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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외면하는 보험사…변화 바람부나

김미리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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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4-17 22:09

장애인전용 ‘곰두리보험’ 미미한 존재감 여전
중소형사·GA 등 작은 곳서 ‘꿈틀’ 변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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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외면하는 보험사…변화 바람부나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돌아오고 있다. 매년 이날을 전후해 관련 기사들을 통해 문제점이 쏟아져 나오지만 4월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길 반복해오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각종 규제들로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일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보험가입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 현재 장애인보험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의 실타래를 풀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 장애인전용 ‘곰두리보험’ 10년째 제자리

현재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세 곳에서 장애인전용보험인 ‘곰두리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곰두리보험은 지난 2001년 처음 도입돼 판매된지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실적이 미미할뿐더러 아직까지 장애인전용보험이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장애인을 위한 보험에 대한 설명은 찾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잘 찾지 않는 상품공시실에서만 곰두리보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곰두리보험이 사업비를 낮춘 상품이라 사업성이 낮아 홍보가 미약한 탓도 있지만 실상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보장이 미흡해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곰두리보험은 암과 사망 보장만을 하고 있어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의료비, 실손보험 등은 따로 가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장기간도 70세로 제한되어 있다. 최근 기대여명의 증가로 11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들이 등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판매실적을 보면 지난 2010년 847건에서 2011년 1314건으로 다소 늘어나는 듯 보였으나 지난해 1121건으로 줄면서 매년 1000건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봤을 때 한달에 90건을 겨우 넘는 수치다. 이마저도 현재는 상품개정 단계에서 ‘잘 팔리는 상품’들에 순위가 밀려 개정이 미뤄진터라 곰두리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세 곳 중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판매중지 상태에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곰두리보험이 유일한 장애인전용보험이지만 실제 장애인들은 잘 가입하지 않는다”라며,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보장은 실손이나, 입원, 수술비용 보장 등을 원하는데 곰두리보험은 보장이 적기 때문에 일반 보험상품에 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일반보험의 경우 장애의 원인 등에 따라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법적 문제도 여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지 오래지만 법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장애인단체에서는 상법상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제732조)’는 항목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이 조항으로 인해 보험가입이 거절되는 일이 빈번하며, 계약이 성립된다고 해도 중도해지 되거나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박원석 의원 등이 이러한 내용을 폐지하는 상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에 있다.

◇ 장애인보험 관련 의료·통계 필요

이처럼 정체되어 있는 장애인전용보험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는 보험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통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장애인보험과 관련된 의학적 통계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장애인에 대한 별도의 위험률이 없다는 것은 보험사들이 장애인들의 보험가입을 꺼리는 이유인 동시에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보험상품을 만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감원 보험계리실 관계자는 “곰두리보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장애인에 대한 위험률이 따로 개발되지 않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통계를 따로 축적하기도 어렵지만 통계를 만드는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소지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개인정보문제도 있어 통계치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애인 보험과 관련해서는 감독당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일정부분 한계가 있어, 궁극적으로는 풍수해보험과 같이 정부차원에서의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장애인 보험차별 개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금감원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장애인보험 활성화 및 차별을 막기 위해 통계를 축적해 줄 것을 권고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건보공단과 함께 장애인의 건강관리를 위한 질병통계를 모으고 있으나 아직 초기단계로 장기적인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 유의미한 통계치를 분석해 이를 이용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이러한 통계치가 오히려 장애인들에 역차별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주장들이 이어지면서, 통계치가 마련된다 해도 이를 보험산업에 이용할 수 있을지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 복지부 한 관계자는 “1~6급으로 나눠진 장애급수에 따른 장애편차가 굉장히 크다”며, “보험을 위한 통계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이 통계치가 유형별로 하나의 대표성을 띌지도 의문이며, 경증장애인의 경우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수 있는 자료로 쓰일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보험사고(질병, 재해)와 장애인의 인과성을 따지기도 힘들뿐더러 장애의 유형과 단계가 복잡해 관련 통계를 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작은 변화… “새로운 출발 기대”

그러나 작지만 일부에서 변화의 바람들이 일고 있다.

독립판매법인(General Agency, GA) 비큐러스는 보험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장애인보험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1년에는 부모 유고시 장애자녀의 생활비를 보장하는 ‘한울타리 장애인자녀 우대보험’을 개발해 판매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ADHD 시각장애, 청각장애인의 의료실비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큐러스 장애인보험팀 민호식 팀장은 “곰두리보험은 보장이 너무 협소하고 일반보험의 경우 장애인들이 가입하기에 절차가 복잡하다”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최근에는 서류절차를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큐러스는 현재 몇몇 중소형사들과 함께 장애인의 보험가입에 대한 내부 통계를 만들기 위한 테스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호식 팀장은 “현재 총 5곳의 보험사와 제휴를 맺어 회사 내부적으로 장애인의 보험가입과 위험률에 대한 통계를 내기 위한 테스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참여사가 점차 늘고 있어 유의미한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치가 모여 장애인들의 보험가입에 대한 위험률이 낮을 경우 보험가입 절차나 심사 및 인수기준이 보다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 팀장은 “이전에는 장애인의 보험가입에 대해 무조건 안된다는 입장에서 보험사들도 조금씩 문을 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1년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68만명에 이르며, 비등록 장애인까지 합할 경우 4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 10명중 1명은 장애인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장애를 감추기에 급급해 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비큐러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통계치도 언제가 되야 유의미한 통계치를 얻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변두리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변화라 할지라도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트길 기대해 본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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