 공약을 기준으로 하거나 정치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분석을 참고하거나 소속 정당을 기준으로 결정하거나 학연이나 지연 또는 혈연을 따져보게 됩니다. 소위 휴리스틱스(heuristics)가 가동되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투자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투자자들의 사정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광역단체의 장을 뽑는 투표에 임할 때보다 예를 들어, 자기 돈 천만 원을 투자할 상품을 고를 때 훨씬 더 고민이 될 것입니다. 다만,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겠지요. 자신에게 적합한 투자 상품을 선택하려고 투자설명서를 공을 들여 읽더라도 대부분 투자자들에게는 알만한 내용보다는 모호한 내용이 더 많을 겁니다. 장기 투자 상품에 제대로 투자하려면 수십 년에 걸친 장기 예측을 해야 하는데 광역단체장의 공약을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에 비길 바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는 것만 가지고 결정하는 것은 위험천만이지요. 투자자들에게 잘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부분이 대개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언론에서 거론하는 상품, 판매직원이 권유하는 상품 또는 지인들이 추천하는 상품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역시 휴리스틱스가 가동되는 것이지요.

투자 상품 고르기가 어려운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판매직원들과 대면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외부의 자극에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습니다. 영국 런던대학(UCL)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 교수는 「Eyes Wide Open」이라는 책(우리 말 번역판도 있습니다)에서 다양한 연구결과를 제시합니다. 축구 심판들은 검은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팀에게 페널티킥 반칙을 줄 가능성이 높답니다.

남자들은 웨이트리스가 빨간색 옷을 입었을 때 팁을 더 많이 준답니다. 집 안에서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면 보살핌과 배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집을 살 가능성이 높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들이 이런 점에 착안해서 음악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여성복이나 고가의 물품을 파는 매장에서는 은은한 음악을 준비해서 고객들이 보다 천천히 둘러보게 하고, 폐점 시간이 가까우면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려주어 고객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해서 구입을 서두르게 만든답니다.

금융거래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컬러 자료를 활용하는 발표자는 흑백 자료를 활용하는 사람보다 고급 데이터를 가졌다고 인정받는답니다.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이 컬러 자료를 이용해서 상품을 권유하면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혹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료를 인쇄한 종이의 색도 투자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답니다.

예를 들어,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 휘틀리(Wheatley) 청장이 홍콩에 근무했을 때의 경험을 밝힌 바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위험이 높은 구조화상품들에 대한 마케팅 자료는 행운을 상징하는 붉은 색 종이로 만든답니다. 중국 사람들이 붉은 색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좋은 결과를 연상하게 만들어서 위험하다는 내용을 슬쩍 감추려는 것이지요. 물론 판매회사 또는 판매직원들이 언제나 투자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자기들의 이익을 먼저 고려할 개연성은 분명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과학자들조차도 세 명 중 한 명은 연구비를 제공한 측의 압력 때문에 연구의 설계와 방법론 혹은 결과를 변경했다고 인정했답니다. 기업이 자금을 대는 임상실험 결과는 자금을 대는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편향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본 자료와 연구 계획서를 봐야만 이런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경우도 있답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투자 상품 판매회사들이 과학자들보다 덜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지요.

투자자들이 투자 상품을 제대로 고를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계산능력입니다. 금융과 관련해서 올바른 결정을 하려면 계산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계산능력이 충분하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자신의 계산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과 객관적 실상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2012년에 영국 왕립통계협회(Royal Statistical Society)가 영국의 하원의원 97명에게 동전을 두 번 던졌을 때 두 번 다 같은 면이 나올 확률을 물었더니 열 명 중에 여섯 명은 정답을 맞추지 못했답니다. 확률문제가 원래 어려운 것이라고 애써 양보한다 해도 97명 중에서 숫자를 다룰 때 자신이 있다고 답변한 사람이 네 명 중 세 명꼴이라니 충격이지요.

현대사회에서 공복(公僕)을 선출하는 이유는 사회가 대형화되고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사회가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서 현대인들은 따라잡기도 버겁습니다. 뉴욕타임스 주말 판은 17세기에 살았던 보통 사람이 평생 동안 접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답니다. 2008년을 기준으로 현대인은 1960년대에 비해 3배 더 많은 정보를 소비했고 2020년에는 지금보다 44배나 더 많은 자료가 생산될 것이랍니다. 이처럼 엄청난 정보의 홍수에서 각자 본업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습득하기도 벅찬데 투자 상품 관련 지식을 쌓아서 스스로 좋은 상품을 선택하란 요구는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 있습니다. 물론 남다른 금융지식을 보유하고 남이 부러울 정도로 자산을 잘 관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금융상품의 종류와 수’, ‘금융지식을 쌓을 시간 확보의 어려움’,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는 속성’이라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투자자들에게 믿음직한 금융공복(金融公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행히 이런 금융공복제도를 담고 있는 법률안이 이미 수년 전부터 국회에 계류되어 있고, 금융공복들을 지원할 잠재성이 있는 인프라가 이미 업무를 개시했습니다. 투표를 위한 제도적 큰 틀은 벌써 갖추어진 셈입니다. 이제는 금융공복 후보자들의 구체적인 자격요건, 기피요건, 좋은 공약의 선별, 문제가 있는 후보자 및 공복의 처리 등 믿을 수 있는 금융공복들이 많이 출마(?)하고 문제가 있는 금융공복들의 자격을 박탈해서 걸러낼 수 있는 세부조치를 촘촘하게 모색하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았습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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