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1 은행권 ②] 최대 순익 ‘공끝’ 죽고 만성질환 리스크 지속](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1211223209115263fnimage_01.jpg&nmt=18)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순익을 벌어 놓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요? 현대건설 매각 같은 1회성 이익을 빼고 자산증가 규모를 놓고 보면 오히려 건전성 지표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게다가 내년 영업환경이 어떻게 급냉 될지 아무도 모르니 살얼음 판 위를 가고 있는 겁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내심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 착시를 벗고, 최대 규모 순익 달성 어렵다
출발은 좋았다.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익 규모가 12조 4000억원. 단순하게 봐서 4조원 만 더 벌면 16조원을 넘는다. 2007년 15조 477억원보다 1조원 이상 더 벌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세가 갈수록 꺾일 공산이 더 크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끌어 올려야 하고 국제회계기준(IFRS)도입에 따라 신설된 대손준비금도 3분기 말보다 더 쌓아야 한다. 감독당국이 기대하는 수준은 대손충당금으로 1조 5000억원 더 쌓는 것. 여기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대손준비금으로 1조 4000억원 추가로 쌓아야 한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은행권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번 총이익을 합하면 36조 9000억원. 4분기 총이익도 12조~13조원 번다고 보고 3분기까지 평균 판매관리비 만큼인 4조 7000억원을 뺀다면 충당금적립전 이익은 7조원 후반대에서 8조원 후반대를 추정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충당금과 준비금으로 3조원 가까이 쓴다면 순이익 4조원은 쉽지 않다. 애초에 이같은 비이자이익 규모 기대치는 11월 이후 자동화기기 수수료 면제 또는 감면에 나섰다는 것을 감안하지도 않은 것이고 이자이익 역시 정부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등에 따라 자산증가세가 둔화됐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높은 기대치인데 그렇다. 비관적으로 보면 2007년 남긴 순익 15조원보다 더 많으면 다행이라고 봐야할지도 모른다.
◇ 금융 고유법칙 외면 정치논리에 시달린 신묘년, 임진년은?
떠나는 마당이니까 좀 더 강하게 간접적으로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 압력에 불만을 표한 것일지 모른다.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 이야기다. 퇴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은행 이자마진이 2008년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데 사상 최대 순익 비판을 받고, 이자마진이 턱 없이 높다는 공격이 가해졌던데 대해 해명했다. 국제 비교 없이 수수료가 너무 많아서 서민부담이 크다는 대중 감성 호소에 적합한 비판에 직면해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일제히 낮췄다.
그 동안 은행권 이익창출을 떠받쳤던 여신 증가율은 새해에 뚝 떨어질 전망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바젤Ⅲ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규제가 다가올수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그나마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더 쌓게 하고 배당을 자제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증권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내다보는 임진년 새해 순이익 규모는 10조원 안팎이다. 물론 이같은 기대는 남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불안요인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국내 실물경제도 이상 없이 작동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고 금융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은 “대손비용이 올해 보다 늘것이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리스크를 강화하고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출 증가율이 올해보다 떨어지고 수수료 수익원 물줄기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업경기 악화 가능성이 치솟고 일부 한계 가구 부실 우려가 대두하는 세 밑이라 긴박감으로 새해 설계를 해야 할 처지다.
◇ 외화조달과 신용등급 움직임 보니 그나마 다행
유럽 재정위기가 좀체 진화되지 않으면서 국내 은행들에 쏠린 걱정도 커졌지만 일단은 기우였다. 올해 한국계가 외화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외화 중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63%, 모두 186억 달러에 이른다. 수출입은행과 산은이 10억 달러 규모를 넘기는 대규모 조달에 성공했고 은행들의 달러 공모채 발행만기는 5.5년이 다수였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엔화 즉 사무라이채 비중을 늘리고 사우디에서 처음 조달에 성공하는 등 외화조달처를 선도적으로 다변화한 국책은행들이 공이 가장 컸다. 중장기 조달이 순조로운 가운데 단기 조달이 문제 있을 리가 없다. 높은 차환율과 위기 징후가 극심했던 때 대비해 가산금리도 낮춰진 상태다.
특히 글로벌 중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사이 국내 은행과 금융공기업, 2금융권 주요회사들의 신용등급이 개선됐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한 관계자는 “국제 경제가 예상 범위를 완전히 이탈해 한국 실물경제가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는 이상 한국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이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경기 악화에 내성을 기르고 그런 가운데서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과제는 임진년으로 바통을 넘기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