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투자 신문인 Pensions & Investments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서는 조사에 포함된 29개 아태지역 기금 중 5개가 10위 안에 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말레이시아의 종업원 적립 기금(9위)과 싱가포르의 중앙 적립 기금(10위)이 처음으로 10위 안에 들었다.
조사 결과, 아시아의 5대 기금은 모두 정부 후원 기금이며 10대 기금 자산 중 60%, 그리고 전체 자산 중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10위 안에 포함된 나머지 아시아 기금은 일본의 정부연금투자 기금(1위), 한국의 국민연금(4위), 그리고 일본의 지방 정부 공무원 기금(7위)이었다. 이 세 가지 기금은 이전 순위를 유지했다.
타워스 왓슨의 나오미 데닝(Naomi Denning) 아태지역 투자컨설팅 대표는 "2010년에 전 세계의 기금은 미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반적으로 성장했지만, 아태지역의 여러 기금은 특히 엔화와 호주 달러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미국 달러에 대한 평가 절상으로 인해 더욱 큰 혜택을 누렸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2010년 세계 300대 연기금의 자산 합계는 2009년의 8%보다 높은11%의 증가율을 기록하여 직전년인 2009년 보다 약 1.2조 달러(미화) 증가한 12.5조 달러(미화)에 달해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세계 300대 연기금 자산은 전 세계 연기금 자산의 47% 이상을 차지한다.
한편, 작년에 연기금의 전체 자산 규모가 11%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간 전체 기금의 연간 성장률은 6%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나오미 데닝 대표는 "세계 최대의 연기금들은 계속되는 경제 불안과 예측이 어려운 성장 환경 등을 이유로 지난 5년 동안 보다 방어적인 자산 구성으로 전환해 왔으며, 20대 기금은 이제 평균적으로 동일한 비율(각각 40%씩)의 주식 및 채권과 기타 대체 상품 및 현금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언급하면서 "동시에, 특히 일본을 비롯한 여러 아태지역 기금은 이 지역의 보편적인 투자 신념에 따라 계속하여 채권에 훨씬 더 많은 비중으로 투자하여 왔으며, 이 결과 20대 기금의 자산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50%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북아메리카 연기금은 전체 연기금 자산의 39%를 차지하여 여전히 연기금 자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 지역의 연기금의 자산 비중은 지난 5년 동안 계속 감소해 왔다. 아태지역 연기금은 두 번째로 가장 높은 28%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유럽이 27%로 그 뒤를 이었다. 아태지역 기금이 2010년에 유럽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달러에 대한 각국 통화의 평가 절상 때문이었다. 2010년에는 자산이 880억 달러(미화)에 이르는 국부 펀드를 비롯한 2개의 러시아 기금이 처음으로 순위에 합류했다.
조사 결과, 브라질 기금은 2010년 말 이전까지 5년 동안 미화($) 기준으로 22% 성장하여 해당 기간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호주가 19%로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대만 및 멕시코의 1위 기금은 미화($) 기준으로 각각 13%와 11%씩 성장했다.
나오미 데닝 대표는 "전 세계 최고 기금들은 점점 불안정해지는 예측 불허의 관리 장치의 우선순위를 급속도로 높이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기금은 투자 전략을 수정하여 앞으로 직면할 수 있는 극한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지금과 같은 저성장 환경에서 수익률을 놓고 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DB(Defined Benefit: 확정급여형) 기금이 전체 자산의 70%를 차지했다. DB 자산은 2010년에 8% 증가한 반면, DC 기금은 13%, 그리고 준비금은 21%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26개의 국부펀드(sovereign fund)이 총 미화 3.7조 달러로 전체 자산의 29%를 차지하는 등, 국가 기금은 순위에서 계속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 기금을 공공 부문 기금(자산 미화 4.9조 달러)과 합치면 총 138개가 되며, 이는 전체 자산의 68%를 차지한다. 민간 부문 산업 기금(60개)과 기업 기금(102개)은 조사에서 전체 자산의 13%와 19%를 각각 차지했다.
나오미 데닝 대표는 "최근의 시장 동요는 앞으로 몇 년 동안 힘겨운 투자 환경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임을 상기시켜 주었다"면서 "더 기민하고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하는 충분히 분산화된 기금만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최고의 거버넌스 장치를 채용한 기금만이 기금의 재무 상황을 개선하고, 더 나은 포지션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미래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