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시장 저성장 신흥국시장 회복 무게
증권사들이 코앞으로 다가온 2012년을 맞아 투자포럼을 열고 내년 시장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더블딥우려, 유럽위기 등 돌발악재로 하반기 전망이 빗나간 터라 정확한 분석을 내놓기 위해 실무전문가를 초청하거나 해외유수의 석학을 초빙하는 등 힘을 쏟는 모습이다.
글로벌시장의 경우 주요 증권사는 내년 키워드를 저성장으로 꼽고 있다. 대신증권은 글로벌경제의 화두로 유럽의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유럽 재정위기가 확대되며 이탈리아, 프랑스 등으로 재생산 가능성이 높은데다, 세계경제의 구원투수로 촉망받는 미국도 GDP성장률이 지난 3/4분기(+2.5%)를 정점으로 2012년 상반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경제의 양대산맥인 중국도 고강도 긴축정책의 후유증으로 이전보다 성장세가 약화되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현대증권은 저성장보다 안정적 성장 쪽에 무게를 뒀다. 내년에도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불안 상존 및 선진국의 재정긴축정책 지속 등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신흥국의 내수확대와 인플레 압력완화에 따른 저금리정책이 지속되고, 통화정책도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춰 호재가 악재를 상쇄한다는 지적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성장과 완만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면의 전환과정을 ‘Fade-in(짙은 어둠에 묻혀 있던 무대가 서서히 밝아지는 연극용어)국면으로 정의내리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도 비슷하다. 제시한 키워드는 ‘복합불황 속의 희망’.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탈피가 핵심이다. 유럽발 대외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안정화되면서 글로벌시장을 짓누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난다는 것. 특히 미국경제가 더블딥 우려를 딛고 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2%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경제의 성장의 축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꼽은 투자키워드는 아시아 내수성장. 즉 아시아의 내수확대로 재정지출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통화강세가 이어지면서 내수확대에 따른 수요증가가 이뤄지는 등 세계경제의 큰손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 시장불확실성 산재, 정책효과, 실적개선으로 밸류에이션 회복도 기대
주요 증권사들의 증시전망은 신중한 낙관론으로 요약된다. 현대증권은 유럽위기확산같은 시장불확실성이 많아 대세상승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다. 1분기의 경우 기업이익의 하향조정과 밸류에이션의 정체로 증시의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업이익이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2분기 이후 밸류에이션의 상승국면도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디스카운트가 변수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실장은 “중국의 물가하락과 정책전환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투자중심의 경기하강 속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국내증시가 이를 모두 반영하는 2012년 2분기 이전까지는 중국 모멘텀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복합불황시대로 규정짓고 정책효과, 실적개선에 따라 증시도 희비가 엇갈린다는 입장이다. 미국 경기회복, 국내 기업실적 턴어라운드, 주요국의 양적완화, 경기부양책 등이 주요 모멘텀으로 이들 변수의 영향력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패러다임도 △디스인터미디에이션(disintermediation : 자산간대체) 현상 △불균형의 균형화과정 △환율전쟁 등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바닥을 다지면서 하반기엔 밸류에이션을 회복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라는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 PER은 부채를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정체되겠지만 신흥국PER은 물가안정 속에 점차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상고하저(上高下低)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미국 경기관련 심리지표들(각종 신뢰지수 등)이 호조세를 보이는 등 안도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ISM(공급자관리자협회)지수상승에 따른 실적회복도 내년 1분기에 기대된다. 이같은 기대감으로 내년 상반기 2000P돌파도 예상되나 하반기엔 예상과 다른 부진한 지표에 따른 실망감으로 조정장에 진입한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조윤호 리서치센터장은 “‘저성장, 저금리, 저수익률’의 뉴노말 패러다임은 상당 기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식시장은 확실한 경기회복과 기업이익 개선의 여지가 적기때문에 추세적인 상승장을 예상하기 어려우며 기대수익률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유망업종으론 자동차, IT업종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토픽업종의 경우 현대증권은 이익의 성장성이 우수한 IT, 이익의 안정성이 높은 경기소비업종을, 대신증권은 저성장·저금리·저수익률의 틀에서 아시아 통화강세의 수혜를 입는 주도주로 자동차 타이어 및 부품주를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국가 소득불균형해소에 따른 내수성장정책 영향으로 IT산업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자동차, 게임, 건설, 정유, IT업종을 2012년 Steady Sector(안정성장주)로 선정했으며, 이 가운데 자동차와 게임 업종의 PBR 상승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 2012년 주요 증권사 시장전망 〉
(자료:각사, 가나다순)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