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당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앙대 허연 교수와 한양대 전우현 교수는 최근 ‘원보험과 재보험 동시중개금지(안)에 대한 이론적 법적 고찰과 실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허 교수는 보험모집인 자격이 없는 연예인의 보험 판매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고, 전 교수는 공정위 약관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 상반기부터 한 중개사가 동일계약의 원보험과 재보험을 동시에 중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당초 지난 6월 중개사의 모집위탁과 관련된 감독규정 제4-22조 3항에 이 같은 내용을 신설해 입법예고할 예정이었지만, 보험중개업계의 반발로 유보한 바 있다.
◇ “소비자 아닌 보험사 보호 목적”
보고서는 보험중개사의 원수·재보험 동시중개가 민법에서 금지하는 쌍방대리가 아니며, 이를 떠나 중개사와 보험사간의 비즈니스를 감독당국의 영역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전혀 별개인 2개의 계약(원수보험·재보험) 중개 과정에서 동일한 보험브로커가 중개하는 것을 쌍방대리로 규정함으로써 쌍방대리 금지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없으며 국내법의 순리에도 맞지 않고 국내외 보험실무에서도 동일 중개인에 의한 원보험 재보험 동시중개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견이 제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보험법이나 시행령에도 재보험 중개인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 것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며 특별히 전문성을 지닌 보험사간의 사적 계약인 재보험거래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은 감독의 범위를 벗어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일반 대중 소비자와 보험사간의 거래는 약자인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크지만, 보험사와 재보험사 또는 보험사와 재보험중개사 간의 거래는 보험에 대한 정보가 양쪽 모두 풍부한 전문가간의 거래인만큼 감독의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박종수 팀장은 “‘선수끼리 하는 것이니 감독당국이 관여하는 것이 썩 좋지는 않다’는 얘기까지는 어느 정도 찬성하지만 그 비즈니스 내에서 공정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개사가 원보험계약자와 재보험사까지 세팅을 해놓고 원수 보험사를 만나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손보사들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박 팀장은 “원수 손보사들의 주장처럼 원·재보험 동시 중개를 통해 보험중개사가 그렇게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지 여부를 검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형 손보사 “공정 거래가 안 된다”
한편 현재 원·재보험 동시 중개에 대해서는 대형 손보사들 중 특히 두 회사가 동시중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그 중 한 회사 관계자는 “원·재보험 중개를 동시에 하게 되면, 재보험 출재비중과 출재 방향까지 보험중개사가 정해놓고 보험사가 인수를 받기 때문에, 원수사의 보유·출재 권한이 없어져 결과적으로 원수 손보사 까지 일종의 브로커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고착화 되면서 시장질서가 교란되는 피해가 있으며, 상대적으로 해외출재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 중개사가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보험사를 흔든다는 주장이다.
◇ “더 많은 수수료 떼려는 목적”
이에 대해 보험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국내 손보사들이 인수를 많이 못하는 것은 자본력이 약해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이지 중개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브로커들이 해외 재보험까지 원스톱으로 중개하면서 기업·정부 등 소비자들에게 적은 보험료로 위험관리를 제공하니까, 국내 손보사들이 기업보험 영역에서 다른 상품처럼 이윤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즉 원수 손해보험사들이 물건을 가져와도 중개사를 통해 출재해야 하는 총량은 변화가 없지만 출재 과정에서 손보사들이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기 위한 문제 제기라는 것.
한편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들은 일단 동시 중개에 관련해 양측의 주장을 모두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보험과 전치활 사무관은 “아직 어느 쪽으로도 결정된 바는 없으며 양 업계의 주장을 모두 들어본 후에 제도 개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양쪽 입장 중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처럼 원수·재보험 동시 중개를 놓고 보험사와 보험중개사, 감독당국간 치열한 논리싸움이 전개되고 있어 이번 사안의 향후 전개 과정에 손보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