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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빅3’ 독과점 체제 깨져야….”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2-02-12 23:43

시장 감시 뒷전이고 가격담합 잇속만 챙겨 ‘논란’
새로운 플레이어 시장 진입시켜 경쟁체제로 전환
‘최근 3년간 80~90% 배당성향’ 문제점으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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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시장 선진화를 위해 신규 신용평가사의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국내 신용평가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행 독과점 체제 개선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신용평가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기업이 일정기간 한 신용평가사에서 평가를 받은 이후 다른 신용평가사로 교체하는 방식의 순환 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울러 신용평가 규제와 감독 체계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 신용평가시장 ‘빅3’ 독과점 체제 문제 많다

현재 우리나라 신용평가시장은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3사의 과점시장이다. 2010년 기준 신용평가시장에서 차지하는 NICE, 한기평 한신평의 시장지배력은 매출액 기준으로 34.0%, 33.2%, 32.4%를 차지한다. 지난 2000년 서울신용평가가 설립됐으나 시장지배력은 2%대 미만으로 앞의 3사에 비해 크게 미미한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채, 기업어음 등에 대해 복수평가가 의무화돼 있어 이들 3사는 큰 경쟁 없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등급 산정 신용평가사를 기업이 정하는 구조라는 것. 이는 신용평가사가 갑을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신용평가 제도 아래에서는 신용평가사가 발행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발행사는 신평사의 고객으로서 돈을 주고 평가를 맡긴다. 신평사가 투자자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쉽지않은 구조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신평사 관계자는 “발행사가 등급을 올려달라고 입김을 넣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1995년 복수평가가 의무화되고서 약해지긴 했지만 발행사의 압력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들의 신용등급이 모조리 높아지는 소위 `등급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실제 재무상태에 따른 등급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등급 자체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결국 회사채에 투자할 때 판단 기준이 되는 신평사 보고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한 증권사의 채권 연구원은 “2010년 이전보다 평가대상 기업 수는 줄었는데 `AA’ 등급 이상은 2010년 이후에 더 많아졌다.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이 팽배해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지난해 이들 신평사는 기업이 워크아웃 등을 신청하고 나서야 뒤늦게 신용등급을 떨어뜨려 시장불신을 키워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발행사의 영향력에 휘둘려 공정하고 투명한 신용등급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예컨대 한신평과 한신정평가는 지난해 대한해운이 유상증자에 나설때 BBB+ 등급을 줬다가 대한해운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투기등급인 ‘D’로 갑작스럽게 조정했다. 한기평과 NICE신용평가는 지난 1월 진흥기업의 기업어음에 대해 ‘A3’ 등급을 준지 1달만에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또 부산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비리가 터지고 후순위채 발급이 중단된 이후에 현대스위스, 솔로몬, 한국 등 대형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 등급을 무더기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 한신평 등 외국계 신평사 최고 90% 고배당 형태도 문제

여기에 이들 신용평가 3사가 이익의 절대 부분을 고배당 형태로 회수해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8.6%의 시가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8.2%에 이어 다시 사상 최고 배당이다. 올해 배당금액은 총 77억원으로 순익의 65%에 해당된다. 지난해도 65%를 배당했고, 2009년에는 99.7%를 배당했다. 한기평의 최대주주는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피치사로 지분 73%를 보유하고 있다. 무디스(Moody’s)가 최대주주인 한국신용평가도 다르지 않다.

한신평의 배당금은 2010년 73억원, 2009년 79억원으로 2010년과 2009년 당기순익 81억원, 88억원 중 90%를 배당했다. 기업 발전과 투자 등에 쓰이는 내부 유보금을 거의 남기지 않은 셈이다. 무디스의 지분이 50%이므로 배당금 중 절반은 고스란히 국외로 빠져나갔다. 한기평은 1983년 설립된 뒤 1987년 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됐다. 1999년 산업은행이 매각하면서 민영화돼 한일시멘트가 인수했다가 2007년 피치가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최대주주가 됐다. 9월 결산법인인 한기평의 지난해(2009년10월~2010년9월) 실적은 매출 445억원, 영업익 96억원, 순익은 100억원을 기록했고, 작년의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액 333억원, 영업익 88억원이다. 비상장 법인인 한신평은 1986년 설립 이후 1998년 무디스가 합작투자 형태로 들어온 뒤 2001년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무디스 싱가포르 법인이 50%지분+1주로 대주주다. 2010년 매출액은 315억원, 영업이익은 90억원, 당기순익은 81억원을 기록했다. 한신평은 무디스로부터 기술지원을 받고, 상표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약 1억4000만원 상당의 로열티도 지급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중 유일하게 토종기업인 NICE신용평가(구 한신정평가)도 배당률은 높은 편이다. 2010년 배당금 총액은 2011년 3월 기준 25억원이며, 배당성향은 35.8%다. 2009년도는 배당총액이 2010년 3월 기준 43억원으로 배당성향은 82.3%였다. 2008년에는 배당이 없었다. 양현근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신용평가 제도 개선 정책세미나’에서 “최근 3년간 신평사의 배당성향이 80~90%에 육박하고 일부는 이익의 150%를 배당금으로 지급한 사례가 있다. 과도한 배당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 3사는 본래 취지인 시장 감시기능 보다 돈벌이에 연연해 수시로 수수료를 담합해온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사상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 신규 신평사 진입과 순환평가시스템 도입 등 제도정비 시급

따라서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향후 신용평가회사의 진입요건을 완화하고 평가실적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등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도 강조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신용평가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세미나` 주제 발표에서 “질적 요인을 포함한 진입기준 개선을 통해 신용평가의 질을 제고해 신용평가사의 선별적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부적격자의 시장진입에 의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되 적정한 신용평가 능력을 지닌 신규 신용평가사 진출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인가관련 세부기준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세미나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학계 및 업계로 구성된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되었던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여서 향후 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현재 회사채 신용평가 시장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의 3사에 의한 사실상 과점상태에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행기업이 신용평가사를 바꾸도록 하는 `순환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순환평가제는 예를 들어 회사채 발행 기업이 3년 이상 한 곳의 신용평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신평사 입장에서는 수주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 독립적이고 공정한 신용등급 평가가 가능해진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순환평가제 도입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 규제와 감독 체계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여기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신용평가 내부통제 기준의 중요 사항을 제도화하고 법규 위반시 제재 조항을 도입하는 안, 신평사의 내부심사 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정기적으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안이 포함되어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독자신용등급 도입에 대해서도 신용평가사 자율로 독자신용등급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정보제공에 소극적일 경우 정책적으로 독자신용등급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이외에도 신용평가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미공시 신용등급 정보의 공개를 확대하고, 신용평가의 절차개선 및 애널리스트 공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수수료 체계 개선 방안 장기과제로 …업계 불만

하지만 이번 TF에서 논의된 개선안에서 수수료 체계 개선 방안이 장기과제로 밀려나면서 금융당국이 추진중인 신용평가제도 개선안이’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금융당국은 신용평가업계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로 지난해 11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최근까지 신용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 9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신용평가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대략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하지만 발행사가 신용평가 수수료를 평가사에 지급하는 현행 방식을 바꾸는 개선안은 이번에 쏙 빠졌다. 바로 평가사의 독립성과 직결된 문제다. 양현근 국장은 “발행자가 부담하냐, 투자자가 부담하냐, 감독당국이 나서 거중조정하냐의 3가지 방안이 있는 것 같은데 (현재로선) 정답이 없다. 장기적으로 연구해볼 과제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았던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TF에서 논의는 됐으나 별다른 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수료 체계 개선 방안이 장기과제로 밀려나면서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우영 한국기업평가 전무는 “수수료 체계를 장기개선 과제로 돌렸는데 사실 이부분이 가장 본질적인 주제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신용평가 시장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과제로 해서 빗겨둘 게 아니라 타임스케줄을 정해 구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부터 당장 논의를 시작해 충분한 검토를 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도 수수료 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성부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시장의 의견이 반영된 수수료 지급 당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발전 정도를 보면 발행사도 중요하지만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파워를 갖는 시대가 됐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신용평가사에 주는 수수료를 발행사와 기관투자자가 또는 기관투자자를 대표하는 어떤기관이 분담할 시기도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행사로 한정된 수수료 지급 주체를 다각도로 논의 검토한 후에 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들이다.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수수료 체계 개선은 아무래도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얽힌문제이다 보니 순환평가제도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순환평가제는 신용평가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평가사가 일정기간 평가한 기업에 평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수수료 체계 개선안과 함께 순환평가제 또한 장기개선 과제로 돌린 상태. 그러나 김 선임연구위원은 수수료체계 개선안의 답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 대안으로 순환평가제의 도입의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것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신용평가 개혁법을 마련하면서 구조화증권에 대한 순환평가제를 권고하고, 실제 검토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 금융당국이 쉽게 제도화할 지는 미지수다. 발행사의 압력과 영향력을 줄이는 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지만 신용평가사의 ‘프리라이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현재 독과점 구조로 돼 있는 신용평가 시장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내 신용평가사 현황 〉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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