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車보험 인수기준 공시’ 법안 발의
이와 관련된 논란은 지난 해 1월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소비자들의 자동차보험 가입 시 적용되는 인수기준 등을 알 수 있게 공시토록 했으며, 공시한 인수 기준에 부합하는 사유가 아닐 경우 소비자의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의원은 “보험소비자들이 인수기준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보험사가 인수조건을 악용해 보험료를 부당하게 올려 받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 손해율 악화·획일화 이유로 업계 반발 심해
그러나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거세게 반발했다. 보험청약과 관계된 보험 인수나 거절은 보험사의 고유한 권리이며, 인수기준 역시 위험관리와 관련된 업무기밀이어서 오히려 손해율 악화와 획일화를 불러올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 인수기준은 영업기밀이라 공시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인수기준에 차별성이 없어지면 오히려 A보험사에서 가입하지 못한 고객이 B보험사에서는 인수기준을 통과해 가입하는 등의 보완적인 부분이 무너질 뿐 아니라 아예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 공동인수물건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동인수물건은 통상적으로 보험료가 더 높아서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료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보험 인수기준은 각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으며, 보험사들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받은 계약관련 사항을 위험도로 환산해 추정손해율을 구하고, 이를 점수로 환산해 불가, 제한, 금지, 수용 등으로 인수 가부를 판단하게 된다. 개인적인 손해율이 높아도 특약 등을 통해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는 경우 그 손해율을 상쇄할 수 있어 보험인수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영업 쪽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하는 등 변수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기준 항목으로는 지역등급, 특약가입여부(연령특약, 운전자 한정특약 등), 할인할증, 성별, 연령, 차량종류, 갱신여부, 보험가입경력, 1년간 사고건, 3년간 사고건수, 법규위반 등이 포함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모두 우량고객일수는 없어서 분명 기피하는 고객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는 있겠지만 기준항목과 변수가 많을뿐더러 인수가 안되는 물건의 경우 각사에서 공동인수를 통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것은 기업입장에서 불가능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 금융당국, “업계영향 커, 통과 쉽지 않아”
금융당국에서도 인수기준 공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 기준이 공개될 경우 다른 금융권역에서도 여신 거절 이유나 대출심사기준 등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의 내부 영업전략일 뿐 아니라 업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져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해 6월에 있었던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인수기준 공시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최근 공동인수로 가입되는 계약이 감소추세에 있으며, 기업의 경영활동 침해와 획일화된 인수기준으로 보험사의 선별기능을 약화시키고 보험소비자의 역선택을 유발할 수 있어, 공통적인 인수기준과 보험사 고유의 세부기준으로 나눠 부분적인 공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동차보험 인수기준 공시’와 관련된 법안은 지난해 회의를 거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정 의원 측에서도 업계 반발을 고려해 상임위에서 수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법안 진행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 자동차보험 대인배상Ⅱ 공동인수물건 현황 〉
(단위: 천대, %)
* 평균유효대수 기준
(자료 : 보험개발원)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