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중개수수료 제한과 불법추심 근절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민원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만큼 상당부분 줄어들었지만 각종 불법 사기와 대출모집인들의 ‘밥그릇’ 전쟁이 성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심지어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개인회생으로 인한 연체율을 줄이기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대부금융 관계자는 “대출을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불법 사기가 판을 친다”며 “이에 대한 단속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 대출중개인의 가방엔 서류가 두 장?
“최근에 업계에서 공포스러운 것은 개인회생입니다. 의도적으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얼마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목소리를 높인 양석승 대부금융협회장의 말이다. 이렇듯, 대부금융시장의 얽히고 설킨 먹이사슬이 쉬 끊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중개수수료 인하와 불법추심 근절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대출중개업자들이 개인회생을 부추겨 수수료를 받아내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A대부금융회사 관계자는 “근래 들어 대출중개인들의 가방 속에는 서류가 두 장 들어있다”며 “하나는 대출신청 서류이고 또 하나는 개인회생 서류”라고 귀띔하기도 한다.
실제,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은 전년 8만4764건 대비 17.7% 감소한 반면 개인회생 신청은 6만 4171건으로 동 기간 대비 26.8%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대역 법원 근처뿐 아니라 지하철 내부 광고판 에서도 ‘개인회생 신청 및 상담’ 관련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법원 근처의 법무사, 변호사 사무실 앞에 현수막 등을 내걸고 홍보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지하철까지 개인회생의 광고가 드리워졌다는 것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악용할 소지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다.
조사에 따르면 굳이 신규대출 고객이 아니더라도 이미 데이터가 있는 대출고객들의 명단을 대상으로 개인회생을 부추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었다. 심지어 개인회생 업무 관계자는 “개인회생을 받고 싶어하는 30대 남성이 있었지만 나이 대비 회생신청 금액이 합당하지 않아 돌려보냈었지만 얼마 뒤 금액을 1억 원까지 부풀려 개인회생 신청을 받으려고 한 케이스도 있다”며 “아직까지는 한도나 구체적인 법 제제가 없는 만큼 문제가 더욱 악화되기 전에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 진화하는 대부사기 대책 없어 ‘전전긍긍’
몇 일 전 만난 대부금융 관계자는 “도대체 정보가 어디에서 새는지 모르겠다”며 호소부터 했다. 대출을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종 사기가 날이 갈수록 진화해 대응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것. 그는 “A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아 돈이 입금이 된 이후에 5분 뒤 전화를 걸어 승인 전에 입금됐으니 다시 송금하라는 신종 사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의 정보가 순식간에 새나갔다는 것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A대부업체 고위 관계자는 “불법 대출중개수수료를 편취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지만 오히려 다른 쪽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악행이 늘어나고 있다”며 “본인 역시 편법이 어떤 식으로 발생하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양석승 회장 역시 “대부금융시장은 저신용자에게 급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불법사채 시장이 성행하고 있는 한 서민들이 입는 피해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사기를 당하는 고객들의 경우 일부는 금리 계산을 할 줄 모르는 경우도 많아 불법 사기에 쉽게 속는 경우도 많은 만큼 고객들 스스로가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물론 돈을 빌려주기 위해 모집행위를 하고 고객에게 접근을 하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아예 사기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않냐”며 “대포폰으로 인한 사기의 경우 추적이 힘들어 잡기가 거의 힘든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대부금융 관계자는 “쉽게 대출이 힘든 저신용자들은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대출 스팸 문자가 미심쩍기도 하지만 워낙 절박한 심정에 몇 푼이라도 받아보려고 전화해 보는 사람이 많아 더욱 안타깝다”고도 했다.
◇ 대출사기에 당할 수 밖에 없는 서민들
대출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안모 씨는 보증인으로 세울 사람이 없어 사방으로 대출을 알아보던 중 대출을 해주겠다는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신용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신용보증기금에 입금을 하면 보증인이 없어도 된다는 말에 30만원을 입금한 것이 대출사기의 시작이었다.
이후 누군가 고발을 했다면서 추가로 80여만원을 입금하면 바로 대출승인이 난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하고 이런 식으로 300여만원이 넘는 금액을 사기 당했다. 뒤늦게 사기인 줄을 직감한 안모 씨가 경찰에 신고를 했을 때 경찰에서는 “하루에 30~40 건씩 대출사기 신고가 접수되지만 찾을 길이 거의 없기도 하고 설령 찾는다고 하더라도 법원까지 가야 찾을 수 있다”며 “사기업자는 피해자가 돈을 입금함과 동시에 돈을 빼가기 때문에 더욱 찾기 어려워 접수는 받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말이 돌아올 뿐이었다.
물론 이 같은 사례는 안모 씨의 경우 만이 아니다. 충남에서 어린이 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아이폰을 이용한 대출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이 경우엔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매해 개통하고 보내라는 식으로 사기를 취한 사례다. 이렇게 불법으로 편취한 아이폰은 중국으로 밀수출하는 방식이다. 박 모씨는 “밤에 대출송금이 이루어진다고 속이고 있으며 밤 11시경까지 대출 입금을 처리해준다고 시간을 끈다”며 “물건이 도착하면 오늘은 늦어 내일 처리해주겠다고 말을 바꾼 후 그때부터 전화를 거부하는 수법을 반복한다”고 전했다.
양석승 회장은 “대부업도 사업이고 대부업이 우리사회에 기여한 부분도 상당부분 있는데 이에 대해 사기를 친다는 것은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라며 “건전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준에서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대부금융이 밉다고 해도 제도권에서 취급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인 차원에서 적당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견해를 내놓은 만큼 안전한 대부금융을 위한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보다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대부금융시장은 현재 불법사채를 척결하기 위해 다짐대회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100여명이 넘는 대부금융회사 관계자들이 은행협회에 모여 불법사채를 근절하기 위해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임건미 기자 km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