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세제적격과 비적격연금은 어느 것이 더 유리하다는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후생활을 위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기류에 휩쓸려 판단하지 말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세액공제 12%…서민·중산층은 혜택 증가
이번 세제개편안은 연금저축의 400만원 한도 소득공제 혜택이 과세표준 구간(6~38%)에 상관없이 납입액의 12% 세액공제로 바뀌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 100만원 이상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분석들이 이어졌는데, 이는 소득수준이 연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동안 상대적으로 개인연금 가입이 저조했던 서민층과 중산층에게는 세제혜택이 2배 이상으로 늘기 때문에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가입자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소득 3400만원 정도의 중산층의 경우 근로소득공제, 의료비공제, 카드공제, 교육비공제 등이 연소득에서 제외돼 과세표준(세금부과기준 소득액)이 1200만원 미만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공제율이 6%에서 12%로 두 배 늘게 된다. 즉 이들이 연간 400만원 한도로 연금저축에 가입했을 경우 12%의 공제율이 적용돼 세제혜택이 기존의 24만원에서 48만원으로 늘게 된다. 전문가들은 과세표준 1200만원은 연소득 3400~4000만원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이전의 세법은 소득이 높을수록 세제혜택이 커 불합리한 점이 있었으며, 이 점을 활용해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한 세테크의 방편으로 연금저축 판매가 활발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서민층의 세제혜택이 두 배로 늘면서 그동안 노후준비가 필요함에도 가입이 저조했던 서민층의 가입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개인연금의 소득분위별 통계에 따르면, 소득 하위20%의 개인연금 미가입률은 87.5%(548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소득 상위20%의 미가입률은 47.2%(292만명) 수준이다.
또한 과세표준 1200만원을 넘는 중산층의 경우에도 공제율이 15%에서 12%로 줄어 공제혜택이 다소 감소하지만, 내년부터 세액이 더욱 증가하고 절세상품이 사라지는 추세여서 늘어나는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형식으로 바뀔 경우 일부구간에서 연금저축의 공제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연금의 경우 저축의 개념이기 때문에 저축을 하면서 세제혜택을 받는 것이 받지 않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 노후설계를 위한 상호 보완적 설계 요구
세제혜택이 감소한다는 소식에 적격연금이 주춤하고 있는 틈을 타고 일부 생보사에서 비적격연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적격과 비적격연금의 성격이 다른 만큼 단순비교로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적격연금의 경우 12%의 세액공제를 받고난 후 연금지급 시점에서 연금소득세(수령 나이에 따라 4.3~5.5%)를 내야하며, 비적격연금의 경우 연금소득세가 면제되지만 매년 12%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연령이나 장기근속 여부에 따라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젊은 근로소득자라면 비적격연금보다 적격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중장년층의 경우 장기적으로 보험료 납입이 어렵기 때문에 세액공제보다 연금소득세를 물지 않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부 생보사에서 연금보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사실 수수료가 더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일부 생보사들이 적격연금의 세제혜택이 줄어든다며, 변액연금 등 수수료가 높은 연금보험(비적격연금)을 판매하고 있다”며, “세제개편안을 변액연금 판매의 꼼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세제적격과 비적격연금은 어느 것이 더 유리하다는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역할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포도재무설계 최원석 팀장은 “적격연금은 보통 1년에 400만원 한도로 가입하는데 실제 적격연금만으로 평균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때문에 적격과 비적격 중 어느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순서의 문제일 뿐 모두 가져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후 연금소득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비적격연금 수령 전에 적격연금 수령시기를 짧게 해 받는 것이 유리하며, 비적격연금의 경우 종신토록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과의 시기를 조율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플랜을 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