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분석은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규제 강화에 따른 손익구조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카드사의 수수료율을 극단적인 수준으로까지 인하했을 경우 이익률은 크게 떨어져도 적자는 면하겠지만 무리한 수수료율 인하는 카드사의 손익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수수료 인하 문제로 벌써부터 작은 소란이 있기도 했다. 지난달 자영업자 단체인 유권자시민행동은 삼성카드가 자영업자의 수수료율을 인하해주지 않는 다는 이유로 당초 여신협회 앞에서 결제거부운동을 실시했지만 다음달 1일 여신업계의 중재로 일단락 된 바 있다. 이에, 삼성카드 측은 4월 말로 예정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 공청회 결과에 따라 움직인다는 입장을 밝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금융당국, 카드사 외형확대 억제 위한 통제실시
2006년 이후 급격한 성장으로 호황기를 누리던 신용카드 산업이 최근 금융위기를 맞으며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여전사의 외형확대를 억제하고 나섰다. 국내 신용카드산업은 2006년과 비교했을 때 2010년 중 전업카드사의 증가율을 살펴보면 카드자산은 14.7%, 카드매수는 9.0%, 마케팅비용은 30.3%로 뛰어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신용카드 산업은 해외 못지 않는 수준으로 자리잡았으나 은행의 잇따른 카드사 분사, 통신회사의 카드산업 진출 등을 계기로 약 2년 전부터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카드사 간 무리한 영업이 이뤄졌다. 이어 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부담이 증폭되고 시민들의 가계부실 문제가 심각해 지면서 신용카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게 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낀 바, 지난해부터 ‘신용카드사 등의 과도한 외형 확대경쟁 차단특별대책’,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 여전법 개정을 통한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 법제화’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그 중 ‘여전법 개정안’은 정부가 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해 업계를 중심으로 파장이 컸다. 개정안의 통화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현재의 1.6~1.8%보다 더 많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관계자는 “중소가맹점의 가맹점수수료 비중이 전체 가맹점수수료의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평균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정부에 수수료율 결정 권한이 위임됨으로써, 정부는 민간기업의 가격결정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며 “카드사는 정부로부터 가격규제 위험에 노출된다는 부담감을 지니게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재 여신금융협회에서는 합리적인 수수료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나 아직까지 우대수수료율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방식이나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시행일 전까지는 이와 관련한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평균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1.93%, 체크카드는 1.23%
정부의 방침에 따라 신용카드 보다는 비교적 수수료율이 낮고 과도한 소비를 개선할 수 있는 체크카드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용카드 결제 실적이 감소하고 성장 둔화 조짐이 본격화 되는 추세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에 비해 수수료율이 7.0%정도 낮고 리볼빙, 할부, 카드대출 등의 서비스를 받지 못해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수익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의 경우 신용카드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함을 느끼고 체크카드로 전향하는 고객들도 많아 지고 있는 추세다. 신용카드의 성장률 둔화는 전년도부터 가시화 되고 있는데, 2012년 1월과 2월 신용카드 결제 실적이 각각 8.8%, 3.5% 감소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을 낮춰야 하는 만큼 연간 2조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신평이 2011년 기준 4개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조사한 결과 연간 약 2조 6000억원(2011년 기준)으로 연간 가맹점 수수료 4조 7000억원의 55%, 전체 카드수익의 26%에 달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그 동안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던 다양한 혜택이 줄어들게 돼 결국 고객들까지도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성장률 둔화 지속되면 가맹점사업 이익 거의 안 날수도
이처럼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억제정책으로 체크카드가 활성화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 내기는 여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말부터는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정해야한다는 방침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의 수수료 인하가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카드사들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한신평은 세 가지의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수수료율을 극단적인 수준까지 인하했을 때 발생하는 카드사의 이익에 대해 분석했다.
이에, 최근 도입된 규제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들이 카드사 수익구조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가정을 규제 강도에 따라 시나리오1 (S1), 시나리오 2 (S2), 시나리오 3 (S3) 이렇게 세가지로 분류해 분석했다. S1은 각각의 변수에 대해 과거의 추이와 현재 수집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한 합리적인 예상치, S2, S3는 S1에 비해 규제 강도가 점점 상승하는 가정 시나리오였다. 이때 한신평은, 가맹점수수료율의 경우 수수료율 인하가 본격화된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수수료율 인상 추이를 반영하되, 지난 2월 27일 이루어진 여전법 개정안 통과로 2013년 이후에는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이 대형 가맹점 수준(1.5%) 까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신용카드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1.93%이다.
이는 꾸준히 2.0%대를 유지해 오던 지난 10년과 달리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진 수치다. 마케팅비용의 경우에는 마케팅비용률의 경우 기본적으로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율에 비례하여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 등의 비용통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가정했으며, 계산의 편의상 무이자할부 서비스 축소에 따른 할부 수수료율 인상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다. 아울러, 신용판매(체크카드 제외) 성장률은 민간소비 성장률, 물가 상승률 등으로 추정한 신용판매(체크카드 포함) 성장률에 체크카드 확대에 따른 대체효과를 고려하여 산정하였으며, 카드대출 성장률의 경우 카드대출 자산성장률 통제, 레버리지 규제 그리고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정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석했다.
S1은 가맹점수수료율이 1.70%로, S2는 1.62%, S3는 1.51%까지 수수료율을 인하한다는 극단적인 수치로 가정했을 때 이익률은 각각 0.7%, 0.2%, 0.0%로 거의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1, 2> 한신평 관계자는 “시나리오1(S1) 분석결과, 가맹점사업 부문의 수익성은 현재 수준보다 확실히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전자로 전환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특히 신용판매 성장률이 물가성장률 이상으로 유지된다는 가정과 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적용의 시행일이 올해 12월 이후로 확정된 만큼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수익구조에 대한 불안요인은 단기적으로 제한적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폭이 예상보다 넓어지고, 체크카드도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경우 규제 3년 차(시나리오3)에는 가맹점사업의 이익률이 0.0%에 가깝게 산출된 것으로 볼 때 수수료율 인하와 체크카드 비중 확대는 업계 흐름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부별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시나리오1 기준으로 2012년 이익규모는 전년 대비 약 4680억원이 감소하고, 이익률은 4.5%에서 0.9%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수수료율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2014년에도 이익률은 3.6%대로 예상되고 있다. <표 참조3> 더불어, 다소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한 S3의 경우에는 이익규모가 1340억원까지 떨어지고, 이익률은 0.4%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와 관련한 합리적인 접근과 지급결제구조에 대한 비용구조 개선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에는 수익률이 거의 나지 않는 만큼 무리한 수수료율 인하의 강행은 카드사의 수익구조를 송두리째 흔들리게 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시장논리를 면밀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한신평 금융평가본부 관계자는 “이러한 정부규제들에 따라 카드사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카드사 수익창출의 외형성장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속적인 가격구제 위험에 노출됨에 따라 카드사 수익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카드산업이 금융산업 내 지배력의 약화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는 데다, 은행, 유통업계, 통신업계 등 카드산업 진출을 꾀하려고 하는 만큼 카드산업 분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도 했다.
〈 가맹점 부문 손익추정 결과 〉
(단위 : 십억원)
주 1) 가맹점수수료 = 신용카드+체크카드 가맹점수수료
2) 이익(법인세차감전) = 가맹점수수료-VAN사 지급수수료 등 가맹점귀속카드비용-가맹점
배분카드비용-판관비-대손상각비-조달비용
3) 수익에서 차감되는 모든비용은 사업부별 직접귀속분과 수익자배분원칙에 따라 배분된
금액 합산기준
4) 이익률 = 가맹점수수료/(신용결제+체크카드-기업구매전용실적) 기준
〈 손익 추정결과 〉
(단위 : 십억원)
주 1) 카드수익 = 가맹점수수료+일시불(리볼빙수수료)+할부수수료+현금서비스수수료
(리볼빙포함)+카드론이자+연회비 및 기타부대수익
2) 이익(법인세차감전) = 카드수익-카드비용-대손상각비-조달비용-판매관리비
3) 이익률 = 이익/영업자산 평잔
임건미 기자 km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