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테이퍼링이 이미 6개월 가량 전부터 예고된바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응력이 생겼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출구전략 가시화로 나타난 단기적인 금리상승 여파로 몇몇 보험사들이 이미 RBC급락이라는 홍역을 겪은 후 겨우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어 내년 금리 급상승에 따른 영향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 저금리 끝나고 볕들까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보험권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저금리기조 지속으로 가속화되고 있던 금리역마진위험액이 감소하고 자산운용수익률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수익성 향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저금리기조 지속으로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상품의 이자가 자산운용수익률을 넘어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며, “금리인상에 따라 자산운용 수익률이 개선되면 역마진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5년물 국고채 금리가 평균 3.4% 수준을 유지하면 생보사의 경우 2015년 하반기에서 2016년 상반기 중에 이차역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역마진 위험이 생보사 보다 낮은 손보사들의 경우 2015년에 개선조짐이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금리상승은 보험사가 자산으로 다수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평가손실로 이어져 RBC하락이라는 악재로도 작용한다.
◇ 금리 급등시, RBC급락…‘양날의 검’
지난 6월 ‘버냉키쇼크’로 금리가 단기간 급상승하면서 장기간 이어지는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채권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해 RBC를 끌어올렸던 보험사들은 RBC가 20~30%p 급락하는 충격을 입었다. 부랴부랴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으로 9월말 기준 RBC비율은 다소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내년 금리상승 정도를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RBC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RBC하락은 채권평가액 손실에 따른 단기적 영향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현재 당국의 권고기준인 RBC비율 150%를 밑돌거나 이미 연이은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으로 여러번 RBC를 끌어올렸던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내년 RBC 추가하락에 대한 대비가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시적인 부분이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RBC가 급락하거나 권고기준을 계속해서 밑도는 보험사들의 경우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올해 보험사들의 위험가중자산비율이 높아지면서 신용위험도 증가로 인한 추가적 RBC하락 위험도 안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역마진 위험에 처한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수익률이 점차 낮아짐에 따라 위험도가 다소 높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국내수익증권이나 외화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는 비중을 늘렸기 때문인데, 문제는 위험자산에 투자할 경우 자산운용수익률은 높일 수 있지만 신용위험증가에 따른 RBC 하락으로 다시 자본을 확충해야하는 악순환구조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금감원 건전경영팀 관계자는 “자산운용과 관련된 여러 규제들이 맞물려 있는데다 현재 금융환경적인 부분이 (이러한 악순환구조를) 어쩔 수 없어 지켜보고 있다”며, “내년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따라 RBC가 급락하는 등의 영향이 있을 경우 필요한 때에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테이퍼링으로 금리가 상승해 채권평가액이 줄어들면 RBC의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이 줄어들어 RBC가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신 금리인상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개선되고 역마진 완화 조짐이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해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사의 수익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일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RBC하락 위험에 놓인 중소사들의 경우 발앞에 닥친 문제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중소사들의 경우 이미 추가적인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이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양날의 칼을 휘둘러 보기도 전에 찔릴 판”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