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제차 수리비가 국산차의 3배를 넘어서면서 자차보험료 대비 보험가입자간 형평성 문제와 함께 손해율 악화 주범으로 지목돼 개선요구가 커진 탓도 있지만, 국민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보험의 성격을 띤 자동차보험료 인상부담에 대한 일종의 절충안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담보별 이원화를 통한 보험료 자율성 확대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자동차보험료 체질개선 변화 조짐이 보이지고 있다.
◇ 차량모델등급 26등급으로 세분화
1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자동차보험의 자차보험료 산출시 이용되는 차량모델등급제도가 기존 21등급에서 고위험 등급 구간을 늘려 26등급으로 세분화된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1년간 자동차보험차량모델별 경험실적 통계를 분석한 결과, 현행 21등급 체계로는 고위험 할증등급 구간에 속한 차량의 보험료 부담이 위험도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실제 현재 최고 등급인 1등급(적용율 150%)의 초과구간에 해당하는 국산차는 172개 모델중 3개인 반면, 외제차의 경우 31개 중 20개가 몰려있어, 손해율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1등급 이상의 등급이 없어 동일한 요율이 적용되면서 보험료가 전가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교통사고시 과다 지급되고 있는 외제차 수리비의 보험료 부족분을 국산차 가입자들이 메워주는 구조였던 것.
차량모델등급은 현재 11등급(100%)을 기준으로 고위험 등급인 1등급으로 갈수록 5%씩(참조순보험요율 기준) 요율이 추가돼 1등급은 +50%의 요율이 추가로 적용되며, 21등급은 저위험 등급으로 -50%가 적용된다. 개선안은 이중 상한선에 해당하는 1등급 부분에 다섯 등급을 추가해, 차량등급을 기존 21개에서 26개로 늘리고 늘어난 위험등급인 1~5등급까지는 10%씩 2배의 할증률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 김성호 실장은 “등급체계 개선안은 금감원 신고수리 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차량은 보험료가 인상되고, 낮은 차량의 경우 등급하향으로 보험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위험 등급에 속한 외제차들의 경우 보험료 인상이 예고되고 있으며, 반대로 국산차의 경우 일부 보험료 인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외제차 보험가입자들이 손해율에 비해 싼 보험료를 내면서 국산차 보험가입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러한 문제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등급별 적용율이 달라서 보험료 차이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외제차 수리비 급증에 따른 보험료 적정성 문제가 일부 해소되는 한편, 국산차 가입자들과의 형평성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담보별 이원화로 보험료 자율성확대 요구
한편, 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동차보험의 적자구조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자동차보험의 담보별 이원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의무보험인 책임보험(대인배상1과 대물배상(가입한도 1000만까지))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감독당국의 규제와 시민단체의 여론 등을 반영하고, 그 외의 임의보험에 대해서는 보험사에 자율권을 보장, 시장경쟁을 유도해 보험료의 합리성을 높이자는 것.
보험연구원 기승도 연구원은 “자동차보험은 시장의 자정기능에 따라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보다는 정책당국의 개입으로 시장이 악화되고 안정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동차보험료를 둘러싼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보험 자유화가 현재보다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율성 확보가 어려울 경우 규제담보와 자율담보로 이원화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둘러싼 업계와 당국의 반복되는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보험사의 보험료 자율권을 일부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며, “업계에서는 이원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에 대한 가격자율성이 강해질 경우 ‘요율싸움’으로 시장에 격변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원화가 이루어질 경우 자연스런 시장경쟁에 따라 고질적인 자동차보험의 적자구조를 면할 수도 있지만, 대형사들 위주로 시장이 편중될 가능성이 있으며 고객을 늘리기 위한 출혈경쟁으로 시장이 혼탁해지고 중소형사들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