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러한 공시를 통한 ‘줄세우기’가 오히려 사회공헌 활동의 본래 취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크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사회공헌활동 공시자료 세부작성기준’을 마련해 이달 초 각 보험사에 전달했으며, 이달 말부터 각사 홈페이지에 개시해 3월부터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생·손보협회에 일괄공시를 통해 보험사별 통합 조회도 가능토록 했다.
◇ 세분화된 공시기준… 내용은 ‘애매’
그러나 공시기준이 지나치게 세분화 된데 반해 봉사시간, 전담직원 등 세부기준이 애매해 졸속추진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역사회·공익 △문화·예술·스포츠 △학술·교육 △환경보호 △글로벌사회공헌 △공동사회공헌 △서민금융 등 7개 분야별로 주요활동, 집행금액, 임직원과 설계사별 봉사 인원 및 시간을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봉사시간의 경우 회사 자체 기준에 따라 정하도록 해 회사별로 기준상 차이가 있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겸직인원을 산입토록한 전담직원수도 겸직의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없어 업계에서도 혼란이 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진촬영, 보도자료 작성 등 사회공헌활동 겸직을 어디까지 봐야할지도 의문”이라며 “일부 중소사의 경우 전담직원이 아예 없어, 발만 담그고 있는 직원이나 실제 업무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올려 명수를 뻥튀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감독당국에서 단속을 한다고 해도 전담직원이 아닌 겸직 직원의 경우 이를 확인할 방법도 딱히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시기준이 금액, 전담직원수, 봉사인원 등 양적인 측면에 맞춰지다보니 사회공헌재단을 소유한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단을 가진 회사들은 기부금액이 클 수밖에 없고, 재단을 운영하는 전담직원도 당연히 많을 것”이라며, “사회공헌활동도 결국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를 기준으로 공시를 하는 것은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 각사 특성을 고려한 기준 마련 시급
무엇보다 평가기준에 맞는 외부기준 마련에만 골몰해 애초 사회공헌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우려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사들이 자신들에 맞게 특화한 사회공헌 내용들이 공시기준에 맞춰 비특색적으로 바뀌는 등 본래 취지와 달리 공시에 유리한 쪽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치우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며, “단일성 기부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을 찾는 기조에 오히려 역행하도록 하는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실제 보험사들은 의료, 경제교육, 스포츠, 다문화가정, 고령자 지원 등 각 사마다 사회공헌 방향을 달리 정하고 있으며, 단기적 기부행사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연속성을 이어가거나 금액보다는 직원들의 직접 참여 위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각사마다 사회공헌 활동의 특성이 다른데 반해 공시기준에는 이러한 특성반영이 어려우며, 기준을 세분화했다고 해도 금액적인 부분이 먼저 부각되기 때문에 대형사들에 비해 중소사들의 부담이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대학생 교육을 통한 저소득층 어린이 1:1멘토사업과 같이 외부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 전담직원이나 설계사가 아니기 때문에 봉사인원이나 시간 산입이 어렵고, 이를 적용할수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사마다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추진전략이나 목표가 다른데, 이를 외부적인 지표로 공시함으로써 내실적으로 운영하던 부분도 외형적으로 부풀리는 사업 위주로 진행되는 등 외려 부작용을 조장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각사의 특성을 고려한 기준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회공헌활동이 본래의 취지를 잃고 시각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될 것”이라며, “당초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사회공헌활동을 공시한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