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지펀드가 저성장늪 빠진 증권업계 신성장엔진
헤지펀드가 저성장늪에 빠진 증권사들의 구세주가 될까? 수수료경쟁에 시달리는 증권산업 구조개편의 신호탄이 될까?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이 임박하면서 저성장리스크에 노출된 증권사들의 신수익원으로 거듭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자본시장법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한국형 헤지펀드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 금융위원회도 오는 24일부터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헤지펀드 운용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규모별로 업무범위가 다르다. 자기자본 1조원을 웃도는 증권사의 경우 헤지펀드운용은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알짜비즈니스는 헤지펀드의 토대인 프라임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다. 이는 헤지펀드에 대한 거래와 집행, 결제뿐 아니라 유가증권 대여, 신용공여, 수탁, 리스크관리, 대차 등 헤지펀드 업무 관련 제반 서비스를 뜻한다. 일종의 후방지원업무로 리스크는 줄이면서 안정적 수익을 내는 알짜수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기준을 자기자본 3조원으로 못박으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사이의 희비는 엇갈리게 됐다.
현재 자본확충으로 이 기준에 충족하는 곳은 대우증권(3.9조원), 우리투자증권(3.3조원), 삼성증권(3.2조원), 현대증권(3.2조원) 등 4개사. 한국투자증권(2.3조원)이 자본확충을 놓고 저울질이어서 마지막 대형IB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몸집을 키운 대형사일수록 진입장벽을 최대한 활용해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은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70%를 차지하고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이같은 양극화는 더욱 깊다. 헤지펀드운용의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의 업무특성상 자금력이 앞선 소수의 프라임브로커와 거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 박선호 연구원은 “외국 대형 헤지펀드의 경우 평균 3.5개의 프라임 브로커만을 이용, 업계 전체적으로는 평균 2개의 프라임 브로커와 거래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은 헤지펀드의 양극화는 기존 거래를 유지하던 프라임브로커의 M/S를 상승시키며, 프라임 브로커리지의 양극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 집입장벽에 따른 과열경쟁 극복, 높은 수익성도 기대
신수익원으로 주목받는 다른 이유는 제도적 진입장벽에 힘입어 과열경쟁에서 한발 비껴났기 때문이다.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신투자수단으로 촉망받았던 랩, ELS, CMA 등은 후발주자들이 값싼 수수료를 내세워 시장에 진출하면서 출혈경쟁의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프라임브로커리지의 경우 자기자본 3조원 넘는 대형사에게만 빗장을 열어 수수료 덩핑경쟁에서 일단 자유로운 편이다.
헤지펀드시장의 성장성도 밝은 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장형성 초기의 경우 상위 1%의 금융자산 중 약 5%만이 투자된다고 가정하면 고액자산가로부터 유입될 총자금의 규모는 약 3조원이다. 또 초기 개인투자 비중 60%를 감안시 전체 시장규모는 약 4.9조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초기 프라임브로커리지 관련수수료규모가 약15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3~4개의 프라임브로커당 약 450억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IB에 합류한 대형증권사들도 고액자산가의 강점을 가진 증권사 쪽으로 수혜가 집중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수석연구원은 “공매도풀을 갖추고 투자자금유치에 필요한 고액자산가를 많이 보유한 증권사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운용, 가입제한 등 각종 규제로 헤지펀드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A운용사 본부장은 “공매도를 금지한 상황에서 롱숏전략이 중요한 헤지펀드를 도입하겠다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가입금액도 5억원으로 높은데다 신뢰할 만한 트랙레코드도 없는 상황에서 펀드, 랩처럼 고성장을 예상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