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IB 눈앞, 프라임브로커리지로 해외IB 확대
자본시장개정안이 지난 9월 27일 국무회의를 통과되며 대형IB 개막의 7부 능선을 넘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핵심과제로 추진해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내 투자은행의 활성화다. 대규모 해외프로젝트를 선진금융기법으로 지원할 수 있는 투자은행의 발전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자격요건을 뒀다. 위험관리능력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회사를 투자은행, 즉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한 것이다. 투자은행의 자기자본기준은 3조원으로 최종확정했으며 이 기준에 맞춰 대형증권사들은 자본확충에 따른 몸집불리기를 완료한 상황이다.
실제 대우증권(약 3.9조원), 우리투자증권(3.3조원), 삼성증권(3.2조원), 현대증권(3.2조원) 한국투자증권(3조원) 등 5개 대형증권사들이 당국이 제시한 프라임브로커의 기준(자기자본 3조원)에 충족하며 한국형 헤지펀드 1호 출시를 준비중이다.
커트라인을 통과한 대형IB에게는 독점업무를 허용하는 당근책이 제공된다.
IB(종합투자금융사업자)에 한해 투자은행으로서 종합적인 기업금융 관련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여신·내부주문집행 등 관련 규제가 대폭 풀린다. 이에 따라 신생기업 발굴은 물론 이에 대한 투자융자, IPO, 인수, M&A 자문 등도 가능하다. 또 투자은행이 거래소ㆍATS(대체거래소)를 통하지 않아도 다수 고객의 주문을 집행할 수 있다.
가장 큰 인센티브는 앞서 밝혔듯이 프라임브로커지 업무허용이다. 이는 헤지펀드를 후방지원하는 업무로 증권 대차, 신용공여, 펀드재산보관 ·관리, 매매체결·청산 등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연계·제공한다. 또 증권 외에 일반상품·파생상품 등 ‘증권 이외의 투자’와 관련해 해당 헤지펀드에 신용공여도 허용했다.
규제는 대폭 완화한 반면 리스크관리는 강화했다. 투자은행의 리스크특성 등을 반영해 자기자본 규제시 현행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 외에 Basel 기준도 적용된다. ‘NCR’를 베이스로 바젤1’규제를 보완해 유동성, 레버리지에 대한 리스크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셈이다.
◇ 파생시장 등 전방위 규제로 몸살, 중소형사 수익원 ‘흔들’
희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규제완화로 대형IB, 한국형헤지펀드 시대의 개막을 열었다. 하지만 이 부문 외에 파생상품시장, 수수료, 자금조달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규제는 대폭 강화됐다. 대표적인 예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파생상품시장이다. 특히 ELW시장을 중심으로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내내 규제강화로 몸살을 앓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ELW시장 추가 건전화방안’은 규제수위가 그야말로 메가톤급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본예탁금제 도입이다. 현행 대부분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증거금외에 기본예탁금을 부과한다. △미니금선물·돈육선물 : 500만원 △나머지 파생상품 : 1500만원이다. 이제껏 ELW는 이 같은 기본예탁금을 받지않아 개인들도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예탁금제도 도입으로 사실상 소액투자의 기회는 물건너갔다. ELW뿐만 아니다. 장내옵션시장의 경우 KOSPI200옵션 1계약 거래승수를 지수선물 수준으로 상향조정했다. 현재 KOSPI200옵션의 1계약 금액을 지수선물의 1계약 금액(주가지수×50만원)과 똑같이 올린다는 게 핵심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승수상향의 영향으로 자금부담이 크게 늘어 소액투자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FX마진도 개시증거금은 거래금액의 5%(5,000달러), 유지증거금(마진콜 기준)은 3%에서 10% 올렸다.
이밖에도 증권사의 수수료에도 칼을 빼들었다. 핵심은 투자자보호다. 이를 위해 신용융자 연체이자율,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매매 수수료, 펀드 판매보수 등이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24일에 발표한 개선안의 핵심은 업계 중심인 수수료의 합리화다.
특히 증권사들의 실적에 기여했던 투자자예탁금, 자문형랩, 신용공여 등이 타깃이다. 항목별로 보면 먼저 투자자예탁금의 금리를 리모델링할 방침이다.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부터 받는 예탁금이자를 돈의 주인인 고객에게 훨씬 적게 돌려준다는 판단이다. 자문형랩도 주요 5개사의 자문형랩 수수료(연 1.9%~2.9%) 가운데 선취수수료 비중이 50%를 넘는 구조에 매스를 대며 고금리논란을 낳았던 신용공여 연체이자율도 대폭 손질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규모를 감안한 맞춤형 규제가 업계의 대형화를 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권세훈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대형IB뿐만 아니라 은행과 동일한기준의 자본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규모가 작거나 업역이 제한된 중소형사의 경우 다양한 규제면제를 허용하는 등 규제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같은 이단계 규제방식은 중형사들에게 대형회사로 성장 또는 합병할 유인을 제공할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