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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9조 은행, 성적보다 건강이 걱정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02-06 22:35

경기력 회복 안간힘 불구 체중급증 전엔 미흡
부상 숨기며 겉보기 실적지표 방어 급급한 격
‘내리막길’의구심 속 활약여건 악화 위기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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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9조 은행, 성적보다 건강이 걱정
지난 한 해 은행권이 거둬 들인 당기 순이익이 약 9조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경기력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더불어 부상 부위 등 건강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걱정케 하는 유명 스포츠 선수에 비견할 만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번 시즌을 포함 앞으로 다가올 날이 많다는 사실이기 때문에 지난 시즌을 바탕 삼아 냉정히 점검하고 조망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 일각에선 서민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고통은 외면하고 또 다시 ‘임직원(선수)들은 연봉 잔치를, 금융사(구단)는 배당잔치를 벌이려 하느냐’며 압박하고 나섰지만 이럴 경우 마치 업종 외적인 평가로 재단하려다 실체적 진실에는 근접하지 못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 또한 재현될 조짐이다.

◇ ‘안타’ 숫자 비슷하지만 영양가 예전만 못해

연간 순이익이 9조원이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질적으로 보면 그다지 뛰어난 수준이 아니다. 역대 은행경영 통계를 보자면 2004년 8조 7751억원보다 조금 많다. 미국 월가를 비롯한 투자은행(IB) 겸영 초국적 강자들의 행태 때문에 ‘금융의 탐욕’ 논란이 불거진 뒤 뭇 대중들은 10조원 안팎의 순이익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백안시한 채 규모만 따지기 일쑤다.

하지만 2005년과 이듬해 연속 13조원 넘기고 2007년 15조원을 넘어 섰던 전성기 적 이야기를 잊어선 곤란하다는 게 뜻 있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력을 평가하는데, 비유하자면 시즌 중 터뜨린 안타 숫자나 골과 도움 등 득점 포인트 숫자만 놓고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전체 경기 숫자가 늘어났거나 출전 경기 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올바른 것처럼. 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평균잔액 기준 실질 총자산 1845조원을 움직여서 당기순익을 9조원 남겼다고 잠정 결산치를 뽑아 든 상태다. 2004년엔 고작 1029조원의 평잔 기준 총자산으로 엇비슷한 성적을 냈다. 2007년의 경우 1371조원의 자산으로 사상 최대 순익을 남겼다. 그후로도 총자산은 늘어났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순익 규모만 문제삼아서는 곤란하다.

◇ 불어난 체중 적응 높였으나 악조건 속 출전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총자산은 연말 잔액 기준도 아니고 명목 총자산 기준으로 따진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엄정하게 총자산 이익률(ROA)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측정하기 위해 따로 가려 뽑아서 재는 실질 총자산 기준이다. 물론 실질 총자산 기준으로도 2004년 당시 1029조원이 8년 만인 지난해 이룩한 1845조원 사이에는 무려 79.30%의 격차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우리 생태계에선 체중과 덩치가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진리가 성립돼 있다. 그렇다면 국내 은행이 국내 자금을 막대한 규모로 끌어들인 것도 모자라 해외 조달을 늘리면서 자산을 늘린 영향은 어떠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 한국금융신문은 이자이익 창출력 면에서 보자면 불어난 체중에 대한 적응력이 적잖이 회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질 총자산 기준 이자이익률은 2007년 2.27%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때문에 2009년 1.82%까지 곤두박질 쳤다가 2010년과 2011년 2.1~2.2%대로 회복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다시 2.07%로 나타났고 올해 통화당국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잠재해 있는 등 저금리 시대가 개막하면서 이자이익 창출력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에 앞날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 대손투자 비용 씀씀이가 부실여신에 직결

뜻 있는 전문가들은 또한 은행 경영의 건강상태와 실적을 연동시켜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결코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시 저금리 저성장 위험기에 진입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 위기가 터져 나온 2008년 새로 쌓은 충당금과 부실채권 매각 손실액, 그리고 연중 대손상각액을 합한 대손 투자가 15조원 정도 이뤄진 것을 필두로 은행들은 2009년 이후 21~23조원대의 대손투자를 이어왔다. 중요한 사실은 부실여신비율 또한 같은 추세 속에 은행 실적 전성기 시절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과 다시 비교하자면 당시 1029조 남짓한 자산으로 8조 8000억원의 순익을 남기면서도 부실채권 규모는 13조 9421억원 수준이었다. 부실채권비율은 1.90%로 높았지만 이듬해 대거 정리하면서 전성기를 열어 내는 밑바탕을 다진 바 있다.

그렇다면 2012년 순익 수준과 부실의 규모와 비중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다가 오는 신용위험은 큰데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은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리스크관리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건전성 투자를 조금 덜한 수준에서 만들어낸 9조원의 순익이라면 그 규모를 물고 늘어질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어느 정도 할 것인지, 이익기반 확대와 비용의 전략적 감축 노력을 어떻게 한 것인지를 살피는 것이 오히려 실물경제에 돌아갈 후생이 커질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움트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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