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회계법인자료에 의존, 현금잔고 확인철자 미준수
중국고섬의 부실심사논란에 대해 금융당국이 종지부를 찍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제16차 정례회의를 열고 외국법인의 국내상장과 관련 증권신고서 거짓기재 및 기재누락사유로 외국법인 및 관련 주관사들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 공동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에게 각각 2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주요 위반내용을 보면 주관사로 참여한 증권사들이 기업실사과정에서 적절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게 요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은 지난 2010년 5월 31일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한 뒤 약 6개월 넘게 중국고섬에 대한 주관업무실사(Due Diligence)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고섬의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이 2010년 6월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에 대해 검토한 자료에만 의존했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 및 한국거래소에서 정하고 있는 현금잔고 확인절차(예를 들어 통장사본·예금조회서 등 증빙서류 확인)도 준수하지 않는 등 실사과정에서 적절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2010년 9월말 기준 총자산의 31.6%에 상당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대한 실사도 싱가폴거래소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주요 계정과목에 대한 추세분석만 했을뿐, 은행예금잔고에 현금, 현금성자산이 있는지 확인을 하지 않아 중국고섬이 이를 증권신고서에 거짓기재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다.
공동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과 공동으로 실사의무를 적절히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실사의무(Due Diligence)를 대표주관사에 의존, 중국고섬에 대한 증권신고서 거짓기재 및 기재누락을 방지하지 못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 IPO리스크 크레딧영역으로 확대, 1심 판결에도 영향줄 듯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업계는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당국이 예상 밖으로 부실상장에 대해 강력하게 책임을 물은데다, 그 시기도 고섬재판의 1심 판결을 앞뒀기 때문이다. 현행 부과과징금이 5억원 이상인 경우 금융위에서 의결한다.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규모가 최대 2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당국입장에서는 취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엄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해당증권사는 내심 억울하지만 당국에 대놓고 반발할 수 없어 벙어리냉가슴이다. 단, 한화투자증권의 결정통지문을 검토한 뒤 법적대응이나 수용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위로부터 아직 결정통지문을 받지 못했다”며 “통지문을 수령한 뒤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증권사들이 해외기업 IPO를 꺼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장부상 거짓기재의 경우 주관사가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도, 오히려 회계법인이 아니라 주관사에게 책임을 물었다”라며 “회계법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번 결정이 선례로 남으면 해외기업대상으로 IPO나 증자 등을 주관할 때 증권사는 크레딧부문까지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데, 누가 IPO를 진행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조치가 1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고섬재판은 오는 2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최후변론을 앞두고 있다. 통상 최후변론이 끝나고 2주 뒤에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11월 중순에 1심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재판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소송중인 증권사에 대해 부실상장으로 결론내린 만큼 승소할 가능성은 좁아졌다.
현재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송현은 오는 11일까지 중국고섬 2차 소송참가자를 모집중이다. 1차보다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소액주주들이 몰리고 있는데다, 기관투자들까지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 1차소송규모 190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