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활발히 영업중인 외국계운용사의 CEO중 최근 토종출신 내국인 사장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이목을 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진출한 20여개 외국계운용사, 합작사 가운데 피델리티자산운용(마이클 리드 대표)을 제외하곤, 모두 내국인 사장들이 공동대표나 단독 사령탑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올 들어선 그동안 합작이후 외국인 사장체제를 고수하던 교보악사자산운용까지 정은수 전무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토종 사장 랠리에 동참한 것. 앞서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붐을 이뤘다.
실제 지난해만 해도 출범이후 현지 외국인 대표 체제를 고수하던 하나UBS,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등이 각각 진재욱 사장, 전용배 사장을 잇따라 선임하며 현지화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도 지난해 5월부터 조규상, 임태섭 두 한국인 공동대표체제를 내걸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 내국인 사장 취임 이후 펀드 성과도 업그레이드 된 건 당연지사.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FT포커스펀드’는 2010년 성과최우수 주식형펀드에 당당히 올랐고, 하나UBS자산운용도 국내주식형펀드 성과가 대폭 올랐다. 올 연초 대비 ‘하나UBS코리아중소형주식형’(+20.92%)은 동기간 국내주식형 유형평균(7.04%)대비 성과가 두배 넘게 웃돈데다 ‘하나UBS블루칩바스켓주식형’은 올 연초 직후 환매 쓰나미속에서도 무려 +1738억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됐다. 이미 내국인 사장출신으로 장기간 재직하며 외국계운용사 CEO로써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한 경우도 다반사다. 대표적으로 슈로더자산운용(전길수 사장), ING자산운용(최홍 사장), 알리안츠자산운용(이원일 사장), JP모간자산운용(차승훈 사장)등이 손꼽힌다.
지난 2005년부터 알리안츠자산운용을 맡아오고 있는 이원일 사장 역시 지난해 대표 주식형펀드인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주식형’, ‘기업가치향상주식형’의 호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성과 자체로만 본다면, JP모간자산운용의 차승훈 사장은 외국계운용사 토종 사장 가운데 가장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이 회사 대표주식형인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주식형’은 올 연초기준 국내주식형펀드 유형중, 가장 많은 신규 자금(+6983억원)이 유입됐고, 성과역시 두각이다. 해외주식형펀드인 ‘JP모간천연자원증권투자신탁’(+855억원)도 신규자금 유입폭이 컸다. (기준일:2011.5.12 에프앤가이드)
최근 이처럼 외국계운용사의 토종 사장 전성시대와 관련, 운용업계 내부적으로도 시대와 부합하는 당연한 흐름이란 결론을 내놓고 있다. 실상 그동안 외국계CEO를 선임해왔던 외국계 합작운용사들의 경우, ‘한지붕 두가족’ 체제를 유지해 상호 의사소통간 이해상충 문제는 외국인 사장들이 물론 국내 사정에 능통치 못해 효과적인 현지화 전략 구사에 애로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 시장 사정은 물론, 조직문화와 국내정서에 적합한 판매사들간 마케팅에도 능수능란한 한국인 사장이 성과나 조직 융화면에서도 합격점이란 평가다.
A외국계합작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외국계운용사들의 한국인사장 잇단 선임은 결국, 어려워진 한국펀드시장을 공략하려는 일환과 함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며 “지난해부터 붐을 이룬 내국인 사장 취임과 함께 펀드 성과와 대외 이미지도 크게 좋아진 회사가 다수인만큼, 당분간 외국계운용사들의 토종사장 전성기는 진행형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간 잇따른 합병에 따른 조직문화 재정비에도 역시 한국인사장이 일등공신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례로 ING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 등이 합병을 거쳐 현재까지 성장해왔다. 업계 사정에 밝은 고위 관계자는 “합병직후 강도 높은 인력구조조정과 조직 쇄신이 동반되기 마련인데, 역시 한국인 사장들이 현지화에 맞는 전략과 인재등용에 수월한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