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당장 들여다 보게 된 외화유동성은 물론 자산건전성의 정비, 중소기업 자금중개 확대, 자본의 질 제고와 이익창출력 제고 노력이 복합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정부와 관련 당국은 중장기 외화차입과 외화유동성 보강을 독려하면서 날마다 상황 점검하기로 선언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유동성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받아 쥐고 이르면 주중에 은행별 처방을 내놓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일부만 외화유동성 추가보강 필요”
감독기구 한 관계자는 “은행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취합해 분석 중”이라면서 “영업 당사자 입장에서는 낙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감독기구 입장에선 보수적 기준에서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정히 살핀다면 일부 은행의 경우 추가 유동성 보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3개월 내 유동성엔 큰 문제가 없다는 지적에는 수긍하면서도 6개월까지 유동성 확보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은행별로 다를 수 있다고 못 박아 적극적 경영지도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 은행권은 단기자금 조달에 전혀 이상이 없지만 한 번 맺어두면 한도 안에서 자금조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커미티드라인을 미리 확보해 유동성 보강을 대부분 마쳐 놓았다.
아울러 중장기 자금은 기존 계획을 시장여건에 맞게 손질해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국책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평소 거래가 적었던 곳이 먼저 제안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단기자금 조달은 전혀 이상이 없고 중장기 조달은 가산금리가 올라 있어 최적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을 뿐, 계획했던 만큼의 조달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리먼 사태 때처럼 단기조달부터 급속도로 끊기는 상황은 아니어서 단기 유동성은 추가로 보강했고 중장기 자금은 불요불급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빼는 대신에 꼭 필요한 것은 비용이 들더라도 우선확보하고 여유가 있는 것은 시장 움직임에 따라 적기를 모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대거 거둬들일 이익을 바탕으로 부실채권 감축과 자본의 질 제고, 그리고 지속가능 성장 투자 등이 부쩍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별로 고정이하 부실채권비율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전체 평균치를 연말까지 1.5%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감축 규모는 은행권 전체 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자본의 질과 생산성 제고·부실 대규모 감축 박차
부실채권 감축 뿐 아니라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늘어날 이익은 다양한 형태의 내부유보 등의 수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은 지난 9일 “부실채권 비율을 연말까지 1.7%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는 목표치 소개와 더불어 “바젤Ⅲ 도입에 대비하기에 자본의 질적 확충이 필요하다”며 자본의 질적 제고에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금융그룹의 자본의 질 제고 이슈 선점은 경쟁 은행지주회사들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상품·서비스 개선은 불가피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KB투자증권 심현수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적잖이 희석돼 있으므로 구체적 대안과 장기적 액션 플랜을 세우고 실행해 줄 것을 시장참여자들이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가계대출이 아니라 중소기업 등 기업에 대한 자금중개 경쟁을 통해 역량을 겨룰 것이 확실시된다.
10일 한은이 낸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을 포함한 기업대출 경쟁이 하반기 본격화할 조짐을 보였다. 6월 일시적으로 3조 2436억원 줄었던 기업대출 증가 폭은 7월 들어 중소기업대출만 2조 7543억원 늘었고 대기업대출 3조 1656억원을 합해 6조원에 육박한다. 대기업 운전자금 수요에 부응하고 중소기업 대출확대 노력이 빚은 결과지만 일시적 흐름에 그칠 가능성은 지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 중소기업 자금중개 경쟁 재돌입 성장통도 달다
특히 최근 불거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와 아직도 진화되지 않은 남유럽 악재가 추가적인 악영향을 끼쳐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질 경우 은행들의 접전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리어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를 도맡으며 ‘역풍에도 순항하는’ 은행경영을 선보였던 기업은행은 조준희 행장이 이미 위기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또한 감독당국의 경영지도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빚 증가세가 꺾일수록 중소기업 신용공여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서근우 상임자문위원은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여기능을 강화하고 장기적 고객관계 위주의 전략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며 “전산 인프라 투자확대, 고객가치 극대화를 위한 전문역량 강화에 나선다면 우리 경제구조 건실화에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