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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피해 구제법 처리 논란 가열

임건미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2-02-13 00:36

5개 금융단체 “금융질서 근간 훼손 우려” 반대 표명
국회 법사위서 법안 계류 시켜 자동폐기 가능성도

저축은행 피해 구제법 처리 논란 가열
“특정 업권의 부실이 전체 금융업권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국회가 앞장서서 예금자보호제도를 공고히 하고,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지 않도록 원칙과 책임에 입각한 제도 운영 환경을 조성해 달라.” 전국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협회 성명서 내용

“국회가 저축은행 특별계정을 만들 땐 민간에서 조성한 자금을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써선 안된다면서 반대하더니 이젠 더 엉뚱한 곳에 쓰려고 한다”면서 “예보기금을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에 사용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되고 사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꼴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

대표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법안으로 꼽히고 있는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전격 통과했다. 여야 정치권이 정부와 금융권, 전문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을 끝내 강행처리 하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재원으로 은행과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권역에서 갹출한 예금보호기금 특별계정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사적재산권 침해에 따른 위헌 가능성이 높아 역풍은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국회가 오는 16일 본회의 상정하기 보다는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시켜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특별법… ‘선거용 졸속법안’ 논란

지난 9일 통과한 특별조치법은 2008년 9월 이후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19개 부실 저축은행 중 M&A 방식으로 인수된 대영저축은행을 제외한 18개 저축은행(경은·도민·대전·보해·부산·부산2·삼화·에이스·으뜸·전북·전일·전주·중앙부산·제일·제일2·토마토·파랑새·프라임 저축은행)등으로 해당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5000만원 순초과예금자와 후순위채 피해자에 대해 총 피해액의 55~60% 정도를 보전할 수 있도록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특별조치법안은 오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이후 3개월 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이르면 5월 중에 보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법안을 실행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보상심의위원회’를 설립해 보상금액과 지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금자 보호의 근간을 흔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2008년 9월 이전에 부실 저축은행으로부터 피해를 본 예금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후 부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조치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경우 예금자 보호 한도를 적용할 명분이 없다”며 “결과적으로 저축은행의 부실을 더 키우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예보기금은 은행 예금자와 보험 가입자가 만약의 상황을 위해 적립해 놓는 민간 기금인 만큼 저축은행 피해자들 에게만 보상액을 지급하는 것은 ‘포플리즘’을 넘어 ‘위헌’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은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법은 포퓰리즘 입법이 아니다”라며 업계의거센 비난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2008년 9월 이후 부실 저축저축은행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예금자가 8만4000여명이며, 피해액만 약 92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정무위에서 1년여 가까이 논의한 결과 내놓은 구제 방안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아무런 책임이 없는데도 재정을 투입한다면 ‘포퓰리즘’이란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의 정책오류와 감독부실에 대한 책임이 상당부분 있기 때문”이라며 “예금보험공사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피해자 구제를 위한 보상재원을 부담하는 것은 자기책임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에 금융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금번 부실 저축은행의 피해자들은 힘든 환경 속에서 평생 일하며 모은 돈을 노후 생활자금으로 모아온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단순히 피해자들을 보상해 주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한 법안이라며 업계 관계자들이 이해해 줄 것을 호소했다.

◇ 5개 금융단체와 금융당국 등 저축銀 피해자 지원법 반대

그러나 허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날인 지난 10일 전국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종합금융협회 등 5개 금융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된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에 대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조치”라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5개 금융협회는 “이번 조치는 현행 예금자보호제도의 근간과 법치주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향후 금융권 거래 고객이 이번 특별법안을 선례로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닌 예금·채권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져 예금자보호기금 전체 부실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노조 역시 “표에 눈이 멀어 망국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법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은 은행·보험·증권 거래 고객이 5000만원 이내에서 보호를 받기 위해 납부한 예금보험료로 조성된 것인데, 이 돈으로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은 소비자 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5개 금융협회는 “국회 정무위에서 의결된 특별법의 문제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은 현행 예금자보호법 안에서 다른 금융업권 고객과 같은 수준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저축은행 불완전판매에 따른 피해 구제는 금융감독당국의 분쟁조정 절차 등 합리적 수단을 통해 배려돼야 한다”고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정무위를 통과한 특별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금융 기본원칙과 채권자 공동책임원칙에 어긋난 편법인 만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특별법으로 피해자를 편법으로 구제하면 도덕적 해이는 물론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도,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포퓰리즘의 극치’라며 “주식으로 투자해서 피해를 봤다고 돈을 구제해주는 법이 있냐”는 말과 함께 “과거는 물론 미래까지 영업정지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모두 다 구제해줘야 하는 만큼 심각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18대 국회 만료 전에 처리해야 하는 사안 중에는 ‘저축은행 관련 법안’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은 안중에도 없이 폐기 될 것 같다”며 “부실감독체계 개선에 대한 근본적 개혁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특별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치권도 곤혹스런 입장이다. 당장 정무위가 법과 원칙을 무시한채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무리하게 특별법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1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시켜 통과시킬 경우 여야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따라 공을 넘겨받은 법사위에서 법안을 계류시켜 이번 회기가 끝나면 자동폐기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박희태 국회 의장이 사퇴한 마당에 후임 의장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을 본회의에 상정시켜 처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무위는 그동안의 숙제를 해결한 셈이고 법사위도 여론의 비난을 받으면서 까지 통과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 10 오후 국회정문에서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은 금융질서를 파괴하는 법이라며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임건미 기자 kml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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