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는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해서는 안될 일이고 정치적으로 해도 되지 않을 거래”- 한성대 김상조닫기

“산은과 우리금융을 합쳐 국책은행으로 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데 국회가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
정부 정책에 비판적 씽크탱크 역할을 해 온 민간 전문가와 야당 의원 비판에 그치지 않고 여당 의원들마저 “국유화이지 민영화가 아니다”(고승덕 의원)라거나 “관치금융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정옥임 의원)고 경계하고 있다. 입찰에 참여해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한 노력과 별개로 대 국민, 대 정치권, 대 노동계 등 3각 설득과 지지층 저변 넓히기에 나서야 할 판이다.
◇ 김석동 위원장 설명과 산은지주 플랜은 닮은 꼴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한 방식과 정부지분 변동 등을 놓고 설명한 내용은 산은금융그룹의 논리에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인수자금 마련은 프리 IPO나 에퀴티 일부를 처분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과 합치는 것이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그런 식으로는 인수할 수 없다고 설명해 민영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특히 “산은지주가 100% 정부 지분을 갖고 있어 산은과 우리금융이 합치면 어떤 경우라도 정부 지분율은 내려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본질적으로 산은지주가 세워 놓은 구상과 닮은 꼴이다.
산은지주는 내부 유보자금 만으로 우리금융지주 주식의 약 57%에 해당하는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인수할 수 없어, 외부자금 펀딩이 불가피하다. 산은지주는 만약 우리금융 인수 주체로 확정될 경우 어차피 기업공개를 거치는 구상을 세워 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금융그룹에 정통한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합병 추진을 위해서는 주식 합병비율을 산정해야 하는데 기업공개를 통해 시장이 매긴 가격을 산출해 낸 다음 합병비율을 정하지 않으면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금융과 합병은 기업공개를 통한 정부의 산은 지분 일부가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전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긍정하는 주체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민영화가 단계적으로 이행되는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 민영화 역행-사업 포트폴리오 부적절-특혜시비 등 곳곳 난관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같은 논리를 받아들이는 사람보다 열렬히 반대 입장과 논리를 펴는 전문가 또는 정치인 등이 눈에 더욱 잘 띄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진정한 민영화가 아니라는 비판은 산은지주의 기업공개가 진행되고 M&A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확보한 위상을 바탕으로 지분매각 플랜을 제시하다 보면 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인식은 뿌리내릴 수 있다. 이 부분은 민영화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확인시켜주면 해소될 일이어서 시간이 필요한 내용이다.
그러나 포트폴리오의 적절성을 따지는 전문가들을 논리적으로 납득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찬성하는 논자들은 산은이 생존하려면 소매금융이 필요한데 우리금융은 충분히 이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일한 포트폴리오를 지닌 금융그룹을 놓고서도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은 항상 엇갈려 왔고 그 진단법의 논리적 근거와 짜임새가 다른 한, 부정적 논자가 긍정적 논자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특혜 논란과 시비는 현재 구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태동한 것이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M&A할 수 있도록 법 시행령까지 손질하는 사전 정지 작업이 필수적이고 민유성 회장 때 아무런 진척이 없었던 국내외 M&A가 유독 강만수 회장의 등장 이후 유력 후보로 떠오른 이상 특혜 시비가 정치권에서 제기될 여건은 충분히 조성돼 있는 셈이다.
◇ 노동계 해외 M&A 선호하며 반대활동 펴는 것도 필연
이밖에 노동계의 저항은 물리적 형태와 결집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대형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산은 쪽이 점포가 워낙 적어 중복점포가 가장 적고 다른 어떤 합병 시나리오보다 업무 중복도가 낮은 모델이어서 인력구조조정 요인이 적다고 아무리 공언하더라도 신뢰를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은행권에서 초임자 급여 삭감, 공기업 성과급제 권고 등의 정부가 일방통행식 노동정책을 펴 왔고 은행인력의 생산성 등 인력 규모와 관련한 부정적 시각을 노출한 정부 당국자 발언이 여러 차례 있었던 것도 M&A를 하더라도 인력구조조정은 없다는 이야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노조 그리고 산별노조인 금융산업노조 지도부는 이미 지난 24일 금융연구원 정책심포지엄 청중으로 단체 참여한 상태에서 해외M&A를 추진하는 것이 대한민국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와 국제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일관된 주장을 편 바 있다. 급여와 복지 등 노동조건의 퇴보, 정부 고위관계자와 현 정권과 코드를 같이하는 인사들의 반복적인 은행원 과잉 진단이 누적된 상태에서 산은은 물론 우리금융 매각을 지원해야 할 정부가 노동계를 다독일 수 있는 옵션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