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당초 예상한 헤지펀드 초기 설정액 5000억원엔 한참 못 미치는 15000억원 규모에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자금도 ‘전무’한 상황이지만 일단 업계에선 “시작이 반”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본래 헤지펀드 투자 성격상 트렉레코드(과거 성과)가 뒷받침 되어야만,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원활해지기 때문에 크게 관여치 않는 분위기다.
한 대형운용사 AI본부장은 “당연히 과거 성과에 대한 검증도 없고, 혼조국면에서 기관입장에서도 무턱대고 자금 넣기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따라서 초창기엔 각 운용사들이 운용의 묘를 살려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에 각 운용사들이 선보인 헤지펀드 브랜드명도 제각각 투자 철학과 의지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이번에 ‘신한BNPP 명장 한국주식롱숏전문사모투자신탁’등 4개의 롱숏전략펀드를 선보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명장’이라는 브랜드명을 앞세워 펀드명가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그리스신화로 창과 방패를 뜻하는 ‘이지스’를 내세웠고, 우리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각각 헤지펀드의 이미지가 강한 ‘헤리티지’와 ‘H클럽’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향후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투자자보호와 교육, 그리고 감독당국의 꾸준한 관심과 운용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모았다. 실상 해외 헤지펀드 대비 레버리지 한도도 낮고 투자자들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로 한국주식에 투자가 편중돼 운용전략이나 운용사들의 다양성 부족도 걸림돌로 꼽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투신 AI본부장 서정두 상무는 “헤지펀드 특성상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들이 주축인만큼 기존 일반펀드와 달리 운용전략이나 리스크 측면에서 규제를 오히려 완화시키고, 투자자들의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며 “즉 일반펀드와 다른 스킴, 그리고 투자자의 책임 역시 강조되어야 한다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연금실 김재칠 박사도 “높은 헤지펀드 운용업자 인가 기준, 헤지펀드 설정 및 등록자로서의 매력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외국인들이 국내에 한국형 헤지펀드를 적극설정하기 힘든 만큼 초창기엔 튼튼한 하부구조에 신경써야 한다”면서 “향후 2~3년간 일정 수준 트렉 레코드가 축적되면 한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는 어느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각 운용사별 1호 헤지펀드 등록 현황 〉
(자료: 금융위원회, 각사 취합)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