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이들 6개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금융지주회사간 경쟁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KB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은 하반기 구조조정을 끝으로 사실상 마지막 장이 열리는데다 금융당국의 ‘인수 압박’이 불보듯 뻔해 아예 서울소재 저축은행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 제일·토마토 ‘개별’ 그리고 나머지 ‘2개씩 패키지’
예금보험공사는 14일 영업 정지된 6개 저축은행에 대해 개별매각과 일괄매각을 병행해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제일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 등 대형저축은행은 개별매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대영과 에이스, 프라임과 파랑새저축은행 등 4개 중소형 저축은행은 2개씩 묶어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표 참조〉
예보 관계자는 “매각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덩치가 큰 대형저축은행은 개별매각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12월 중순 혹은 하순까지 영업재개를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4개 중소형 저축은행에 대한 패키지 입찰이 무산될 경우 개별 저축은행별로 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개별 저축은행 입찰에는 해당 저축은행이 속한 패키지 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자로 제한된다. 인수의향서(LOI) 접수는 제일과 대영+에이스저축은행은 오는 20일, 토마토와 프라임+파랑새는 21일 각각 진행한다. 인수 후보는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고 △총자산 2조원 이상인 자 또는 총자산 2조원 이상인 자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으로 제한된다. 예보는 11월 중순 입찰을 실시하고 입찰자의 자산·부채 인수범위와 순자산부족액에 대한 출연 요청액 등을 검토한 후 최소비용원칙에 부합하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12월 중순에는 계약이전 절차를 마무리하고 저축은행 영업재개가 가능할 전망이다.
◇ 서울 소재 제일저축은행 인수에 관심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부분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본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프라임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본점이 있다. 또 대영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제일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제일2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본점이 있다.
또한 토마토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에이스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본점이 있으며, 파랑새 저축은행은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 본점이 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부분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며 “이번 구조조정으로 저축은행 매각 시장이 최대한 열리게 돼 전 금융권에서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부실 규모가 확실치 않아 인수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우리금융이 사들인 우리저축은행(옛 삼화저축은행)도 인수 후 새로운 부실이 드러나면서 거액의 증자를 실시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금융회사들은 예보가 손실보전 규모를 늘려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예보가 부실 저축은행 매각과 관련해 최소비용의 원칙을 고수한다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 들어 저축은행 매각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예보가 너무 경직된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쌀수록 인수하기 수월한 게 사실”이라며 “연말이 되면 시장에 매물이 더 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은 관망하겠다는 인수자들이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결국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면서 금융지주사 등 대형 금융회사에 부실 저축은행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증권사 1~2곳도 관심을 보이고, 부산은행을 주력 자회사로 둔 BS금융지주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 매각예정 부실 저축은행 자산규모 현황 〉
(영업정지일 현재, 단위 : 억원, 개)
(자료 : 예금보험공사)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