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 보호 쪽으로 외국기업IPO제도 대수술
말많고 탈많던 외국기업 IPO제도가 전면적으로 개선된다. 또 우량외국기업의 발굴을 유도하는 등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주관사의 책임도 대폭 강화된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주관사 책임강화’가 주요 내용인 외국기업상장관련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일부 외국기업의 회계투명성 미비, 내부통제부적정 등이 불거지며 투자자의 피해도 우려되는 등 외국기업에 대한 신뢰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외국기업의 IPO는 양적 발전에 비해 질적 발전이 더디다는 게 거래소측의 진단이다. 실제 외국기업의 숫자는 중국 멀티미디어 기기 전문기업인 3노드디지탈이 증시입성의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현재까지 총19개의 외국기업(중국기업이 16사)이 상장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연합과기, 중국고섬 등 일부 기업들이 상장한 지 1년도 안되 불투명한 회계 등 질적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주요 개선방안을 보면 경영투명성, 책임강화가 핵심이다. 먼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회계 관리제도가 도입된다. 현행 외국기업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감사인의 검토의견 제출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국내기업과 ‘역차별’ 논란을 낳았다.
이같은 갭을 없애는 차원에서 외국기업도 국내기업과 똑같이 내부회계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외부감사인의 내부회계 관련 검토의견 제출을 의무화했다. 책임강화는 IPO를 주선하는 주관사인 증권사가 타깃이다. 현행 상장신청할 때 회계서류의 적정성, 상장 후에는 사후관리와 관련 상장주선인의 역할 및 책임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같은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주관사의 책임을 대폭 늘렸다. 대표적인 예가 공모주식 10% 투자의무의 부여다. 또 회계·내부통제 등 관련 기업실사보고서 및 Comfort Letter(사실확인서)제출, 상장 후 2년간 공시대리인 역할 수행 및 기업분석보고서 제출(반기 1회) 등을 의무화해 사후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조기퇴출시 해당주관사에게 패널티도 준다. 상장 후 1년 내 퇴출사유 발생 등 상장주선기업 조기부실의 경우 해당 상장주선인(증권사)에 대한 거래소 회원감리 실시, 향후 상장주선 외국기업에 대한 심사기간 연장 및 질적심사 강화 등으로 제재키로 했다.
거래소 자체의 상장심사 및 사후관리도 강화된다. 특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2차 상장기업의 원주시장 모니터링체제를 마련하고, 현장실사 등 상장심사를 강화하며 공시의무 이행실태 점검을 연간 1회에서 2회로 늘리는 등 사후관리도 보완키로 했다.
◇ 공모주식 10% 보유 등 주관사 책임강화, 글로벌IPO 위축 우려
논란을 낳았던 ‘역외지주회사의 자회사 매각’문제도 주요 자회사 지분은 상장 후 3년 이내로 제한하고, 주요 자회사 매각 관련 주총 결의요건도 출석주주 2/3에서 3/4로, 발행주식총수 1/3에서 2/3로 강화해 알짜자회사 매각에 따른 주주이익침해 가능성 예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글로벌우량기업의 경우 상장절차를 단축하는 혜택도 준다. 대상은 글로벌 500대 기업 등 우량 외국기업. 신속상장제도(Fast Path) 도입으로 이들 기업에게는 심사기간 단축, 질적심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외국 사업회사의 지주회사를 케이만·싱가포르 등 역외가 아닌 한국에 두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본궤도에 오르려는 글로벌IPO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A증권사 IPO 담당자는 “좀더 신중하게 외국기업상장을 준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자율규제가 아니라 강제규제로 발행사 입장에서는 투자회수가 힘들어지고 리스크를 떠앉아 외국기업의 IPO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10% IPO주식보유에 따른 위험부담증가로 외국기업IPO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제껏 룰에 따라 외국기업IPO를 추진했을 뿐인데, 그 패널티를 모두 증권사가 짊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