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지펀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이원화
사모펀드의 족쇄가 풀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금융업경쟁력제고강화방안에 포함됐던 사모펀드에 대한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선진국에 버금가는 규제완화가 핵심이다. 규제완화 수준도 금융위가 ‘한국형 사모펀드 규율체계’를 확립했다고 자평할 만큼 공을 들였다. 그 뼈대는 복잡한 규제의 단순화다. 여러 카테고리로 적용받았던 사모펀드를 운용목적(전략)에 따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2개로 통합, 규율하는 식으로 정리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를 바탕으로 진입 설립 운용판매 등 거의 모든 단계에서 규제완화가 단행됐다는 점이다.
먼저 진입의 경우 진합투자업 ‘인가’에서 사모집합투자업 ‘등록’만으로 사모펀드 운용이 가능토록 개선됐다. 사전등록에서 사후등록의무로 바뀌었으며, 설립 이후 14일 내에 금융위에 보고하면 ‘OK’다. 증권사에 대해서도 빗장을 열었다. 운용성과(track-record), 운용인력 등 일정 진입요건을 갖춘 경우 사모펀드 운용업의 겸영을 허용키로 했다. 단 증권사 사이의 M&A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3년동안 M&A 추진 증권사에 한해 그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금융주력그룹의 PEF 설립·운용 제한도 숨통이 트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의 경우 비금융 계열회사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 탓에 산업자본으로 보기 어려운 금융주력기업집단의 경우에도 PEF 설립·운용이 원천봉쇄됐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의 의결권 제한제도 도입 취지가 산업자본의 금융회사PEF를 이용한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방지에 있는 만큼 공정위와 협의해 금융주력기업집단의 경우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본총액 중 금융자본총액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교보, 미래, 농협, 한국투자 등 금융그룹의 PEF설립, 운용시 출자회사의 경영참여, 즉 의결권행사가 가능해진다.
운용 쪽도 다양한 자산운용이 가능하도록 합리적으로 개선된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경우 순자산의 400% 한도 내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경우 순자산의 50% 한도 내에서 증권·파생상품·부동산 투자 및 채무보증 등을 허용된다. 단 사모펀드를 통한 계열사의 자금지원이나 투자 쪽으로 기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에 대해 헤지펀드와 동일하게 계열회사와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의 계열회사 투자제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계열회사 발행주식 취득은 ‘총펀드의 주식 투자한도의 5%(현행 10%)’ 및 각 ‘펀드별 자산총액의 25%(현행 50%) 이내’로 낮췄다.
◇ 폐쇄형 사모, 개방형 공모결합시 엇박자 우려
사모펀드 판매쪽도 ‘맑음’이다. 이제껏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광고는 일체 금지했으며, 자산운용사의 직접 판매도 불허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단지 배포, 전화, 우편, 이메일 등 개별적인 투자권유 광고는 허용키로 했다. 단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 광고매체(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를 활용한 광고는 불허된다. 하지만 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했던 최소투자한도완화에 대해서는 문을 닫았다. 헤지펀드 최소투자한도 5억원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며 줄곧 하향을 요구한 바 있다.
금융위 서태종 자본시장국장은 “ 사모펀드의 경우 일반투자자의 참여가 자유로우면 그에 상응하는 투자자보호장치가 마련해야 한다”며 “규제를 완화하려면 일반개인투자자의 진입제한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서국장은 또 “사모펀드의 경우 최소가입금액제한에 따라 5억원 이상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약 3.3%로 비중이 미미하다”라며 “사모펀드의 직접투자는 기관, 자산가 위주로, 재간접형식의 간접투자는 개인 위주로 사모펀드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운용업계는 사모펀드가 발전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모펀드의 경우 강력한 규제로 설립운용판매까지 손발이 꽁꽁 묶였다”라며 “롱숏뿐아니라 M&A, 차익거래 등 다양한 투자대상, 투자전략을 내세운 사모펀드들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폐쇄적인 사모와 개방적 공모형 사모펀드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 공모형펀드경우 일반적인 운용전략이 있으나 어렵고 복잡한 사모펀드는 약관, 규정 등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정해질지 의문”이라며 “이들 재간접사모펀드의 경우 벤치마크없고 투자전략이 복잡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투자자보호가 허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