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3년 7월부터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업무를 심평원이 맡게 됐다. 의료기관의 모럴해저드로 인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부당·과잉청구 환자(나이롱환자)와의 분쟁이 빈발해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합동T/F팀에 불참하는 등 극력 반발했다. 의료계는 “교통사고 외상은 복합다발성으로 발현됨에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획일적으로 입원여부를 판정하려 한다”며 “우려사항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집단소송 등 강경대응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수입차의 과다 수리비 문제해결을 위해 손보업계가 대체부품 인증제 도입을 주장하자 수입차업계는 보험사들이 저렴한 보험상품 판매를 통한 저렴한 수리만을 추구하며 수입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들은 “대체부품을 사용한 차량의 결함발생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하고 대체부품은 가급적 안전운행에 별 지장이 없는 소모성 부품으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인증제 도입에 미온적이었다.
자동차보험의 만성적자가 손해보험업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해결에 대해 딱히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보험료의 동결로 이미 팔, 다리가 묶인 상황에서 차량수리비, 대차료(렌트비), 진료수가 등의 개선을 통해 손실을 줄이려다보니 의료계, 정비업계, 수입차업계 등 타 업계와의 충돌도 부지기수다. 높은 사고율과 수리비 구조 등도 문제지만 갈등의 근원은 공적보험과 사적보험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자동차보험의 애매한 정체성에서 시작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손보업계에서 자동차보험의 비중은 20% 정도지만 업계 전체의 손해율 추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2009년 이후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장기보험 손해율이 동반 상승추세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과 변동성은 만성적자로 이어지고 있는데 대당 보험영업이익은 FY2010(2010년 4월~2011년 3월) 건당 8만2000원, FY2011에는 건당 2만3100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 중 자동차보험 비중이 큰 온라인사와 사업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보험의 손실은 손보업계를 흔들고 있으나 개선대책은 한정된 범위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단 가격조정이 불가해 지급보험금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리비, 렌트비, 진료비 등의 적정화를 내세워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방안들이 반드시 타 업계와의 충돌은 물론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각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행정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개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2000년 자동차보험료 자율화 조치가 실시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자동차보험 시장은 여전히 가격통제 시장이다. 시장상황에 요율수준이 연동되기보다는 정책당국과 여론의 압력이 더 강하게 반영됐다. 과거 공영보험이었다가 자율화됐던 만큼 아직도 자동차보험은 사회보험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자동차보험료를 준조세처럼 여기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대물배상, 자기신체사고(자손), 자기차량손해(자차), 무보험차상해 등 크게 6개의 보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대인Ⅰ과 대물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에 따라 의무가입이 규정돼 있다. 그 외에 나머지는 가입을 선택할 수 있는 임의담보다. 자동차보험을 사회보험으로 인식하는 근간은 바로 이 2개의 책임담보에서 기인한다.
담보별 손해율 추이를 보면 FY2012 대인Ⅰ과 대물의 손해율은 각각 78.8%, 82.3%로 임의담보 보다 높은 수준이다. 임의담보에서도 자차와 무보험차상해를 제외하고는 70% 중반대다.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에 따라 수년간 초과수요 상태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자차는 FY2010에 88.0%를 기록했던 손해율이 FY2011부터 60%대로 하락했다. 2011년 2월부터 시작된 자기부담금 정률제 덕분이다.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 담보별 이원화를 주장하게 된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대인Ⅰ과 대물 등 책임담보는 보험료 규제를 더 강화하고 그 외 임의담보는 요율을 자유화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 부분과 임의가입 부분이 혼재돼 있어 공적보험과 사적보험의 경계에 걸쳐 있다”며 “책임담보는 가격을 손대지 못하더라도 임의담보는 보험료를 합리화해야 손해율을 어느 정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