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금융지주 자본적정성 지표 변동은 보통 때라면 금융계의 눈길을 끌기 충분한 악재일 수 있었다.
그런데 안으로 파고 들어가 보니 민영화를 앞둔 자산 확대와 수익 기반 확충 노력에 따른 정상화 과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계 뜻있는 관계자들은 개별 은행지주사 BIS비율 수치 변동보다는 앞으로 본격화할 자본규제 강화와 관련한 전망에 관심을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9월 말 현재까지 모습으로는 우량 은행지주 군과 자본확충 이슈가 대두할 은행지주사 군으로 차별화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국제 경기 부진과 국내 실물경제 악화 국면을 맞아 어떤 대응을 펼칠 것인지에 따라 각 금융그룹의 우열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 BIS비율 15%대 초대형 금융그룹이 없다
7일 금융감독원이 낸 ‘11년 9월 말 은행지주사 연결BIS비율 현황’에 따르면 산은지주 BIS비율은 6월 말 16.65%에서 9월 말 15.15%로 무려 1.50%포인트나 급감했다. 다른 은행지주사가 이 정도 빠졌다면 우량 대열 합류를 넘보다 하위권으로 처지거나 아예 탈꼴찌 다툼을 하는 신세로 전락했을 정도다. 산은지주가 빠지는 틈을 타 선두를 치고 들어온 곳은 BS금융. 분기별 BIS비율 통계치를 세 번째 찍으면서 16.04%를 기록한 결과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보유했던 자사주 매각 등의 효과에 힙입어 대출자산이 늘면 덩달아 늘어나는 위험가중자산 증가율보다 자본이 살찌는 속도가 빨랐던 덕분이다.
이어 한국씨티금융지주가 지난 6월 증자효과로 다시 2위에 올라섰고 분기별 BIS비율을 이제 두 번째 산출한 DGB금융지주가 BIS비율 하락폭을 0.02%포인트로 선방하면서 3위를 이뤘다. 요약하면 BIS비율 15%를 넘는 은행지주 중에 대형금융그룹으로 꼽을 만한 건 산은지주 뿐인 셈이다.
◇ 산은 대출 순증에 외화대출 환율효과 탓
산은지주 BIS비율이 떨어진 것은 자기자본 규모가 500억원 정도 밖에 늘지 않은 사이 3분기에만 위험가중자산이 약 1조 7000억원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력 자회사 산업은행 대출자산이 올 들어 8조원 가까이 늘고 이 은행이 대표적 외화대출 기관이어서 환율 변동 리스크에 노출된 탓에 올 해 위험가중 자산 증가 규모는 합해서 18조 5742억원으로 금융그룹 가운데 최다 자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다.
산은금융그룹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히려 지난 연말 BIS비율이 17.48%를 기록한 것이 비정상적인 일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자본을 필요이상 많이 쌓아 둔 채 이익을 내는데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적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 산은지주는 강만수 회장 취임과 함께 민영화에 앞서 CIB(기업금융기반 투자금융)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자산확대를 꾀했다. 아울러 대기업 편중성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대출 확대는 물론 가계대출에 발을 들이는 등 수익기반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자산 규모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하나금융지주 BIS비율이 13.05%이고 초대형 금융그룹의 경우 KB금융이 13.67%, 신한지주가 13.37%로 13%대이고 우리금융지주는 12.08%로 처져 있다.
◇ “포트폴리오 재구축+수익기반 확충 여유 최소 2년”
산은지주 내부에선 이 때문에 자산 확대와 수익기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유가 1~2년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부실채권비율이 9월 말 현재 2.54%로 개선 추세를 그리고 있어 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이익이 늘어나면 자본확충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제적으로 금융회사 또는 금융그룹의 경쟁력 순위를 매기는데 쓰는 기본자본비율(Tier1)은 무려 14.20%를 자랑하고 있다. 경쟁 금융그룹들 가운데는 이 비율이 10%에 못 미치는 곳도 여럿 있고 산은지주에 가장 근접한 한국씨티금융도 12.70%에 그친다.
보완자본 확충하기는 기본자본보다 어렵지 않고 산은지주는 여유가 충분하다는 점을 보면 이번 BIS비율 급락에 의미를 둘 이유는 없어 보인다.
◇ 감독당국 “은행지주들 자본확충 이슈 대비해야”
이렇게 놓고 보면 앞으로 바젤Ⅲ 도입 등 자본규제 강화 정책이 본격화 할 경우 가장 부담이 적은 곳이 산은지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분기 BIS비율 동향과 관련 금융감독원은 “지속적인 이익시현 등에 따른 이익잉여금 증가 및 KB금융 등의 자기주식 매각 효과 등에 따라 자기자본 규모가 6월 말보다 3조 7000억원, 2.8% 늘었지만 위험가중자산이 이보다 큰 44조 6000억원, 4.7% 늘어나면서 BIS비율이 은행지주사 평균 0.24%포인트 줄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감원 한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해소가 장기화되는 등 글로벌 금융불안에 대비하고 바젤Ⅲ 도입 등 자본확충 이슈에 대응해 충실한 자본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은행지주사들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부실채권 신규 발생 최소화 등 위험관리와 동시에 자본적정성을 제고해야 하기 때문에 BIS비율을 통해 금융그룹간 우열은 더욱 두드러질 개연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자본적성성과 이를 지렛대 삼아 누가 많은 이익을 내면서도 건전성이 뛰어난가를 통찰하다 보면 우량 금융그룹과 개선노력이 필요한 금융그룹 구분은 저절로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