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폭락으로 손실하한선 터치
ELS가 증시압박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의 등락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자산관리형 상품이다. 손실폭이 넓어 낙폭이 제한된 박스장에서는 내성을 가졌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은행금리+알파’를 원하는 ‘중위험, 중수익’성향을 지닌 자산가들에게 필수자산관리형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낙폭이 깊은 급락장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보통 기초자산으로 우량종목을 쓰는 종목형 ELS는 조기상환 평가일마다 두 기초자산의 종가와 최초기준가격 사이의 격차를 계산한 뒤 이를 만족하면 미리 약속한 수익을 제공하는 구조다. 하지만 최초 기준가격이 하한선을 벗어나는 Knock-In이 발생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한 경우 △투자기간 중 한번이라도 장중 포함해 최초기준가격의 55% 미만으로 하락 △만기까지 자동조기상환 및 만기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만기시 기초자산 하락률이 큰 종목을 기준으로 손실이 확정된다. 문제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우량종목들이 최근 폭락장에 직격탄을 맞으며 Knock-In 사례가 잇따른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폭락장에서 코스피보다 낙폭이 컸던 LG,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LG그룹 관련주가 기초자산인 ELS는 손실하한선을 터치한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 하나금융지주, 삼성화재 등 금융주의 경우도 Knock-In이 발생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지난 8월 9일 장중 1700p가 무너진 것도 배리어를 터치한 이들 종목의 헤지물량청산도 영향을 미쳤다고 파악되고 있다.
◇ 발행규모 많아 저점 이탈시 매물부담
하지만 이같은 지수급락에도 ELS청산매물의 강도는 훨씬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이달이 만기이고, 손실이 확정되는 ELS가 많지 않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ELS는 지난 2009년에 발행한 물량으로 지난 3년동안 상승장을 거치면서 대부분 조기상환된 것으로 분석된다.
동양종금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2009년 코스피가 1500~1700P에 발행된 ELS는 증시상승에 따라 대부분 조기상환된 상황”이라며 “최근 하락폭에 비해 ELS매물물량이 대거 쏟아지지 않은 것도 과거 상승장을 거치며 물량이 소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위원도 “ELS의 Knock-In 물량이 집중 출회되면서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발생한 금융위기와 달리 최근엔 일부 종목에서 Knock-In이 발생했지만 이는 극히 소수”라고 말했다. 손실하한선을 터치한 ELS가 대량으로 청산될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대형증권사 상품개발부 담당자는 “최근 ELS의 발행기간이 거의 3년으로 발행되는데, 하한선을 터치한 종목들의 만기는 아직 2년 반정도 남았다”며 “기초자산도 우량종목에 집중돼 반등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손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점을 이탈할 경우 ELS매물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반기 2000P대에서 국내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발행이 약 10조원으로 규모자체가 크고,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오버헤지청산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시장에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심상범 AI팀장은 “고점부근에 발행된 종목의 경우 배리어를 터치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코스피가 계단식으로 하락하면 만기에 여유가 있어도 오버헤지에 대한 청산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시장압박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지수급락으로 지수형 ELS에 대한 투자매력이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이중호 연구위원은 “고점 대비 17% 조정을 받았으나 지수형 낙인사례는 없는 상황”이라며”보통 낙인조건이 하락률 50%인데, 약 900P까지 급락해야 손실조건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지수형 ELS의 가입의 최적기”라고 조언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